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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뭉치 안기고, 밥 사고… 조합장 불법선거 4년 전 그대로

광주광역시의 한 조합장에 출마할 예정이던 한 후보 A씨는 지난달 중순 조합원 4명에게 50만원씩 200만원을 건넸다가 적발돼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고무줄로 돌돌 만 오만원권 10장을 들고 있다가 악수를 하는 것처럼 전달했다고 한다. A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돈을 건네는 장면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잡혀 처벌을 받게 됐다.
12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공정선거지원단 집합교육에서 공정선거지원단이 교육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12일 경기도 수원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공정선거지원단 집합교육에서 공정선거지원단이 교육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다음 달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에서 위법행위가 100여 건 넘게 적발됐다. 공식 선거운동은 28일부터 시작하지만, 금품 수수와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1113개 농협과 90개 수협, 140 산림조합 등 1343개 조합에서 4년 임기의 조합장을 선출한다. 유권자만 267만여 명(조합원) 달한다. 공직선거는 아니지만 ‘지방권력’ 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에 열기는 총선·지방선거보다 더 뜨겁다.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의 한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가 지난 달 중순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건넨 5만원권 뭉치. [사진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히]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광주광역시의 한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가 지난 달 중순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건넨 5만원권 뭉치. [사진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히]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21일 선거업무를 위탁받은 뒤 지난 8일까지 조합장 선거와 관련, 110건의 불법 선거운동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사안이 중대한 34건을 고발하고 1건을 수사 의뢰했다. 75건은 경고 등의 조치를 했다.

 
2015년 제1회 조합장 선거 때(동기대비)는 221건보다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고발은 39건→34건으로 큰 변동이 없다. 선관위가 적발한 위법행위 가운데 중대한 행위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불법 선거운동 가운데 가장 많이 적발되는 게 기부행위다.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로 유권자인 조합원을 직접 만나 현금·선물을 건네거나 밥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가 지면 인적이 뜸해지는 농·어촌지역 지역 특성을 이용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현금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30일을 앞둔 지난 11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논산계룡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공정선거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 30일을 앞둔 지난 11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논산계룡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공정선거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30일 충남 금산군의 한 주택으로 B씨가 들어갔다. 그는 집주인에게 “조합장 선거에 나오려고 하는데 열심히 하겠다”며 현금을 건넸다. 집주인은 B씨가 조합장으로 출마하려는 농협의 조합원이었다. 집주인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곧바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
 
선관위가 B씨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그는 지난해 11월 10일부터 30일까지 조합원의 집 20여 가구를 방문, 지지를 호소한 뒤 현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조합원 15명에게는 100여 만원 상당의 홍삼제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지난 11일 신고한 조합원에게 포상금으로 2000만원을 지급했다.
다음 달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충북괴산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원과 함께 준법선거 및 투표참여를 다짐하는 릴레이 켐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북선거관리위원회]

다음 달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충북괴산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원과 함께 준법선거 및 투표참여를 다짐하는 릴레이 켐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충북선거관리위원회]

 
경남에서는 2500만원가량의 상품권을 산 뒤 이 가운데 80만원을 조합원에게 제공했던 현 조합장 C씨가 검찰에 고발됐다. 그는 선관위 조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상품권을 회수했지만,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입후보 예정자가 동석하는 줄 모르고 지인이나 친구를 따라 음식점에 갔다가 밥을 먹은 뒤 적발돼 과태료 처분을 받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지난 제1차 동시선거 때는 동네 주민 10~20여 명이 한꺼번에 100만원 넘는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부산시선거관리원회는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부산 강서구 등구역 인근 논에서 초대형 원형볏짚 조형물을 배경으로 공정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선거관리원회는 3월 13일 치러지는 제2회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부산 강서구 등구역 인근 논에서 초대형 원형볏짚 조형물을 배경으로 공정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송봉근 기자

 
이번 조합장 선거부터는 신고 포상금이 기존 1억원에서 3억원을 확대됐다. 불법 선거운동을 뿌리 뽑자는 취지에서다. 선관위는 4년 전 83명의 신고자에게 4억98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선거법 위반행위 신고는 전국 어디서나 1390번으로 하면 된다.
 
선관위는 금품·물품을 받는 경우 10배 이상 50배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점을 고려, 유권자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금품을 받거나 음식물을 받았을 때 자수하면 과태료를 면제해준다. 
1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농협 본점에서 시민들이 전북선거관리위원회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위해 설치한 '선거.톡! 자판기'에서 선거정보 안내물을 뽑고 있다. [뉴스1]

1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농협 본점에서 시민들이 전북선거관리위원회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위해 설치한 '선거.톡! 자판기'에서 선거정보 안내물을 뽑고 있다. [뉴스1]

 
충남선관위 김종부 지도과장은 “일부 후보와 유권자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금품수수와 향응 제공에 대한 심각성을 알지 못한다”며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위법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전국종합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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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