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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뽕, '약투' 살빼는 주사 불법유통...'약몸살' 앓는 사회

마약 이미지. [중앙포토]

마약 이미지. [중앙포토]

클럽 버닝썬의 ‘물뽕(GHB)’ 사용 의혹과 헬스 트레이너들의 ‘약투’(스테로이드 투약 고백으로 미투 운동에 빗댄 말), 비만 치료제 삭센다(Saxenda) 불법 유통 논란까지 최근 ‘약물’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약물 문제는 필로폰 같은 특정 마약류의 유통과 처벌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소수 마약 중독자들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층이 찾는 클럽가에서 ‘물뽕’ 투약이 이뤄진다는 의혹부터 스테로이드, 비만치료 주사 같은 의약품의 불법 유통까지 약물 논란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전략협력실 팀장은 “특정 유통책을 중심으로 은밀히 유통되던 마약, 약물이 최근엔 일반인들도 검색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게 점조직화, 대중화가 된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심한 약물 아냐”…심리장벽 무너져
실제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물뽕 등 마약이나 처방이 필수인 의약품들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럿 게재돼 있다. 약물 은어를 검색하면 유통책의 SNS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딥웹(deep webㆍ일반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는 인터넷 공간)도 약물 거래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비교적 은밀하게 거래되는 마약류와 달리 약품은 인터넷 카페에서 대리 구매하거나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기가 용이하다. 포털사이트의 헬스 정보 카페에서도 성기능 장애, 심혈관 질환 등 부작용이 있는 약품에 대한 판매ㆍ구매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최근 ‘약투’ 대열에 합류한 김동현(29) 트레이너는 “일부 헬스장 화장실에서는 요즘도 쓰고 버린 스테로이드용 주사기를 발견할 수 있다”며 “부작용에도 손쉽게 근육이 붙어 ‘구해달라’는 일반인 요청도 많다”고 말했다.
 
비만 치료제 ‘삭센다(Saxenda)’도 최근 젊은 여성, 주부들 사이에서 ‘살빼는 주사’로 입소문을 타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비만 치료제이지만 문제는 정상 체중 여성들도 오남용한다는 점이다. 메스꺼움, 구토나 확률은 낮지만 갑상선수질암 등 부작용이 있어 처방 없이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회사원 강모(29)씨는 “지인들이 공동 구매를 한다고 해 솔깃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백모(26)씨도 “부서 팀장님이 주사를 맞고 7㎏ 정도를 뺐다고 해서 부러웠던 적이 있다”고 했다. SNS 등을 통해 불법거래가 이뤄지거나 중고거래까지 횡행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집중단속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마약류, 의약품의 은밀한 불법유통을 단속하긴 쉽지 않다. 식약처에서는 사이버조사팀(총 20명)을 운영 중이지만 이중 의약품 단속 인원은 10명이라 한계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종마약이 등장하고 판매기법도 진화해 마약 단속은 늘 난제”라고 말했다.
 
또 물뽕은 피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일이 많고, 스테로이드 등 약품은 환각이 강한 마약과 달리 사용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낮은 것도 약물이 퍼지는 원인으로 꼽힌다. 물뽕은 성관계 등을 목적으로 몰래 투약되는 일이 많은 데다가 스테로이드, 비만치료 주사 등은 몸매나 미용을 위해 사용돼 '심한 약물이 아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고환위축, 심혈관질환 등 부작용이 심각하고 비만주사 역시 부작용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아 처방 없이 사용하기엔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마약 아닌 약물 사용자는 처벌 못해 ‘딜레마’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실 제공

그러는 사이 각종 약물의 불법 유통은 늘고 있다. 국내 마약사범은 2015년 1만1916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1만 4214명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마약 압수량은 453㎏(2018년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186.8㎏)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물뽕도 매년 수사기관에 압수되고 있다. 물뽕은 감마 히드록시 부티르산인데 과거 외국에선 알코올 중독, 수면장애 치료에 사용됐다가 성범죄 등에 악용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한국도 2001년 마약으로 지정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출받은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40.6g▶2015년 79g▶2017년 44.2g이 경찰에 압수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은밀히 거래되고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운 특성상 실제 유통량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의약품 불법 유통은 더 급증하고 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적발 건수는 2014년 1만9649건에서 지난해 2만 8657건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실제로 고발이나 수사 의뢰로 이어지는 건 지난해 기준 44건(0.1%)에 불과했다. 권오상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장은 “유통이 너무 전방위적이라 개인정보가 특정되거나 반복된 삭제 고지에도 활동하는 판매자를 주로 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처벌받는 마약과 달리, 의약품은 불법 판매자만 처벌을 받고 구매자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불법유통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다. 김우석 경찰청 공공범죄수사계장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질 때 불법유통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거래망을 각계격파하는 식으로 단속 중이지만 처방 없는 약물 사용은 몸을 해친다는 사용자의 인식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손국희ㆍ김정연ㆍ이우림 기자 9key@joongang.co.kr
 
 
※ 마약류 관련 신고처  
검찰청 국번없이 1301 경찰청 국번없이 112 방송통신심의위원회 1377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소 1899-0893
 
※의약품 이상사례 신고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1644-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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