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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우조선 매각 협상에 거는 기대와 우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보유 지분 전량(55.7%)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에만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을 길이 열렸다. 필자는 이 소식을 1월 말 오사카 대학 특임교수 자격으로 일본 체류 중에 들었다. 현지에서 만난 일본조선학회장 등 지인들은 전 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한 ‘빅 뉴스’로 받아들였다.
 
새로 출현할 조선통합법인 소식을 들으면서 일본의 JMU(Japan Marine United)라는 회사가 떠올랐다. JMU는 일본 유니버설 조선소와 IHIMU라는 회사가 2013년 합병해 탄생했다. JMU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일본 조선산업의 흥망성쇠를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에 한국에서 조선산업 구조조정 논의가 한창일 때 지인들에게 농담처럼 ‘K(Korea)MU’는 어떻겠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에 초대형 빅딜이 성사되면 한국의 조선통합법인은 JMU 규모가 아닌 그야말로 ‘수퍼 넘버원’ 기업이 된다.
 
이번 발표는 시점상으로도 파격적이다. 사실 조선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학자로서 필자는 1년 후에나 합병 협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조선산업 시황의 개선이 다소 늦고, 기업가치 회복에 이른 시점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고 나온 이번 합병 추진 발표 이면에는 정부(금융위원회)의 내부 조율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의 결심, 현대중공업 경영진의 이해 판단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적은 투자로 수퍼 넘버원이 될 기회를 얻었고, 설령 협상이 실패해도 기업실사 과정에서 경쟁사 현황을 깊이 살펴볼 기회도 얻었다.
 
그런데 빅딜 진행에 있어 반드시 맞춰야 하는 퍼즐이 있다. 인수기업이 누가 되든 개별기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조선산업 전체의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수기업의 성장은 당연한 기대이고, 더 근본적으로 국내 전체 조선산업의 성장이 지속하도록 해야 이번 빅딜이 성공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할 몇 가지 사안들이 있다.
 
시론

시론

우선 기업 입장에서는 중복 부분을 잘라내고 인적·물적 축소를 통해 이익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이는 생산 규모가 두 회사의 합보다 축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장기간 조선업의 절대 강자였던 일본이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두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소들을 합병한 결과 전체 생산능력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는 이후 세계 조선업의 호황기에 일본이 한국에 정상 자리를 빼앗기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일본 사례를 답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일각에서 일본의 합병사례를 반면교사가 아니라 본보기로 언급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번 빅딜은 세계 조선 시황 회복기를 앞두고 있으므로 일본과 다른 상황이고 성공 확률도 높다. 그러나 중복을 이유로 전체 생산능력을 대폭 축소하는 경우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만일 이번 빅딜이 성공하면 국내 업계는 ‘빅 2’가 아니라 ‘수퍼 빅 1과  빅 1’ 체제가 된다. 이 경우 삼성중공업은 초대형 기업과 험난하게 경쟁해야 한다. 밖으로는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이 개별기업의 독점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하고 국제 이슈로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결국 한국 조선산업에 대한 압박요인이 된다. 과거 일본도 독점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을 50% 이하로 맞추려 노력했다. 이처럼 ‘수퍼 빅 1과 빅 1 체제’에 대한 향후 예측과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는 두 키워드에 달려 있다. 기술과 인력이다. 이번 인수 소식을 계기로 강점은 더 강하게 하고 약점은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개발(R&D)과 기술인력의 국가적 총합이 축소될까 우려된다. 현재 일본이 조선업 경쟁에서 한국에 밀리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인력이 조선소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빅딜은 한국 젊은 인재들에게 긍정적 요소로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점차 격화될 노조 문제는 별개로 하더라도, 숙련 기능직과 같은 생산 핵심인력의 축소를 걱정해야 있다. 따라서 빅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술분야와 핵심인력의 유지는 국가 산업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고심해야 한다.
 
이번 빅딜이 미래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국가적 산업재편과 성장을 위한 계획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래야 “빅3 체제로 남는 게 더 옳았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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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