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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엔 학비 벌려고 일하는 학생 없다

무너진 교육사다리 <하>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A씨는 입학했을 때 장학금 제도를 접하고 놀랐다. ‘장학금=성적’이라고 여겼던 통념과 달리 성적장학금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로부터 성적장학금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제도 자체가 없다는 사실이 의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성적장학금이 없다. 공부를 잘해 좋은 성적을 얻으면 그걸로 이미 보상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또다시 장학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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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부모 소득에 따라 학비와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학교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부모 소득이 6만~8만 달러까지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버드대의 경우 부모의 연 소득이 6만5000달러(약 7300만원) 이하면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전액 지원받는다. 하버드대 측은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 등록금 전액을 다 내는 일이 없다”며 “전체 학생 중 약 70% 이상이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고, 이 중 20%는 전액 장학금”이라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장학금을 받는다. 한국처럼 대학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업을 소홀히 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A씨는 “도서관 등 학교 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 등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 하는 것이지 학비 때문에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처럼 성적장학금을 없애고 저소득층 혜택을 늘리는 것은 미국의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유학 컨설팅 회사인 세쿼이야그룹의 박영희 대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Merit Scholarship)보다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니드 베이스’(Need-based) 시스템이 미국 대학의 기본 입장”이라며 “다른 나라도 장학금 제도가 사회적 약자 등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2016년 고려대가 제일 먼저 성적장학금을 모두 없애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등록금을 면제해 주거나 생활비를 대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서강대도 2018년부터 성적장학금을 없애는 대신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지원하는 다산장학금에 전액 배정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학금이 처음 생겨난 배경은 성적에 대한 보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능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학교의 지원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모교에 공헌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마련하면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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