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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 돌파 ‘극한직업’…관객과 웃음 싸움 벌였다

 진선규·이하늬·류승룡·이동휘·공명이 마약반 형사로 활약하는 ‘극한직업’. 신인 문충일 작가의 시나리오를 ‘웃음 장인’ 이병헌 감독과 배세영 작가가 각색했다. 1300만 관객을 넘어 코미디 영화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진선규·이하늬·류승룡·이동휘·공명이 마약반 형사로 활약하는 ‘극한직업’. 신인 문충일 작가의 시나리오를 ‘웃음 장인’ 이병헌 감독과 배세영 작가가 각색했다. 1300만 관객을 넘어 코미디 영화 역대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이 코미디 영화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다. 수사용 치킨집이 대박 난다는 설정, 중독성 있는 대사, 배우들의 찰진 앙상블이 부담 없는 웃음을 주면서 개봉 3주 만에 1300만 관객을 모았다. 이병헌(39) 감독과 공동각색을 맡아 이 영화의 코미디를 빚은 배세영(44) 작가는 “지금도 안 믿긴다”며 활짝 웃었다.
 
이병헌 감독

이병헌 감독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가 화제다.
“치킨집 사장님으로서 한 마리라도 더 팔아보겠다는 마음이 있잖나. 고반장(류승룡)이 자기도 모르게 거기 동화돼서 입에서 술술 나오는 느낌이길 바랐다. 진지하다가 한 방 툭 던지는 게 제 스타일이다. 상황이 절묘한 코미디가 그 어떤 웃긴 말보다 더 큰 웃음이 터지는 것 같다.”
 
대사의 말맛도 좋다. 비결이 뭔가.
“대사 쓸 때 무조건 제가 입 밖으로 연기해본다. 내가 해도 입에 착 붙으면 배우는 더 잘할 것 아닌가. 최대한 관객이 예상 못 한 대사를 쓰려고 신경 쓴다.”
 
문충일 작가의 시나리오를 각색했는데.
“문 작가의 원작은 콘텐츠진흥원 당선작이라 들었다. 검거 실적 없던 마약반 형사들이 잠복근무를 위해 연 치킨집이 대박 난다는 뼈대가 이 원작에 다 있었다. 각색에서 주안점을 둔 건 다섯 형사 캐릭터다. 원래 고반장과 영호(이동휘)가 주연, 마형사(진선규)·장형사(이하늬)·재훈(공명)이 조연이던 걸 각자 캐릭터를 살려 팀플레이로 만들었다.”
 
수원왕갈비통닭 아이디어도 직접 냈다고.
“제 작업실이 수원이다. 함께 각색에 참여한 허다중 작가랑 맨날 영화 잘되면 실컷 먹자, 했던 게 수원 통닭골목의 통닭과 그 비싸다는 수원 왕갈비였다. 원작에선 마형사가 치킨집 아들이었는데, 오히려 뭔가 다른 음식점 아들인데 그로 인해 더 대박이 나면 재밌겠다 싶어 왕갈비 양념을 접목했다.”
 
완성된 영화에서 가장 감탄한 장면은.
“거의 다였다. 사실 캐스팅이 의아했는데 ‘뻔하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준 신의 한 수였다. 특히 제가 처음 설정한 장형사는 푸근한 아줌마였다. 이하늬씨의 새로운 매력에 정말 반했다. 감독님이 만든, 악당 이무배(신하균)의 강력한 여자 부하(장진희) 캐릭터도 흥미로웠다.”
 
네 번째 장편 연출작이 천만영화가 된 이병헌 감독은 ‘이병헌표 코미디는 말맛’이란 평을 들어온 코미디 장인. 연출만 아니라 여러 영화의 각색·각본을 맡아온 작가이기도 하다. 뜻밖에도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전 작품들은 웃음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게 더 중요한 작품이었고, ‘극한직업’은 상황을 따라가는 코미디로 웃음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웃음+감동’코드 대신 신파를 배제했는데.
“기획 단계부터 감동 코드라는 텍스트 자체가 배제된 작품이었다. 공감과 웃음, 통쾌함을 주는 영화이길 원했고, 감동 코드는 오히려 방해요소에 가까웠다. 눈물이 따라오게 하려면 그만큼 코미디를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생기고 처음 의도에서 벗어난다.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고 응원하게 만든다면 마지막에 주는 통쾌함이 감동의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생각했다.”
 
감독으로서 흥행요인을 꼽는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그래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명연기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극한직업’은 의외의 배우 조합이 빛난다. 코미디에 익숙한 류승룡·이동휘만 아니라 진선규·이하늬·공명 등이 고루 돋보인다. 감독은 “이하늬란 배우가 장형사 역을 맡으면 ‘아 새롭겠다 너무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시나리오에서는 털털하고 걸걸하고 싸움 잘할 것 같고 덩치 좀 있고, 어떻게 보면 전형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전형성을 깨 줬다. 새로운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전했다. 마형사 역은 “관객들이 봤을 때 어떤 형사일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모두 갖고 있었다”며 “진선규란 배우가 코미디를 한다는 자체만으로 무조건 새롭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이전 작업에서 모든 걸 통제하고 결정하려던 욕심이 좀 더 컸다면 ‘극한직업’에선 보다 많이 열어놓고 많은 의견을 듣고 나눴던 점에서 진정한 공동작업을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배세영 작가

배세영 작가

배세영 작가 역시 데뷔작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2007) 이래 주로 코미디를 써왔다. 지난해 ‘완벽한 타인’은 이탈리아 원작을 바탕으로 그가 한국화된 각본을 쓴 영화다. TV코미디 ‘SNL 코리아’ 작가로도 활동, 정치풍자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를 탄생시켜 인기를 누렸다. “당 대표를 뽑던 시기였나, TV를 보는데 정당마다 다른 색깔로 화면이 탁탁 바뀌는데 ‘뭐야, 텔레토비야?’란 동생 말에 이거다, 싶었다.”
 
그럼에도 그의 정체성은 시나리오 작가. “‘완벽한 타인’이 잘됐을 때 제 기사가 몇 개 나왔는데 ‘SNL 코리아’ 작가 출신이라 소개하더라. 많이 울었다. 15년을 시나리오 작가로 살았는데. 그래도 관객 수, 댓글에 상처받고 펑펑 울던 초기에 비해 많이 초연해졌다. 작가 지망생에게 늘 말하는 게 일단 끝까지 쓰라는 거다. 완성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 받고 욕먹길 반복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배세영 작가의 차기작은 천명관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는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이병헌 감독의 차기작은 JTBC가 하반기 방송할 드라마 ‘멜로가 체질’. 30대 여성 셋의 일과 사랑을 다루는 로맨틱 코미디로, 다음달 촬영에 들어간다. ‘극한직업’은 2탄도 나올까. 감독은 “나도 궁금하다”며 “다만 배세영 작가가 초고를 써준다면 해보겠다고, 농담처럼 말한 적은 있다”고 했다.  
 
이후남·나원정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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