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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한파가 낫냐 미세먼지가 낫냐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

“너는 뭐가 더 낫냐?”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다. 껴입은 옷 사이로도 기어코 스며드는 극심한 추위가 나은지, 시야뿐 아니라 가슴까지 답답하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나은지에 관한 친구의 물음은. 살면서 이렇게까지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라 나온 질문이었다. 중국 쪽에서 탁한 바람이 불어오면 미세먼지가 심하지만 따듯하고, 반대로 차가운 바람이 오면 한파 대신 공기가 맑아지는 경험을 자주 한 탓이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끼자니 불편하고 안 끼자니 고통스러운 스트레스를 선사해 준 미세먼지를 고를 순 없었다. 그래서 처음엔 “차라리 추운 게 낫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침 출근길에 나설 때마다 생각이 달라진다. “아니야, 추운 것도 싫어.”
 
이처럼 더 나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덜 싫은 하나를 골라야 하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다. 엄마가 좋은지 아빠가 좋은지, 자장면이 좋은지 짬뽕이 좋은지를 고르는 것과는 달라도 아주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런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되는 것 같다.
 
오랜 시험 준비를 한 뒤 공무원으로 일하던 지인은 최근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사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는 “수직적인 조직 체계에서 오는 관계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힘들었는데, 주변의 사례를 보니 사기업이 그나마 덜 힘들다고 해서 그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로스쿨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한 친구는 인기가 많은 대형 로펌에 입사했지만 1년도 안 돼 훨씬 작은 회사로 옮겼다. 법조인은 꼭 되고 싶었지만 주어진 업무가 너무 많고 야근이 잦아 버틸 수가 없었다고 했다. 새로운 회사는 괜찮냐고 물었더니 “마찬가지지만 덜 힘들어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공감이 갔지만 동시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남의 얘기 같지가 않아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무엇이 덜 괴로울지’를 따지며 살고 있는 걸까. 주어진 환경 때문에 선택권이 없는 경우엔 어쩔 수 없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스스로를 더 위축시키고 더 방어적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엔 한파와 미세먼지 말고도 수많은 ‘따듯하고도 맑은 날’이 있는 데도 말이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삶이 ‘덜 괴로운 편을 고르는 과정’의 연속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송우영 JTBC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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