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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땐 논술학원 뜨고 사정관 도입 뒤 '입시 코디' 등장

무너진 교육사다리 <상> 
경기도 용인 수지구청 인근의 학원가에 학생 모집 입간판이 늘어서 있다. 수지는 지난 10년간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높아진 지역 중 하나다. [최승식 기자]

경기도 용인 수지구청 인근의 학원가에 학생 모집 입간판이 늘어서 있다. 수지는 지난 10년간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높아진 지역 중 하나다. [최승식 기자]

올 3월 자녀가 영재학교 입학 예정인 김모(44·서울 강남구)씨는 지난해 자녀 학원비로 매달 200만~300만원을 썼다. 영재학교 준비 학부모 사이에서는 ‘수학·과학은 고등학교 과정까지 끝내야 학교 수업을 따라간다’는 게 정설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수학·과학 학원은 기본이고, 올림피아드 대비반이나 특강까지 다 들어서 한 달에 300만~500만원 쓰는 집도 많다”고 털어놨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등골이 휘는 학부모가 많다. 2007년부터 시작된 교육부·통계청의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첫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이었지만 2017년엔 27만1000원으로 늘었다. 실제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만 놓고 보면 1인당 매월 38만4000원을 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 40대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교육비 비중은 14%(2003~2013년 평균)로 미국(2.1%)의 7배다.
 
이처럼 사교육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정권마다 입시정책이 바뀌고, 그에 따라 새로운 사교육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잦은 입시제도 개편은 학생·학부모의 혼란을 부추기고, 불안감을 파고드는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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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입시 코디’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며 생겨났다. 미국의 입학사정관제는 1920년대 도입 후 본격 실시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그러나 미국의 모델을 따온 한국에선 2007년 시범운영(10개 대학 254명) 이후 4년 만인 2011년에 122개 대학 4만1250명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수시모집 인원까지 대폭 늘어나면서 사교육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과거 수능과 논술 중심이었던 사교육 시장이 학생들의 ‘특기적성’만큼 다양해진 것이다. 소논문, 특허, 외국어 능력 등 새로운 형태의 사교육이 생겼다.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주고, 면접 노하우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학원도 번창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13년 정부는 ‘전형 개수가 3000개를 넘는다’는 비판에 따라 ‘대입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입학사정관전형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개편하고 지나친 스펙 경쟁을 막기 위해 교내 활동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학교 내신 성적이 중요해졌다. 이만기 중앙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전국 아이들과 경쟁하던 수능 중심의 입시가 학생부·수시 확대로 교실에서의 피 말리는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때 대폭 늘어난 사교육이 내신 족집게 학원과 컨설팅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교과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당 학교의 족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내신 학원이 늘었고 학종 확대로 입시 코디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입시정책이 변할 때마다 맞춤형 사교육이 생겼다. 2010년 정부는 사교육 절감과 학습부담 완화를 목표로 ‘수능 EBS 연계’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학원가에선 EBS 교재를 집중적으로 문제풀이 하는 곳이 생겨났고, 심지어 일부 학교에선 교과서 대신 EBS 교재로 수업했다.
 
그 이전인 1999년에는 ‘이해찬 세대’가 등장했다. ‘특기 하나만 잘하면 대학 갈 수 있다’는 취지로 각종 특기전형이 생겼다. 인문계열에선 논술학원이, 자연계열에선 수학·과학 심화반이 성행했다. 이만기 소장은 “입시정책이 바뀌면 사교육과 부유층이 제일 먼저 적응한다”며 “사교육의 불이 꺼질 만하면 정부가 입시정책을 바꿔 되살린다”고 지적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과 시간 낭비가 크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12년 동안 대비할 수 있게 입시제도를 설계하면 혼란과 불안으로 인한 사교육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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