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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봄소리 바이올린·블레하츠 피아노, 정경화·지메르만 오마주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꼭 30년 전이었다.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1)와 폴란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3)이 듀오 앨범을 발매했다. 1989년 '노란 딱지'로 유명한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집을 내놓았다.

역사는 반복하되, 다른 식으로 변주한다. 한국의 바이올리스트 김봄소리(30)와 폴란드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34)가 유니버설뮤직 그룹의 산하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앨범 '포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쇼팽'을 내놓았다.

"김봄소리의 연주가 인상적이었어요.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음색과 톤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고요."(블레하츠)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을 했어요. 라파우가 음악적으로 생각도 많고 아이디어도 다양해서요. 많은 것을 나누면서 좋은 경험을 했어요."(김봄소리)

블레하츠는 2005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5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무대에 등장했다. 지메르만 이후 30년 만에 배출된 폴란드 출신 우승자였다. 블레하츠는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협주곡 그리고 소나타 상 등 네 개의 모든 특별상도 휩쓸었다.

국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김봄소리는 금호영재 출신으로 '콩쿠르 사냥꾼' 또는 '콩쿠르 여신'으로 통한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바이올리니스트로, 13개의 굵직한 콩쿠르에 참가 11개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블레하츠와 김봄소리가 인연을 맺게 된 계기 역시 콩쿠르다. 지난 2016년 10월 폴란드에서 열린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김봄소리는 2위 수상과 함께 평론가상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상 1위라는 여론이 현지에서 모아지면서 그해 12월 바르샤바필과 협연했고 앨범 녹음까지 하게 됐다.
블레하츠가 이 콩쿠르에서 들려준 김봄소리의 소리에 매혹, 그녀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실내악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이번 앨범 작업이 시작됐다. 블레하츠가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챔버 음악 앨범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은 블레하츠가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해다.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아티스트와 협업, 기존에 해온 솔로 연주나 오케스트라 협연이 아닌 다른 방식의 공연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김봄소리의 연주를 듣게 된 것이다.

블레하츠는 12일 문호아트홀에서 "당시 출전했던 바이올린 연주자 중 가장 인상적이었어요"라고 돌아봤다. "모차르트와 바흐를 연주하는데 놀라웠고, 최종 결선에서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듣고는 제 마음 속에서 '1위'라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죠. 그래서 e-메일을 보냈고 같이 연주를 하게 됐습니다. 하하." 첫 번째 실내악 음반인데 김봄소리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가 없는지 묻자 "전혀"라고 웃으며 고개를 세게 가로저었다.

앨범에는 포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담겼다. 쇼팽의 녹턴 20번 역시 듀오 버전으로 편곡돼 실렸다. 프랑스 작곡가와 폴란드 작곡가의 곡들이 나눠 실렸다. 폴란드 출신의 쇼팽은 프랑스에서 음악적 전성기를 보냈다.

블레하츠는 "프랑스 작곡가와 폴란드 작곡가는 스타일 면에서 유사해요. 음색의 폭이 다채로운 것이 특징이자 공통점이죠. 쇼팽의 녹턴을 선택한 이유는 김봄소리가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인) 나탄 밀스타인의 편곡 악보를 제안해서 성사됐어요. 이번 프로그램 작곡가들의 유사점은 접근할 때 특별한 정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명문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오랜 기간 수석 악장을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스타브라바(64) 등과 연주한 블레하츠는 "아티스트 능력이 각각 뛰어나도, 음악적인 이해가 반대면 좋은 협연을 할 수 없어요"라고 판단했다.
김봄소리와는 음악을 이해하는 지점이 비슷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폴란드 작곡가인) 시마노프스키를 이렇게 잘 연주할 줄 몰았어요. 폴란드 스피리트가 잘 살아 있더라고요. 시마노프스키는 '옐로우 레이블'(노란 딱지)에서 저희가 처음으로 녹음했죠."

김봄소리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이번 앨범 나오자마자폴란드에서 크게 다뤘다고 했다. 현지 메인 신문사가 '코리안- 폴리시 드림팀'라는 제목으로 다루기도 했다고 알렸다. "폴란드에서 한국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주세요. 호호."

김봄소리와 폴란드는 인연이 깊다. 그녀의 데뷔앨범은 거장 야체크 카스프치크가 지휘하는 폴란드 국립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협연했다.

김봄소리가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 최종 결선에서도 연주했던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담고 있다. "폴란드가 음악을 워낙 좋아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저에 대해 따듯한 지지를 보내주세요.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죠."

개인적으로 포레에 대한 애정이 큰 김봄소리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내는 앨범에는 꼭 포레 소나타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각각 특징이 잘 살아 있어요. 그래서 좋은 피아니스트를 찾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블레하츠가 앨범 녹음을 제안해주셔서 제가 이 곡을 골랐죠. 다른 음악에서도 프랑스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블레하츠가 실내악 작업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설렘의 요소였다. "제 연주에 어떻게 반응을 할지가 기대가 됐거든요"라며 웃었다.
도이치 그라모폰 역시 이번 앨범 작업에 대해 크게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30년 전의 지메르만, 정경화가 발매한 전설적인 명반에 대한 오마주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블레하츠는 지메르만에 관해 "제 좋은 친구이자 멘토에요. 음악과 삶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죠"라며 웃었다.

김봄소리는 지난달 뉴욕 필하모닉과 데뷔 무대에서 중국 작곡가 탄둔의 바이올린 협주곡 '불의 의식'을 협연해 호평을 들었다. "30분가량 되는 긴 호흡을 한 악장으로 선보이는,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인 곡이었어요"라면서 "그래서 뉴욕필 단원들과 소통을 계속했고, 좋은 경험이 됐죠"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에 실린 곡으로 전국 투어도 돈다. 16일 광주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21일 울산 울주 문화예술회관, 22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돈다.

블레하츠의 피아노 소리는 겨울의 서정성과 쨍함을 품고 있고 김봄소리의 바이올린 연주에는 그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따듯함과 세심함에 머물러 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이들의 연주 역시 계절 따라 계속된다. 2020년까지 세계에서 연주가 예정됐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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