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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임원인사 실험’…사무실 크기 통일, 차 없애고 교통비 지급도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과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이 2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한 ‘2018 이천포럼’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과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이 20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개막한 ‘2018 이천포럼’의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 SK]

 
SK그룹이 이천 포럼 발 임원 인사 제도 개편으로 확 바뀌고 있다. 올해 연말 그룹 내 임원 성과 평가에 사회적 가치 평가 항목을 도입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이와 별도로 임원에게 제공되는 업무 차량도 선택제로 바꾸고 사무실 공간도 줄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과 10월 열린 이천 포럼과 CEO 세미나에선 기업 가치 제고를 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임원 사무공간과 인사제도가 꼽혔다.  
 
2017년 처음으로 열린 SK 이천포럼은 그룹 계열사 임원들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SK그룹 차원에서 기획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한 지난해 8월 이천포럼에선 사회적 가치 창출 등을 주제로 다뤘다.
 
임원 인사 제도 개편 신호탄은 최태원 회장이 쏘아 올렸다. 최 회장은 지난달 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신년회에 참석해 “올해 임원 KPI(핵심 성과지표)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룹 내부에선 사회적 가치 성공 사례로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하는 사회적기업 천년누리푸드를 꼽는다. SK이노베이션은 노인과 장애인 등 취약 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 설립된 천년누리푸드에 초기자본금 1억5000만원을 지원했고 경영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천년누리푸드는 올해 초 코레일 유통이 실시한 입찰에서 전주역 입점 업체로 선정됐다. 이렇게 그룹 계열사의 사회적기업 생태계 조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평가해 임원 성과와 연동하겠다는 뜻이다.
 
이천 포럼 발 임원 인사 제도 개편은 SK그룹 계열사로 조금씩 퍼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자사 블로그에 버려진 선거 현수막으로 에코백을 만든 사회적 기업 터치포굿의 대표 인터뷰를 올린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발달장애인 자립 지원 프로그램 수료한 한 바리스타 인터뷰를 자사 블로그에 소개했다. SK텔레콤도 사회적 기업을 새롭게 조명하는 시리즈 포스팅을 기획하고 있다. 재계에선 사내 소식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회사 블로그에 사회적 기업 등의 스토리가 등장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이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올해 초 도입한 차량 선택제도는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무 제네시스 상무 그랜저’라는 기존 차량 배차 공식을 깨고 업무에 맞춰 소형 차량도 선택할 수 있다. 업무용 차량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현금으로 교통비를 지급한다. SK그룹 계열사 한 임원은 “지난해 이천 포럼에서 임원의 업무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차량 선택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SK텔레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에선 임원 직급과 무관하게 사무실 크기를 통일하는 리모델링 공사가 이번 달부터 진행된다. 공사가 끝나면 부사장ㆍ전무ㆍ상무 등 직급과 관계없이 동일한 크기의 사무공간을 갖게 된다. SK그룹의 한 계열사 임원은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짐만 풀어놓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무대 왼쪽서 두번째)이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 회장(무대 왼쪽서 두번째)이 지난달 열린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SK]

 
공간 리모델링의 핵심은 기존의 독립된 공간을 깨고 개방형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다. 공사가 끝나면 담당 업무가 서로 다른 임원들이 수시로 얼굴을 맞대고 회의를 열 수 있을 것으로 SK그룹은 기대하고 있다. SK그룹 계열사 임원을 대상으로 금요일 격주 휴무도 의무화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일하는 방식과 기업 문화를 바꿔야 행복한 기업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최 회장이 사내 회의 등에서 수차례 강조했다”며 “평가 항목에 사회적 가치를 도입하는 건 임원들이 나서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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