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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공약 '한전공대', 제2의 '수도공대' 될라…한전은 적자, 대학은 공급 과잉

한전공과대학(켑코텍)이 들어설 부지로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일대가 확정됐지만, 제대로 추진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전공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전남지역에 제2의 포항공대를 설립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됐다. 그러나 개교까지의 설립예산 확보, 공급 과잉인 국내 대학 상황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전력이 1960년대 설립했다가 재정난으로 사라진 수도공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2022년 개교를 목표로 학생 수 1000명, 교수 100명 규모로 꾸려진다. 학비는 물론 기숙사비도 무료이며, 다른 과학기술 특성화대의 평균 3배 이상 연봉(4억원 이상)을 지급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노벨상 수상자급 총장을 초빙해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과학기술 특성화대로 키우겠다는 것이 목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비용이다. 설립에만 약 5000억원이 필요하고, 설립 후에도 매년 운영비로 5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비용 부담 주체인 한전은 지난해 1∼3분기 431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부채가 1년 만에 6조원 늘면서 누적 부채 규모가 114조원이 넘는다. 한전공대 설립이 한전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부담을 함께 짊어질 지방자치단체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다.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32%, 나주시는 29%로 전국 평균(55%)에 한참 낮은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국내 대학 수는 이미 넘쳐나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다. 저출산으로 대학 입학 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수년 내 폐교하는 사립대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과기특성화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ㆍ포항공대(포스텍)ㆍ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ㆍ울산과학기술원(UNIST)ㆍ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이미 5곳이 있다. 모두 에너지 분야의 전공을 개설ㆍ운영하고 있다. 필요 이상의 특성화대 설립은 관련 연구 및 교육 역량을 하향 평준화 시킬 수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경제ㆍ산업ㆍ교육 어떤 측면에서 바라봐도 명분이 부족하고, 실익도 기대하기 힘들다”며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 외에는 이해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전공대가 애물단지가 될 공산이 큰데, 결국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해 국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상황이 펼쳐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한전공대가 제2의 수도공대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1964년 한전은 서울에 수도공대를 설립했지만, 수도공대는 보조금 삭감 등에 따른 재정난을 겪다가 결국 1971년 홍익대에 통합됐다. 1998년 개교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도 비슷하다. 옛 정보통신부ㆍ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ㆍKT 등이 공동으로 설립했지만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2009년 KAIST에 통합됐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전 측은 국회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나 정부 차원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나랏돈을 지원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기획재정부가 자본금 출연을 지원할 수 있고,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야당의 반대가 거세다. 한전공대의 지원금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면 정부도 부담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한전의 경영이 악화일로인데, 정부가 또다시 한전에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대학을 세우게 하는 식으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라며 “대통령 공약은 의제일 뿐, 상황에 맞지 않는 한전공대 설립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전력은 다음 달 전남도와의 구체적인 협약을 마무리하고, 대학운영방안 등이 담긴 최종 용역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 지원 등을 포함해 다양한 자금 확보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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