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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산그늘

산그늘               
-박규리(1960~ )

  
시아침

시아침

먼산바라기만 하던 스님도
바람난 강아지며 늙은 산고양이도
달포 째 돌아오지 않는다
자기 누울 묏자리밖에 모르는 늙은 보살 따라
죄 없는 돌소나무밭 돌멩이를 일궜다
문득,  
호미 끝에 찍히는 얼굴들
절집 생활 몇 년이면 나도
그만 이 산그늘에 마음 부릴 만도 하건만,
속세 떠난 절 있기나 한가
미움도 고이면 맛난 정이 든다더니
결코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하필 그리워져서
눈물 찔끔 떨구는 참 맑은 겨울날
 
 
빈 절을 지키며 돌밭을 일구자니 미운 얼굴들만 떠오른다. 이 보살은 절이라는 이름의 속세에 살고 있었나. 외로움이 깊어지면 그 얼굴들마저 그리운 시간이 온다. 외로우면 약해지고 약해지면 쉬 용서하는 걸까. 이 약한 마음을 누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움은 마음의 보석이니까. 원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곱고 깊은 마음은 없으니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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