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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반도체…120조사업 발 묶였다

연초부터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를 놓고 경제 효율을 내세운 경기도 용인·이천 등 수도권과 지역균형 발전을 앞세운 경북 구미, 충북 청주 등 지방이 정면충돌하면서다. 올 상반기로 예정된 입지선정이 불투명해졌다. 청와대나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방안은 향후 10년간 120조원을 투자해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120조원의 재원 중 부지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투자 비용은 정부가 아닌 기업이 주도해 집행한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과 기흥시에 차세대 반도체 공장 투자를 위한 여유 부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업계는 새로 조성될 반도체 클러스터는 SK하이닉스의 공장 부지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 사업장에 5만3000㎡ 규모로 반도체 생산공장 ‘M16’을 착공 했다. M16은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한 부지에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공장이다. [중앙포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경기도 이천 사업장에 5만3000㎡ 규모로 반도체 생산공장 ‘M16’을 착공 했다. M16은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한 부지에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공장이다. [중앙포토]

 
하지만 정작 투자를 집행할 SK하이닉스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 틈바구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1일 “차세대 공정 라인(팹) 4개에 약 120조원, 약 100만 평의 부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지 선정과 관련해선 “정부와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곳이 선정되길 기대한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치권의 지역균형 발전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경제 효율과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고 난감해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 논란에는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유지를 위한 투자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측면과, 수도권 비대화 속에 지방은 경기 침체와 소외감이 심화하는 구조적 문제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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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에 지역 균형 발전론을 추가한 것은 수도권과 지방 간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란 지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의 차기 반도체 공장으로 용인을 유력하게 봤지만, 같은 달 1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청와대 업무보고 과정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때 지방 균형 발전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 추가됐다. 더욱이 정부가 지난달 말 국가균형 발전론을 앞세워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한 채 각 지자체의 23개 사업에 24조1000억원을 쏟아 붓기로 하면서 대형 제조업을 유치하려는 지자체 간 갈등이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
 
이병태 KAIST IT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과 관련, 각 지자체의 유치전은 경제의 정치화로 인해 발생한 논란”이라며 “수출을 책임지다시피 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는 뒷전인 채 정치적 분배로 몰아갈 경우 국가적 손실만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정훈·김영민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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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