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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승 납품업체 대표의 분노 "산업은행, 이래도 됩니까"

화승에 200억원이 물린 변종건 MSA 대표가 8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화승 법정관리'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화승에 200억원이 물린 변종건 MSA 대표가 8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화승 법정관리' 사태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화승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후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해 8월부터 화승에 의류·신발 등을 공급하고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50여 개 중소제조업체는 연쇄부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당장 원부자재 업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화승에서 받은 5개월짜리 어음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화승에 따르면 물품대금 미납을 포함한 상거래 부채만1037억원에 달한다.
 
매출(2017년 기준)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여억원의 대금을 받지 못한 MSA는 가장 피해가 큰 업체다. 변종건 MSA 대표는 "산업은행과 KTB PE가 GP(무한책임사원)로 참여해 투자한 사모펀드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와 거래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하니 기가 찬다"며 "국책은행인 산은이 경영에 참여한 회사가 반년 이상 대금 지급 없이 물건만 받은 뒤, 피해를 납품업체에 떠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 당시 선제적 구조조정 1호 프로젝트라느니, 2500억원을 투자한다느니 말은 떠들썩하게 했으면서 이럴 수 있느냐"고 덧붙였다. 2015년 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화승 지분 100%를 인수했다.KDB KTB HS 사모투자합자회사는 화승그룹 1200억원, 현대해상·농협 1000억원, 산업은행·KTB 250억원 등을 출자한 25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다. 
 
변대표는 회생절차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화승의 법정관리 신청 직후인 지난 1일 서울회생법원은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7일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할 대표채권자로 납품업체 2곳과 화승의 100% 주주인 산은 PEF에 출자한 화승네트웍스, 도시보증공사를 지정했다. 이에 대해 변 대표는 "산은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채무자인데 전환사채 8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대표채권자로 등록돼 있다. 이대로 가면 채권자협의회가 아니라 주주협의회 방식으로 회생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대표는 화승이 산은에 넘어가기 전인 2014년, 경일이라는 회사를 거친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변 대표는 "창고 물류업을 하는 소규모 자본의 작은 회사에 화승 지분이 넘어가고, 이후 7개월 뒤 산은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며 "이때 실제로 오간 금액이 얼마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왜 화승의 구주가 경일에게 넘어갔고, 산업은행이 참여한 사모펀드가 이를 인수했는지에 그 과정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화승 관계자는 "파악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MSA 사옥에서 변 대표를 만났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화승의 부채비율이 1426%(2017년 말)이던데, 리스크를 고려해야 했지 않나.  
"화승이 어렵다는 말은 지난해 4월부터 있었다. 그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MSA는 2017년 겨울 시즌부터 화성에 의류를 납품했다. 당시 영업이 잘됐다. 롱패딩이 잘 팔릴 때라서 급하게 들어온 추가 오더를 우리가 다 해줬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제조업체가 많지 않다. 그래서 작년 초 화승이 우리한테 굉장히 고마워했다. 그래서 올해 물량을 늘린 것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명동에서 '화승 것(어음)은 할인이 안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때는 이미 물건이 다 들어간 상태라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납품분, 지난 1월 11일 자로 돌아오는 어음은 지급이 됐다. 지난해 8월 납품분부터는 겨울 제품이라 금액이 훨씬 커지는데, 그때 딱 막혔다, 그것도 설 연휴 직전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어음 거래는 일반적인가.  
"우리와 거래하는 의류 브랜드 업체 중에 어음으로 납품대금을 결제하는 곳은 화승뿐이다. 하지만 산은 PEF가 대주주로 되어 있어 이렇게 갑자기 법정관리에 들어갈 줄은 예상 못 했다.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산은이 구성한 PEF라면 당연히 그쪽에서 대주주로서 경영상의 권한을 믿고 거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산업은행은 '투자자'일 뿐 책임이 없다고 한다
"현 대표와 전 대표 모두 산업은행에서 면접을 봐서 선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 김건우 대표는 재무통이고, 전 대표는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사실 화승과 거래를 늘린 것도 전 대표를 믿고 결정했다. 그런데 갑자기 작년 10월에 바뀌었다. 현재 감사도 산업은행 전 직원 출신이다. 장사를 잘해볼 생각이 있는 회사라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사태를 예견하고 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상 법정관리를 언제 신청할지 날짜 택일만 남겨놓고 있었다. 겨울 물량을 바짝 받아놓고 어음 지급을 할 타이밍에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화승 법정관리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변종건 MSA 대표가 8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변종건 MSA 대표가 8일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지난해 업황이 좋지 않아 갑자기 유동성이 나빠졌다는 말은 변명일 뿐이다. 산은 PEF는 화승과 경일로부터 구주를 인수한 뒤에 PEF를 구성해 2500억 원을 조달했다. 이후 신주·전환사채 발행에 참여해 100% 주주가 됐다.  PEF는 그 특성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이므로 화승의 영업활동 등 경영 측면에선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파견한 임원들을 통해 향후 자신들 지분을 재매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다. 결국 의류업계의 전문성 없이 경영 활동에 참여한 산은PEF와 결국 지분 매각 후 배후로 다시 참여한 화승측 모두 부실의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납품업체 채권단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업회생)법이 그렇다니 법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어제 법원에서 온 채권자협의회 구성통지를 보니 기가 찬다. 대표채권자가 산은 PEF고, 화승네트웍스 역시 들어가 있다. 산은이 지난 2015년 화승 인수 당시 800억원의 전환사채를 갖고 있다는 것 때문인데, 100% 대주주가 채권자협의회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대주주가 채권자 행세를 하니 그 뻔뻔함에 기가 찬다. 영세한 납품업체 수십 군데가 당장 부도가 나게 생겼는데, 국책은행이 이럴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심정은  
"MSA는 1992년 창업 이후 성실하게 규모를 키워왔다. 이번 사태 전까지 아주 건실한 회사였다. 우리보다 더욱 힘든 업체들의 사연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쇄도산은 불 보듯 뻔하다. 영세한 업체 중에는 '딴생각'을 하는 대표가 생길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MSA는 어떻게 해서든 이 사태를 수습하려 한다. 산은과 화승이 손들었다고, 원부자재 업체에 '돈 못 받았으니 나도 못 준다' 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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