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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 소통카페] 명절 유감…가족 소통의 부재 해소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국민 대다수가 스트레스를 받는 명절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으로 제출됐다고 한다. 명절과 제례(祭禮)를 둘러싼 논쟁이 공론화 된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여성 혹사, 일방적 가사부담, 시댁위주, 남녀차별의 명절 문화가 부부갈등을 일으키고 가정불화의 원인을 야기한다는 목소리였다. 명절을 지낸 후의 이혼 신청은 평소보다 2.5배 이상 증가했다(법률신문). 가부장문화의 폐해에 대한 비판에 합리적인 간소화 옹호론자들도 신문명 개화라는 변화의 흐름 속에 외롭게 솟아있던 상투처럼 설 땅을 잃어 가는 형국이다.
 
변화의 흐름은 도도하다. 설 연휴를 국외여행으로 대체하는 가족이 증가 중이다. “지금까지 명절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해외로 나간 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하루만 11만 4천여 명이 출국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역대 최다 출국자 수”라는 흐름이다(2일 SBS 8시 뉴스). 출국장의 며느리는 “대부분 전을 부치거나 일을 하잖아요. 가족들과 뜻깊게 여행 갈 수 있어서 기쁘다”고 반색한다. “젊은이들에만 한정된 현상이 아니고 기성 부모님 세대도 동참하기 시작했다”면서 달라진 명절 풍경과 세태라고 기자는 설명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어 왔으며 출국인원수는 매년 경신되고 있다.
 
물론 명절 풍경에는 부모님과 가족을 찾는 긴 귀성 행렬도 있다. 자녀들과 함께 선물과 음식 보따리를 들고 하는 민족 대이동의 대열이다. 평소보다 2배 3배의 기나긴 고난의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부모님과 가족을 뵙는다는 마음으로 설레고 기쁘다”(3일 8시 연합TV뉴스)는 며느리, “한 해 중에서 아들, 손자손녀, 며느리를 만나는 이 날이 제일 기쁘다”는 나이든 부모님, “전을 부치고 가족들이 대화하고 정을 나누는 따뜻한 자리여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귀경객의 소회도 있다.
 
소통카페 2/11

소통카페 2/11

명절은 물리적 만남만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연로한 장모님과 함께 거의 20명이 함께 한 우리 가족의 윷놀이만 해도 그렇다. 자기편을 위해 윷과 모를, 상대 말을 잡기위해 도, 개, 걸을 외쳤다. 말을 어떻게 놓을까를 두고 의견은 분분했고, 말의 생사에 탄성을 지르고, 말이 날 때마다 박수치고 깔깔거렸다. 이처럼 민족대이동의 수고를 거쳐 명절에 모인 대한민국의 가족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소통하고 이해할 것이다. 잘 만나지 못하는 여러 세대가 함께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워할 추억을 쌓고 행복감을 고양하는 것이다.
 
이제는 명절을 찬반의 이분법적 논쟁 속에 천더기로 만들지 말고 생산적인 활용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을 불합리하게 대우하는 명절 문화와는 과감히 단절하면서, 이 시대의 고질병이 되어 가고 있는 가족 불통을 치유하는 소통의 시간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통은 피할 수 없는 삶을 어루만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1세기 복지사회가 행복한 개인과 공동체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소통의 장이 될 명절의 역할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발전시켜 가야할 현대적 가치이다. 할머니·할아버지·어머니·아버지·딸·아들·손녀·손자의 마음과 이야기가 교환, 반박, 이해, 공유, 공감되는 소통과정을 거치면서 따뜻한 가족공동체가 생겨나는 것이다. 어떤 4차 혁명의 기술이나 경제적 조건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가치이다. 명절 소통으로 행복한 가족은 다른 가족과 사회공동체의 행복도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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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