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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황교안 미묘한 관계…탄핵 거치면서 균열 생겼나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첫 법무장관으로 발탁된 이후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거치며 실세로 승승장구했다.

 
이 때문에 황 전 총리가 2ㆍ27 한국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당에 입당하자, 곧바로 여당에선 “박근혜 하수인”(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같은 당 경쟁 후보들도 “도로친박당 된다”(홍준표 전 대표), “황교안 가슴엔 박근혜가 새겨져 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며 견제에 나섰다. 그럼에도 영남권 책임당원들의 지지세를 등에 엎고 황 전 총리가 단숨에 경선레이스의 선두로 나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2015년 6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년 6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접견자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7일 황 전 총리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서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항간에는 박 전 대통령이 황 전 총리를 비토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황 전 총리로선 한쪽에선 ‘친박의 재림’으로 공격받고, 다른 한쪽에선 ‘가짜 친박’으로 비판받는 모순적인 상황에 빠진 셈이다. 도대체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총리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1년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던 황 전 총리를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3월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전형적인 공안통이었던 황 전 총리를 평소 박 전 대통령이 주목했다는 얘기가 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에서 최장수(2년 3개월)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사건’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성완종 리스트 사건’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면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장관 시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해임건의안을 2번 제출했을 만큼 ‘눈엣가시’였던 황 전 총리는 2015년 6월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당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날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 전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위민관에서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 날로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황교안 전 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끈끈했던 둘의 신뢰관계는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균열이 생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친박계 의원은 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있을 때 황 전 총리는 도와줄 생각은 커녕, ‘장례식’이나 잘 치르다 새 찬스를 잡겠다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도 7일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또다른 친박계 인사도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시절 당시 야당으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해 중립적 처신을 한 게 일부 강성 친박계 인사들 눈엔 ‘기회주의’로 비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황 전 총리 측도 할 말이 있다. 황 전 총리의 한 측근은 “대행 시절에 황 전 총리가 야당의 강한 반발을 무릅쓰고 박영수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나. 황 전 총리가 박 전 대통령을 챙기지 않았다는 말은 근거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도 8일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어쨌든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의 출마는 박 전 대통령의 뜻과 전혀 다르다. 특히 출마 선언식(1월 29일) 때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까지 통합의 대상으로 껴안을 수 있다고 말한 부분은 우리 측 입장에선 결별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도 옥중에서 이런 내용을 전해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메시지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지지그룹인 태극기부대와 대한애국당이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보수진영의 주축이 되긴 어렵다는 점이다.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조차 자유한국당의 울타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당 일각에선 이번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으로 황 전 총리의 ‘친박색’을 엷어지는 게 장기적으론 나쁠게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황 전 총리가 차기 대선을 목표로 한다면 ‘박근혜 프레임’에만 갇혀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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