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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린 텐트서 본 일출 감동 잊을수 없어"···백패킹의 매력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걸어 푸른 하늘 아래 눈밭.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 머무는 기분을 아세요?" 
 
은문기씨는 5년차 백패커다. 적은 장비로 산에 올라 하룻밤 머무는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장비들을 한 곳에 모아 드론으로 찍었다. 장진영 기자

은문기씨는 5년차 백패커다. 적은 장비로 산에 올라 하룻밤 머무는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그의 장비들을 한 곳에 모아 드론으로 찍었다. 장진영 기자

 
백패킹(backpacking).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배낭에 챙겨 산, 계곡, 바닷가 등에서 1박 이상을 머무는 것을 뜻한다. 산 능선을 따라 걸으며 사계절을 오롯이 느끼고,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항상 옆에 두고 걸을 수도 있다. 발길 끝에 자리를 펴고 하늘을 이불 삼아 하룻밤을 머물면 된다. 
 
직장인 은문기 씨(43)는 5년 차 백패커다. 오토캠핑을 하다가 '적은 장비로 캠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 끝에 백패킹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몇 년간 캠핑을 즐기다 보니 야외에서 먹고 자는데 그렇게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 않음을 느꼈다. 짐을 줄이면 경험하는 곳이 더 많아지겠다 생각했다. 2014년 가을부터 장비 준비, 대설이 내린 그해 12월에 선자령에 올랐다. 선자령은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다. 북쪽으로는 오대산의 노인봉, 남쪽으로는 능경봉과 연결되는 등산로다.  
 
"설산은 처음이라 앞사람만 보고 걸었는데 뽀드득거리는 발의 촉감, 울창한 숲에 쌓인 눈의 풍경에 감탄했어요. 밤에는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였지만 옹기종기 모여앉은 쉘터(shelter)의 온기와 다음날 텐트 지퍼를 열고 맞이한 일출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난해 2월 고창 방정산. [사진 은문기]

지난해 2월 고창 방정산. [사진 은문기]

 
지난 2017년 10월 여주 강천섬. [사진 은문기]

지난 2017년 10월 여주 강천섬. [사진 은문기]

 
은 씨처럼 겨울철에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한 장비다. 텐트에서 생활할 때 입는 우모복(羽毛服ㆍ물새의 깃털로 만든 방한용 옷)은 필파워(fill powerㆍ다운을 눌렀다가 놓았을 때 다시 올라오는 복원력) 가 높은 것으로 준비한다. 필파워가 높을수록 더 가볍고 압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동 중에는 땀 흡수가 잘되는 옷 여러 겹을 껴입는다. 
 
매트는 한기 차단력(R-Value)이 높은 것을 선택하고 침낭은 다소 무게가 나가더라도 필파워 충전량이 높은 것이 필요하다. 은 씨의 경우 침낭은 필파워 900g에 무게 1140g, 매트는 R-Value 5에 무게 550g짜리 에어매트, 텐트는 계절에 상관없이 두겹으로 된 더블월 텐트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스틱, 코펠, 버너, 비상약, 식재료, 촬영 장비 등을 챙긴다. 여름철엔 무게와 부피가 줄어든다. 이 모든 것을 담는 배낭은 겨울철엔 65ℓ, 여름철엔 30ℓ 정도를 사용한다.  
 
은씨가 추천하는 배낭 패킹법. 가장 아래쪽엔 매트, 침낭 등 가볍고 부피있는 것들, 중간에는 무게있는 것들을 등판쪽으로 넣고 위에는 텐트와 산행중에 입을 수 있는 옷을 넣는다. 장진영 기자

은씨가 추천하는 배낭 패킹법. 가장 아래쪽엔 매트, 침낭 등 가볍고 부피있는 것들, 중간에는 무게있는 것들을 등판쪽으로 넣고 위에는 텐트와 산행중에 입을 수 있는 옷을 넣는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10월 춘천 삼악산에서. [사진 은문기]

지난해 10월 춘천 삼악산에서. [사진 은문기]

 
백패킹 장소를 고르는 기준은 봄엔 꽃, 여름엔 계곡, 가을엔 단풍, 겨울엔 설경 등 계절별로 볼거리가 많은 지역을 선호한다. 다른 사람들이 다녀온 장소 GPS 로그 등을 참고하거나 인터넷 후기를 찾아보기도 한다. 은씨가 추천하는 장소는 홍성 오서산, 강릉 안반데기, 인천 굴업도 등이다. 등산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오후에 산에 올라 아침 일찍 하산해야 한다. 트레킹 거리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정해야 하는데 은 씨는 어떤 산이든 2~3시간 이내에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지난해 2월 고창 방정산. [사진 은문기]

지난해 2월 고창 방정산. [사진 은문기]

  
혼자 떠나면 심심하지 않을까? 은 씨는 "솔직히 심심해요. 뭘 한다기보단 그저 멍때리는 시간이 많죠. 심지어 책을 읽지도 않아요. 근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그 심심함이 자꾸만 생각나요. 그게 쉼이고 힐링인 것 같아요"라며 홀로 지내는 밤의 매력을 설명했다. 가끔은 지인들과 함께 떠나기도 한다. 함께 떠나면 장소 정보를 공유하거나 불필요한 장비를 줄일 수 있다. 풍성해지는 식탁은 덤이다.  
 
지난해 9월 양양 법수치 계곡. [사진 은문기]

지난해 9월 양양 법수치 계곡. [사진 은문기]

 

백패킹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에 흔적 남기지 않기'다.  
 
"솔직히 백패킹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어요. 국·군·도립 공원에서 야영과 취사는 금지되어 있고 그 외 산에서 화기 사용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연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해요. 쓰레기는 되가져오고, 음식물은 전용 용기에 담아가요. 용변도 가능하면 하산해서 해결하고요. 불은 절대 피워선 안 됩니다. LNT 7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LNT는 'Leave No Trace’의 약자로 흔적 남기지 않기를 뜻한다. 미국 국립공원 환경단체 주도로 시작된 환경 운동으로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1 사전에 계획하고 준비하기, 2 본 것을 그대로 두기, 3 지정된 구역에서 산행하고 야영하기, 4 쓰레기 확실하게 처리하기, 5 모닥불 최소화하기, 6 야생동물 존중하기, 7 다른 사람 배려하기 등이다. 
은 씨는 거듭 "불을 피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춘천 삼악산. [사진 은문기]

지난해 10월 춘천 삼악산. [사진 은문기]

 

은 씨는 하룻밤의 낭만을 넘어서 큰 꿈을 갖게 됐다. 오는 10월 열리는 '피엘라벤 클래식 제주'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 덴마크, 미국, 홍콩 등에서 열리는 피엘라벤 클래식에 제주도도 올해부터 정식 코스로 포함됐다.
 
"4박 5일간 제주도 산과 바닷길 110km를 걸어야 합니다. 코스 곳곳에 준비된 체크 포인트에서 물과 음식을 얻고 각자 준비한 장비로 캠핑하면서 걷고 또 걸어야 합니다. 그 길 끝에서 몽블랑, 산티아고, 존뮤어 트레일을 걷는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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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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