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무실 앞에 국화꽃과 커피가 놓여 있다. 이 건물은 1950년대 건립돼 매우 낡은 상태다. 뉴스1
고인을 잘 아는 의료계 관계자는 "2014, 2015년부터 계속 윤 센터장이 집무실에서 숙식하며 거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NMC 관계자들이 윤 센터장에게 '제발 집에 들어가시라'고 요청했지만 듣지 않았고, 저러다가 큰일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NMC 고위관계자에게 '집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수차례 진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고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윤 센터장은 전남의대 졸업 이후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문을 열 당시 응급의료기획팀장으로 합류해 밤낮없이 환자를 돌봐왔다.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재난·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등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헌신한 인물로 꼽힌다. 2019.2.7/뉴스1
윤 센터장은 1950년대 건립된 옛 병원 건물 2층 집무실 한쪽에 간이침대를 놓고 커튼을 쳐서 거기서 주로 생활했다고 한다. 윤순영 국립중앙의료원 재난ㆍ응급상황실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윤 센터장이)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밖에 가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센터장 집무실은 밤새 불이 켜진 때가 많았고, 사고 당일에도 야간 순찰자가 평소처럼 불이 켜진 줄 알고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고 한다.
윤 센터장은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지난해 말 "센터장을 그만두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센터장 대신 응급의료 관련 다른 일을 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게 미뤄지다 변고가 발생했다. 몇 년 전에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 NMC 할 것 없이 윤 센터장을 이용했고 그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응급의료정책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고, NMC 원장은 응급의료를 잘 모르고, 그러다 보니 윤 센터장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국종 교수가 헬기 출동 준비를 하고 있다.

이국종 교수의 연구실 한켠에 설치된 침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저는 병원 안에 있기 때문에 침대를 비롯해 쉬는 데가 있다. 하지만 윤 센터장은 사무실만 있어서 쉴 데가 없어 찜질방을 전전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나는 임상 의사이고 윤 센터장은 행정을 하는 의사다. 나는 야간에 환자가 오니까 밤에 어쩔 수 없이 비행(헬기 후송)하지만 윤 센터장은 낮에 일하고 밤에 안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한 걸 보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가 행정 일을 한다면 윤 센터장처럼 (밤새) 안 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