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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내린 급매물도 거래 절벽…주택시장 사방이 막혔다

7일 서울 잠실의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13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셋값도 15주째 내림세를 유지했다. [뉴스1]

7일 서울 잠실의 공인중개사무소에 급매물 정보가 붙어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13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전셋값도 15주째 내림세를 유지했다. [뉴스1]

1년 새 설 명절 대화의 온도가 확 달라졌다. 주된 메뉴는 부동산이었지만 뜨겁게 달아올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차갑게 식었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첫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8% 하락했다. 13주 연속 떨어지며 2013년 이후 최장 기간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전셋값도 15주째 내림세를 유지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76㎡(이하 전용면적) 매물이 14억5000만원에 나왔다. 지난해 9월 18억1000만원까지 실거래됐다. 지난해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 매물 중 가장 낮은 호가가 12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초 11억원대에서 시작해 9월 15억원을 찍었다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주인들이 가격을 떨어뜨려 매물을 내놓아도 매수자들의 ‘입질’이 없다”고 전했다.
 
거래는 ‘절벽’을 만나 끊겼다. 4400여 가구의 은마에서 지난해 12월 두 건 이후 거래 신고가 없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3800여 가구 중 마지막 거래 신고는 지난해 11월 초였다. 지난해 여름 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로 달아올랐던 서울 주택시장은 급속히 식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2017년 강도 높은 8·2대책에 이어 이를 보완한 지난해 9·13대책이 주택 수요를 급속냉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주택시장 체감 온도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던 201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2008년 금융위기 등의 후유증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이 나온 게 2011년 7월이었다. 당시 못지않게 시장 심리가 얼어붙었다. 지난해 12월 국토연구원의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4.9로 12월 기준으로 2012년(99.2) 이후 가장 낮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주택가격전망 CSI도 91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이 잠정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1877건) 역시 1월 기준으로 2013년(1213건) 이후 최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주택시장의 한 축인 분양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가 잇따르면서 청약경쟁이 치열했던 분양시장 기세가 지난해 말부터 꺾였다. 서울에서 2년 만에 1순위 미달이 나왔다. 지난달 말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앞 동아자동차학원 부지에 짓는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의 1순위 접수에서 9개 타입 중 3개 타입이 모집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업계는 분양가 9억원 초과의 중도금 대출 제한이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 미드미디앤씨 이월무 대표는 “입주 때까지 분양가의 60% 정도인 중도금 6억~10억원을 자기 자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앞으로 주택시장을 데울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보유세 ‘폭탄’이 현실화한다.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며 결정된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에 이어 3월 전국 1200만 가구의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이 발표된다. 최근 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해 1년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8.03%로 2006년(23.46%) 이후 최고였다. 강남권(8.44~10.4%)과 강북에선 마포와 용산이 각각 10% 넘게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종부세 세율 인상과 공시가격 상승이 맞물려 보유세가 공시가격 상승률보다 훨씬 많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 수요가 매매에서 전세로 쏠리지만 전셋값이 집값을 밀어 올릴 힘이 달린다. 전세 수요보다 많은 전셋집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17년 연평균 입주물량(2만5000여 가구)의 1.4배인 3만6000여 가구가 지난해 입주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 각각 4만 가구가 넘는 물량이 들어설 예정이다. 연간 4만 가구 넘는 입주는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신규 입주 물량이 재건축 등에 따른 멸실보다 5000여 가구 많아 전세 시장을 자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 투자’도 어렵다.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져 서울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1월 말 기준으로 59.4%까지 내려갔다. 2013년 6월(59.5%) 이후 5년 7개월 만에 50%대를 기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호재가 시장 반전의 계기가 되곤 했는데 안전진단 강화 등 정부가 겹겹이 규제하고 있어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침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죌 태세다. 김수현 실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최근 잇따라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집값 상승세가 꺾인 지난해 말 정부는 수원과 용인 일부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올해 공시가격이 세금에 적용되는 6월 1일 이전에 세금 회피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당분간 매물이 쌓이고 수요자는 관망하고 버티는 거래절벽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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