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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해력·눈높이 어른보다 안 낮아, 경험만 적을 뿐

벵자맹 쇼

벵자맹 쇼

프랑스의 그림책 작가 벵자맹 쇼(44). 그의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기곰이건 상상의 동물 ‘마르쉬’건 언제나 말썽을 부린다. 아빠와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위해 못할 일이 없다. 아빠곰은 천하의 음치인데도(곰이니까 괴성밖에 못 지른다) 오페라 무대에 서는 일도 마다치 않는다. 아이를 위해 낯뜨거운 일 한두 번쯤 감수해야 했던 어른들의 ‘과거’를 건드리는 대목이다. 글이 푸근하다면 그림은 아이디어가 번득인다. 곳곳에 트릭이 숨겨져 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느새 숨은그림찾기를 하게 되는 식이다.
 
당연히 어린이가 가장 큰 독자층일 텐데도 벵자맹 쇼는 “나는 어린이 독자만을 염두에 두고 그림책을 만들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간담회에서다.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쓰되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책을 사주는 건 결국 엄마일 테니 현명한 처신이다.
 
그러면서도 쇼는 “아이들의 이해력이 어른들보다 낮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른들에 비해 경험이 적은 것뿐이라는 얘기였다. 어른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과거 경험과 연결지어 두려움, 슬픔, 행복감 따위를 느끼곤 한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이야기 자체에서 순수하고 강렬한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높이가 이미 높기 때문에 굳이 눈높이를 낮춰 그리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마르쉬 삼형제의 얘기를 그린 『신나는 정글학교』의 한 장면. [그림 여유당]

마르쉬 삼형제의 얘기를 그린 『신나는 정글학교』의 한 장면. [그림 여유당]

그는 대표작 『곰의 노래』로 유명해졌다. 책을 펼쳐 들면 순식간에 책의 매력에 동의하게 된다. 집 나간 아기곰을 찾아 대도시 오페라 극장까지 진출한 아빠곰 이야기인데 22개국에 번역 출간됐고, 2013년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방문은 젊은 한국 엄마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로 꼽아 최근 제2회 삼척그림책 축제에 초청되면서다. 어딘가 아기곰을 찾는 꺼칠한 아빠곰 인상이었다. 프랑스 알프스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파리와 스트라스부르에서 일러스트 등을 공부했지만 다시 고향 비슷한 시골로 돌아와 살고 있다고 했다.
 
작업 스타일을 묻자 쇼는 “그림을 그릴 때 완벽주의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누구나 다빈치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는 없으니 내가 줄 수 있는 최상의 것, 그러면서도 나의 개성과 인간미가 드러나는 그림을 그리려 한다”고 답했다.
 
또 “그림책 작가는 혼자 상상하고 책을 만드는 외로운 직업이다. 방 한구석에서 만든 내 책을 이렇게 문화가 다르고 거리가 멀리 떨어진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내가 어려서 느낀 것, 마음속의 추억들을 꺼내 보여줘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절대 주변을 의식해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말라”고 했다. 어려서 잘 그리던 아이들이 11살, 13살이 되면 지레 기대에 못 미친다고 여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항상 호기심을 갖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연극이나 영화, 콘서트 같은 문화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했다.
 
쇼는 “한국은 처음이지만 한국 음식은 모르는 게 없다”고 했다. 이창동·봉준호·김기덕 영화를 워낙 좋아해 즐겨 본 탓이다. “매일 다른 한국 음식을 맛보는데 생선 매운탕이 최고였다”고 했다.
 
신준봉 문화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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