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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심신 살린 400일 여행 기록

작가정신's pick 
동양방랑

동양방랑

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글·사진
이윤정 옮김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온다. 눈앞의 모든 것들이 시들시들해지고, 뜨거웠던 피가 식어 마침내는 얼어붙는 ‘빙점’에 도달하는. 스물다섯 살 청년 후지와라 신야도 그랬다. 그런 순간에 내리는 선택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터, 후지와라 신야의 경우 그것은 ‘방랑’이었다. 카메라 한 대 달랑 둘러메고 홀연히 떠난 인도 여행. 어떠한 속박도, 환상도, 정보도 없었던 그의 방랑길은 더없이 자유로웠고 때로 위태로웠다.
 
신야가 서른여섯에 떠난 여행은 좀 특별했다. 해를 넘기면서까지 400일 넘게 아시아 곳곳을 종횡무진 누볐다. 얼어붙은 여행을 또 다른 여행으로 녹이려 했던 ‘기사회생’의 여정을 담은 책이 『동양방랑』이다. 인간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저자가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나선 이 기나긴 방랑기는 『인도방랑』, 『티베트방랑』에 이어 그를 영원한 청춘의 구루로 자리매김한 ‘방랑’ 3부작의 대미를 완성한다. 피폐한 정신과 육체, 얼어붙은 마음은 여전했지만, 그전까지 사람을 피해 풍경을 보고 다녔다면 이번엔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이스탄불에서 중동, 동남아를 거쳐 홍콩, 서울, 일본에 이르는 동안 그는 삶에 찌들어 사는 남자를 만났고, 유곽의 창녀를 만났다. 라다크의 산사에서는 수도하는 스님을 만났고, 미얀마에서는 이방인에게 응달을 만들어주는 마음씨 고운 아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우스꽝스럽고  어리석고 못난 그저 보통의 사람들이었다.
 
여행이 중반쯤에 접어들었을 무렵, 정확히는 인도의 콜카타에 도착했을 때 그는 불현듯 자신이 달라졌음을 알았다. 병들었던 육체와 정신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혈액이 요동치는, 선악과 미추가 뒤섞인 세계”, 그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느낌과 뭔지 모를 따스함이 그의 빙점을 녹이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그리도 귀찮아했던 사람들, 바로 사람들의 체온이었다.
 
황민지 작가정신 편집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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