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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유시민만 쳐다보는 집권 여당

박신홍 정치에디터

박신홍 정치에디터

수레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비행기가 양 날개로 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공장에서 많이 쓰이는 프레스는 두 손으로 동시에 스위치를 눌러야 작동하도록 돼있다. 손가락 절단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고장난명(孤掌難鳴),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정치라고 다를 게 없다. 대통령제에서 국정이란 수레가 온전히 굴러가려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같은 힘, 같은 속도로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한쪽이 삐걱대면 다른 한쪽이 아무리 용을 써도 과부하만 걸릴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들어 ‘성과’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계 인사들을 만나며 혁신성장을 설파 중이다. 경제를 화두로 내걸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자며 연일 청와대와 정부 관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집권 3년 차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심기일전에 배수진을 친 모양새다. 그런데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국민과의 소통에 앞장서거나 국회 입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에 힘을 쏟긴커녕 소속 의원들의 잇단 비리 의혹에 오히려 짐만 되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민주당 내부의 무사안일주의와 집단 무기력증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기록적인 압승에 취해 초심과 치열함을 잃어버린 결과다. 한 번 풀린 긴장을 다잡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경제 실정을 앞세운 야당의 거센 반격에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집권 여당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는 지지도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후 57%에 달했던 당 지지도는 지난해 말 36.8%로 급감했다. 급기야 8일 리얼미터 발표에선 자유한국당과 8.1%포인트까지 좁혀지며 빨간불이 켜졌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알릴레오’에 지지층이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수가 점령한 유튜브 시장에서 계속 밀리기만 하는 민주당, 지난해 하반기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계속 수세에 몰릴 때 방패막이 역할조차 못하는 집권 여당의 무능력한 모습에 크게 실망하던 차에 여당 지도부나 차기 주자 그 누구도 못하던 일을 유 이사장 혼자 힘으로 해냈으니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다. 바둑으로 치면 민주당 의원 128명이 찾지 못한 묘수를 “두 번 다시 정치하지 않겠다”는 장외 인사가 단박에 둔 셈이다.
 
민주당의 더 큰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도 이의를 제기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식물정당이 돼버렸다”는 자조도 적잖다. 인적 쇄신과 새 인물에 대한 요구가 높지만 카드도 마땅찮다. 유능한 인재들도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 빛처럼 존재감을 상실한 지 오래다.
 
중앙일보 신년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3위도 이낙연 총리, 유 이사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 당 밖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었다. 여기에 당내 대선주자들이 하나둘 후보군에서 탈락하다 보니 이슈 메이킹과 지지층 결집은 사실상 유 이사장의 입에만 의지하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위기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당의 친박당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어차피 내년 총선은 이기게 돼있다”는 호기 넘치는 목소리마저 들릴 정도다.
 
“사막에선 지도를 보지 말고 나침반을 보라는 말이 있다. ‘계산’이란 지도를 내려놓고 ‘국민’이란 나침반을 보며 뚜벅뚜벅 큰길로 가겠다.” 2015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을 물으며 한 말이다. 지금 민주당은 어떤가. 국민이란 나침반은 팽개친 채 총선 당선이란 계산에만 매몰돼 있진 않은가. 이래서는 수레가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50년 집권론? 지금 이런 모습으로?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당이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는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보다 진짜 혁신이 필요한 곳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다. ‘비정치인’ 유시민만 쳐다보는 집권 여당에 희망은 없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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