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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g 신생아까지, 손바닥만 한 미숙아 5000명 살렸다

[이성주의 명의보감] 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
박원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490g으로 태어난 신생아의 생명을 구했다. 가장 체중이 낮은 아이를 살렸다는 세계적인 기록보다도 무럭무럭 성장한 아이 부모가 보내온 감사편지에 더 고마워한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박원순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490g으로 태어난 신생아의 생명을 구했다. 가장 체중이 낮은 아이를 살렸다는 세계적인 기록보다도 무럭무럭 성장한 아이 부모가 보내온 감사편지에 더 고마워한다. [사진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의 산과(産科) 의사들은 걸핏하면 응급상황을 맞고 소송당하기도 일쑤다. 많은 산과 의사들은 “그래도 신생아과 의사들 보면서 산다”고 스스로 위안한다. 소아과의 세부전공인 신생아과 의사들은 매일 생명이 위태로운 아기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살 것 같던 아기가 갑자기 생명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온갖 비난과 의료사고 소송을 감내해야 하며 심지어 구속되는 경우도 있다. 박원순(62)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아를 살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늘 고마움을 느끼는 의사다. 인터뷰 중에서도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감사한 일”이라는 말을 10여 번 했다.
 
 
“생사 넘나드는 아기 살릴 수 있어 감사”
 
“방금 전 외래에서 어머니를 보고 왔어요. 큰 아이를 병으로 잃고 늦게 삼둥이를 낳았는데 미숙아였습니다. 두 명은 건강하게 집으로 갔고 한 명은 식도결손이 있어 소아외과에서 수술해서 지금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소와외과 의사에게 감사하고, 또 멀리 지방의 집에서 매일 오가며 아기를 살피는 어머니에게 감사한 일이지요.”
 
그는 옛날에는 살리기를 포기한, 손바닥 크기로 태어나는 아기들을 건강하게 살린다.
 
“아기는 보통 엄마뱃속에서 40주 자라다가 평균 3.2㎏의 몸무게로 태어납니다. 제가 처음 아기를 볼 땐 1㎏ 미만 아기도 살리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500g도 거뜬히 살립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아기는 24주가 넘어야 폐기능이 정상화되기 때문에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선 25주 이전의 아기를 치료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 교수가 맡은 23, 24주 초미숙아들은 생존율이 80%에 가깝다. 2013년에는 엄마 뱃속에서 21주 5일 만에 490g으로 태어난 은혜를 살려냈다.
 
박 교수는 서울대병원 인턴 때 소아과에서 3개월 근무하면서 ‘아기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소아과를 택했다. 소아과에는 서울대 총장, 대한민국학술원 초대 원장 등을 역임한 윤일선 박사의 아들 ‘한국 신생아학의 태두’ 윤종구 교수가 있었다. 윤 교수는 엄부 같은 분위기에 외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오는 의사였다.
 
“교수님은 아기를 꼼꼼히 보고, 영양제와 수액을 CC 단위까지 치밀하게 체크하는 방법을 몸소 보여주었지요. 신생아학이 미개척 분야라는 점도 마음을 사로잡아 교수님께 제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박 교수는 모교 병원에서 전문의를 하다가 차병원 개원과 함께 스카우트돼 갔다. 1991년 스승이 “새로 짓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가면 좋겠다”는 말을 듣고 자리를 옮겼다. 박 교수는 병원 개원 전에 차병원 안명옥 교수(전 국회의원, 국립의료원장)의 추천으로 매달 신생아 1000명이 태어나는 남가주병원과 당시 국내에선 보기 힘들었던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치료를 하던 LA어린이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폴 우 교수, 김광식 교수 등의 가르침을 받으며 신생아 약물치료법과 세균연구법을 파고 들었다.
 
그는 1994년 10월 삼성서울병원 개원과 함께 미숙아를 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5000명 정도의 아기를 치료했다.
 
“신생아 치료는 다른 과 의사들과의 협력이 절대적입니다. 산부인과, 소아심장과, 안과, 흉부외과 등 수많은 의사 덕분에 많은 아기가 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분들입니다.”
 
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2층 신생아집중치료실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게끔 ▶보호자가 언제라도 아기를 볼 수 있는 24시간 면회 시스템 ▶엄마가 아기를 안아 유대감을 전하는 ‘캥거루케어’ ▶아기에게 튜브로 투여하도록 개인별 모유를 보관하는 ‘모유뱅크’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집중치료실에선 60명의 신생아가 단계별로 치료를 받습니다. 작은 손짓도 체크해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는 몸무게 10g의 변화도 알아챕니다.”
 
 
한국 신생아학 개척자 윤종구 교수 제자
 
치료실 입구엔 이곳에서 생명을 찾아 건강하게 큰 외국 아이들의 사진도 꽂혀있다.
 
“이 아이는 2006년 22주 만에 태어나서 생명을 되찾은 카메론 조셉입니다. 주한미군 가족은 미숙아가 태어나면 미국 군병원 대신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하게 해달라고 조른다고 합니다.”
 
박 교수는 자신의 병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신생아 치료율을 높이도록 노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 매년 봄 ‘삼성신생아심포지엄’을 개최해서 의사들이 정보를 교류하도록 했다.
 
그는 또 2014년 질병관리본부의 지원을 받아 배종우 강동경희대병원 교수, 김기수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과 함께 극소저체중아를 추적 관리하는 한국신생아네트워크(KNN)를 만들었다. 처음엔 45개 병원, 지금은 70개 병원의 의사들이 매뉴얼에 따라서 환자를 보고 치료 성공률을 다른 병원과 비교하게끔 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석천학술상, 유한의학상, 진암학술상, 남약학술상, 바이엘임상의학상 등을 받았다.
 
그는 새 치료법 연구에도 열심이다. 아기가 엄마뱃속에 있을 때 심장과 폐 사이에 동맥관이 열려 있다가 출생과 함께 닫힌다. 여기에 문제가 생긴 ‘동맥관개존’은 수술이 표준 치료법이었다. 박 교수는 수액을 적절히 투입하면 자연스럽게 닫힌다는 것을 입증해서 세계적 학술지 ‘소아과학회지’에 발표, 치료의 방향을 바꿨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통한 신생아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2005년 메디포스트 양윤선 대표를 만난 것도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 팀과 메디포스트는 탯줄혈액에서 추출한 중간엽줄기세포로 미숙아의 폐 조직을 재생하고 염증을 줄이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2009년 ‘셀 트랜스플랜테이션지’에 쥐실험 결과를 발표했고, 2013년 ‘소아과학’지에 미숙아만성폐질환의 성공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 미국 임상시험을 시작해서 최근 2차까지 완료했다. 그는 2014,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신생아학 핫 토픽 심포지엄’에 초청 연자 자격으로 미숙아 줄기세포에 대해 강의했다.
 
“줄기세포를 폐에 넣으면 이 세포들이 유익한 단백질을 생성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뇌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치료법으로 더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다면 진정 감사한 일이겠죠.”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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