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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호랑이굴' 2박3일 협상 뒤 귀환…비핵화 보따리 주목

오는 27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실무협상을 위해 방북했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일 오후 미군 항공기를 이용해 경기 오산 기지로 귀환했다. 지난 6일 오전 10시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약 55시간가량 머물며, 북한 측 카운터 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 등과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담판을 벌였다. 정부 당국자는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데 양측(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일치한다”며 “비건 대표는 방북 기간 본 게임(정상회담)에서의 합의문 초안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EPA]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EPA]

비건 대표는 한국 외교부 및 이날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과 방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비건 대표와 북한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선 미국 측이 공개하기 전에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건 대표가 김혁철 대사뿐만 아니라 협상의 실무총책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을 것”이라며 “디테일한 시퀀스(구체적인 행동 계획)를 세밀하게 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건 대표의 방북 결과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행동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 측의 조치 등 회담 의제 조율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귀환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양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α(알파)’에 대해선 의견접근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즉,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과 평북 동창리 장거리 미사일 발사 기지(북한은 서해위성발사장) 등 북한의 핵 관련 시설을 미국과 유관국가들의 참관하에 폐기할 경우, 미국 측의 보상방안과 시점에 일정부분 진전이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측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북한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단계적, 병행적' 방안을 내놨다. 비건 대표도 방북 전인 지난달 31일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 협상 상대방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진전시킬 후속 조치와 북ㆍ미 정상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했던 모든 약속에 대한 추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조치들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북제재 해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나오는 가운데 비건 대표가 ‘진전을 이뤄내기 위한 조치’라는 언급을 함으로써 미국이 일정 부분 북한의 ‘관심사항’을 들어줄 용의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6일 방북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태우기 위해 미 공군 항공기가 8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일 방북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태우기 위해 미 공군 항공기가 8일 오후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특히 미국의 상응 조치 ‘3종 세트’로 불리는 제재완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북ㆍ미 관계개선 문제 등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내건 내용인데, 비건 대표의 연설을 고려하면 이번 협상에서 일정부분 미국이 '양보'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문제가 다뤄질지에 대한 질문에 “정상회담과 회담 의제에 대해 앞질러서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준비하는 데 매우 주력하고 있다”고 말해, 대북 압박과 함께 북한 달래기라는 투 트랙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건 대표는 방북전 한국에 사흘간 머물며 정보를 공유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협상 전권도 부여받았다. 그러나 비핵화와 상응조치라는 민감성이나 시간을 고려하면 미국 대표단의 한 차례 방북 협상으로 이견을 말끔하게 없애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미국 대표단의 귀환 전날인 7일 미군용 항공기가 오산~평양을 왕복한 것도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즉 본국(미국)의 결심을 받아야 할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준다. 보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평양의 통신 상황을 고려해 메신저가 서울을 다녀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정상회담을 베트남에서 하기로 했지만 어느 도시인지에 대해선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또 “비건 대표가 협상 중”이라면서도 “베트남은 평화와 번영의 상징”이라고 한 것도 북한이 회담 장소를 자국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로 고집하자 장외 설득의 차원일 수 있다. 미국은 비건 대표를 비롯해 국무부와 국방부, 비밀경호국 소속 관계자 등 20여명으로 대표단을 구성했다. 그런 만큼 의제와 별도로 경호 및 의전과 관련한 협의도 어느 정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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