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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 1년 된 민주평화당의 진로고민 "뾰족한 수가 없다"

“2월 8일에 창당해서 지지율이 2.8%인가.”

 
8일로 창당 1주년을 맞은 민주평화당의 한 지역위원장이 무심코 내뱉은 우스갯소리다. 첫 돌을 맞이할 때는 사람이나 단체나 으레 떠들썩하고 흥겹게 마련이지만, 이날 평화당의 분위기는 달랐다. 시종일관 무거웠고,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지지율을 보면 당 분위기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나온다. 2.8%는 그나마 지난해 10월 4주차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고, 이날 발표된 같은 조사에선 2.3%(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6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국회의원이 14명 있다지만, 현역이 5명에 불과한 정의당 지지율(6.5%, 같은 조사)의 반에도 못 미쳤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8월 31일 강원도 고성군 국회 고성연수원에서 진행된 '2018 정기국회 대비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지난해 8월 31일 강원도 고성군 국회 고성연수원에서 진행된 '2018 정기국회 대비 민주평화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정동영 대표는 이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은 창당 1주년이면서 동시에 동경 유학생들의 2ㆍ8 독립 선언서가 발표되었던 날이다. 힘을 내서 1년 뒤 21대 총선을 향해 흔들림 없이 함께가자. 그 출발점이 서대문형무소 자리에서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당은 같은 장소에서 기념식을 마친 뒤 “선거제도 개혁해야 정치가 달라집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주 출신이라는 한 60대 남성은 “나도 호남 사람이지만 호남에서도 평화당은 안 될 거다. 민주당과 끝까지 같이 했어야지, 뛰쳐나와 당 만들었다 다시 나오는 식으로 해서 얻은 게 뭐냐”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선거 때 투표는 꼭 하지만 민주평화당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고, 서울 종로구에 사는 강민수씨(60)는 “정동영 의원을 알긴 아는데 이 당 대표인 거냐”고 되물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창당 1주년기념식에서 국회의원, 최고위원, 상임고문등과 함께 떡을 자르고 있다. [뉴스1]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린 창당 1주년기념식에서 국회의원, 최고위원, 상임고문등과 함께 떡을 자르고 있다. [뉴스1]

 
평화당은 최근 외부 변수들로 뒤숭숭하다. 지난달, 무소속 손금주ㆍ이용호 의원의 민주당 합류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평화당 일부 의원들이 좌절했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최근에는 바른미래당 내 호남 중진인 박주선ㆍ김동철 의원이 평화당 권노갑ㆍ정대철 고문, 장병완 원내대표와 접촉해 양당 통합을 논의한 사실이 보도됐다. 평화당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제 관철이 안 될 경우 바른미래당과 통합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내에 있는 개혁 보수 성향 의원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이 모든 게 이 상태로는 내년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이날 1주년 행사에서 만난 한 지역위원장은 “지지율이 안 오르는데, 이를 바꿀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당직자는 “비록 조금 어렵더라도,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이 탄탄하니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비쳤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 개혁을 위한 1월 말 합의 준수 촉구 정치개혁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뉴스1]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지난 1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 개혁을 위한 1월 말 합의 준수 촉구 정치개혁공동행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손학규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뉴스1]

 
평화당을 탄생시킨 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이었다. 대선 후 안철수 전 의원과 유승민 의원 주도로 두 당이 합쳤는데, 당시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전 의원의 결정을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뛰쳐나온 이들이 만든 게 평화당이다. 바른정당 출신 국회 관계자는 “역설적이게도 1년 전 바른정당이 겪던 내홍과 지금의 평화당 상황이 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평화당이 호남에서 1등 하기 위해 누가 더 ‘민주당 답나’를 가지고 민주당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비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평화당이 존재감을 갖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희ㆍ신혜연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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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