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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김용균 법'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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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 도중 숨진 김용균 씨 장례식이 내일까지 치러집니다. 지난해 12월 24세 청년이 세상을 뜬지 두 달 만입니다.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은 7개 하청업체에 석탄 설비를 정비하는 업무를 맡겼습니다. 김 씨는 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직원이었습니다.  
 
김 씨의 죽음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지난해 말 개정됐습니다. 1990년 손 본 이후 28년 만의 전면 개정으로 ‘김용균 법’이라고도 부릅니다. 시행은 내년 1월 16일부터입니다. 개정된 법의 주 내용은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 사업장에서 일할 때 원청 사업자는 필요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하청업체 직원이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으면 원청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묻습니다. 
 
종전 법에도 산업재해 예방의무가 있었지만, 화재ㆍ폭발 등의 우려가 있는 22개 작업장에만 적용됐습니다. 앞으로는 제한 없이 원청의 책임 범위가 넓어진다는 뜻입니다.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시민들의 추모 글이 붙어있다. 오종택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시민들의 추모 글이 붙어있다. 오종택 기자

원청업체가 업무를 외주화하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우선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더 큰 이유는 위험을 하청업체에 떠넘길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위험의 외주화’입니다. 하청업체는 사고 방지를 위해 투자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위험은 고스란히 하청업체 근로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김용균 씨 참사는 이런 구조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원청업체를 악덕 기업으로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은 비용을 절약하고 위험도 떠넘기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죠. 개정된 김용균 법은 이런 기울어진 원청-하청 운동장을 바꿉니다. 우선 원청업체의 고민이 커졌습니다.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됐기 때문이죠. 하청업체 직원에게 필요한 안전 및 보건 조처를 하려니 원청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서부발전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동안 하청기업 근로자들이 수십 건의 안전 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용을 이유로 회사는 외면했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안전ㆍ보건 조치 의무를 안 했다가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고로 사망하면 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립니다. 이쯤 되면 원청업체의 고민 배경을 아시겠죠. 하청업체에 일을 맡길 유인이 줄어든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지를 고를까요? 차라리 직접 고용을 하자는 의견도 나올 겁니다.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지 않고 직접 종업원을 고용해 교육과 관리를 철저히 하면 사고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비록 비용은 더 들겠지만, 안정적인 일자리가 생긴 종업원의 사기가 오르면서 생산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원청업체 중에서는 이런 선택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곳이 나올 겁니다.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오종택 기자

충남 태안화력에서 정비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마련된 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오종택 기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김용균 법 후속대책으로 발전소 연료ㆍ환경설비 운전 분야 민간 하청업체 근로자 2200여 명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별도로 한전의 자회사를 만들든지, 한전이 지분 29%를 소유한 한전산업개발을 공기업화하는 방향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이 발상에 어깃장 좀 놓겠습니다. 민간 하청업체 직원이 공기업 정규직이 됐다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민간 기업의 근로자를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그 민간 기업은 망하라는 말인가요. 만약 공기업 직원이 파업이라도 한다면 발전소 안전은 누가 책임집니까. 20년 전 연료ㆍ환경 설비 운전 등의 업무는 특정 공기업이 사실상 독점했는데 파업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민간 업체의 시장 참여를 허용해 경쟁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김용균 법으로 일방적인 원ㆍ하청 관계는 깨질 겁니다. 법의 정신은 시장에서 원청 기업이 비용과 안전 등을 고려해 실리에 맞게 최적의 판단을 하라는 것입니다. 일부 기업은 직접 채용이 낫다고 볼 것이고, 다른 기업은 지금과 같은 외주화가 유리하다고 판단할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원청 기업은 선택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지면 됩니다.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태안화력 옥내저탄장. [연합뉴스]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태안화력 옥내저탄장. [연합뉴스]

 
시장에는 다양한 운영 방식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고, 이 결과 안전이 강화되고 효율도 향상될 수 있습니다. 이게 종업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청업체 직원을 공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건 법 취지와는 상관없는 포퓰리즘 대증 처방일 뿐입니다. 공기업 정규직 만능화로 일관한다면 발전소 정비 분야의 독점 문제는 다시 부각되고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설을 맞아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김 교수는 “고단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은 정신의 사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예술을 음미하고, 생각의 근육을 단련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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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