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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이 보여준 대박의 노하우

기자
전새벽 사진 전새벽
[더,오래] 전새벽의 시집읽기(27)
요새 인기 절정의 영화 얘기 잠깐 해볼까. 미리 알고 가면 김새는 얘기는 않을 테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고. 의욕은 좋은데 성과는 안 나오는 팀들이 더러 있다. ‘고 반장(류승룡)’이 이끄는 서울 마포 경찰서의 마약반도 그렇다. 반장을 비롯한 다섯 형사가 열심히는 하는데, 실적이 영 부진하다.
 
답답한 와중에 한 가지 건수가 생겼다. 국내 마약 밀매 조직의 대부 ‘이무배(신하균)’의 정보가 입수된 것이다. 마약반은 곧바로 잠복수사를 시작한다. 장소는 적진 맞은편의 치킨집이다. 몇 날 며칠 질리도록 치킨 먹으면서 관찰해보니, 적진에 직접 들어가 볼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치킨 배달원으로 위장해 잠입하는 것이다.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잠복수사를 위해 인수한 가게가 파리만 날리는 가게인 줄로만 알았는데 손님이 계속 온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의 한 장면. 잠복수사를 위해 인수한 가게가 파리만 날리는 가게인 줄로만 알았는데 손님이 계속 온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이제 남은 건 상대가 치킨 주문하기만을 기다리는 일뿐인데 아뿔싸,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다. 치킨집 주인 왈, 장사가 너무 안돼서 가게 내놨다고, 오늘이 마지막 영업이라는 거다. 예상치 못한 위기에 다들 어리벙벙한 가운데 수사팀의 막내, 호기롭게 손을 들며 외친다.
 
“이 가게, 우리가 인수할게요!”
자초지종 끝에 치킨집을 인수하게 된 마약반. 대금 마련을 위해 반장의 퇴직금을 미리 갖다 썼으니 여기가 마지노선이다. 실패하면 국물도 없다. 모두 그런 사정을 알고 있어 각오가 남다른데, 예상외의 곳에서 자꾸 방해가 끼어든다. 파리 날리는 가게인 줄로만 알았는데 손님이 계속 오는 것이다. 가게 곳곳에 수사자료 펼쳐 두었다가 손님들이 들어오면 황급히 치우기를 반복하기 수차례, 그들은 고민에 빠진다.
 
이렇게 닭 떨어졌다는 핑계로 계속 손님들을 돌려보내면 머지않아 수상한 곳이라고 소문날 텐데…. 그런 소문이 났다가는 적들이 눈치를 챌 거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결국, 마약반은 고육지책으로 치킨 장사를 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게 웬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시범 삼아 만들어본 양념치킨이 대박 나, 수사는 뒷전이고 몰려드는 손님 상대하기 바빠지는데….
 
영화 ‘극한직업’은 ‘수사를 위해 위장용으로 인수한 치킨집이 대박 났다?’라는 매우 엉뚱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본격 코미디 영화다. 수사반장보다는 코미디 반장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류승룡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설마 코미디까지 잘할 줄은 몰랐던 진선규의 재발견, 그 밖에 이하늬, 이동휘, 오정세 같은 반가운 얼굴들의 ‘케미’가 잘 맞아떨어지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직장동료 중에 이 영화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추이를 보니 ‘보헤미안 랩소디’로 후련했고 ‘SKY 캐슬’로 짜릿했던 사람들, 이번 명절 연휴에는 전부들 극장 가서 이 영화 보고 깔깔 웃다 왔나 보다. 연휴 마지막 날 집계로 ‘극한직업’은 개봉 14일 만에 900만 관객 수를 돌파했다.
 
코미디 영화야 늘 반갑지만 ‘극한직업’이 특히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 한 해만 해도 수많은 코미디 영화가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가 사라진 걸 생각하면, 이 영화에는 무언가 특별함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필자의 짧은 견해로는, 아마 다음과 같은 원인이 흥행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극한직업' 한 장면. 영화 극한직업은 '수사를 위해 위장용으로 인수한 치킨집이 대박 났다?' 라는 매우 엉뚱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본격 코미디 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극한직업' 한 장면. 영화 극한직업은 '수사를 위해 위장용으로 인수한 치킨집이 대박 났다?' 라는 매우 엉뚱한 설정에서 출발하는 본격 코미디 영화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 이런 코미디는 없었다”
가끔 ‘장르적으로 충격적인’ 영화들을 만난다. 만듦새나 재미를 떠나, 작품이 제 장르에 충실하는 정도가 놀라울 정도인 영화들 말이다. ‘극한직업’이 관객을 웃기는 방식 역시 그렇다. 아직 작품을 보지 않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장면 하나를 미리 공개한다. 극 중 치킨집이 너무 잘 돼서 수사에 난항을 겪게 된 마약반은 한 가지 꾀를 낸다. 치킨 가격을 확 올려서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하자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무려 3만 6000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게는 여전히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를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던 한 형사, “심지어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는 꼭 들려야 할 맛집으로 소문이 났다”라는 말을 꺼낸다. 여기가 첫 번째 웃음 포인트다.
 
그런데 두 번째 포인트가 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일본인 관광객들이 깃발을 든 가이드의 인솔에 따라 우르르 몰려드는 것이다. 한 가지 반전으로 두 번을 웃기니 극장 안의 웃음소리는 이미 최고조에 달했는데 감독,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수사팀이 단체 손님을 향해 “이라샤이마세!”하고 인사할 때, 나는 폭소를 터뜨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 지금까지 이런 코미디는 없었다. ‘극한직업’은 코미디계의 ‘장르적 충격’으로 남겠구나, 라고.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
소비자 심리란 으레 그런 것일 터다. 이를테면 ‘짬짜면’처럼, 한 접시를 시켜도 거기에 두 가지 맛이 다 있는 그런 종류 말이다.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드는 쪽에서도 보통 다양한 재미를 준비한다.
 
코미디 장르에 ‘감동’을 섞는 건 예사다. 거기에 ‘섹시’를 섞는 사람도 있고 ‘교훈’을 섞는 사람도 있다. 이 중 최악은 그걸 전부 다 섞는 쪽이다. 하지만 2시간 이내에 보여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어설프게 섞느니 한 가지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많다.
 
‘극한직업’도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택했다. 여타 장르에는 통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극 중 고 반장의 아내(김지영)가 잠깐 감동 코드로 극을 끌고 가는 듯한 장면이 있는데, 몇 초도 되지 않아 코미디로 돌아온다. 나는 이 장면에서 무척 안도했다. 아, 이건 가히 절제의 경지다.
 
영화 속 치킨에는 ‘갈비인가 치킨인가’라는 능청스러운 홍보문구가 붙어 있지만, 그것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치킨이다. 손님이 치킨을 기대하고 왔으니 치킨을 준다. 그런 ‘기본’이 대박의 노하우다. ‘극한직업’도 여러 장르 외적인 요소의 유혹을 물리치고 끝내 코미디의 영역을 지킨다. 관객들은 그게 좋았을 것이다. ‘빡빡한 일상, 웃으러 가서는 그냥 웃고 싶다’라는 욕망에 영화는 적절한 답변을 들려주고 있다.
 
수년 전부터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말' 같은 읽을거리는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들 명절 쇠러 갔다가 쏟아지는 잔소리에 화만 더 얻어오는 것을 보면 실천은 더딘 듯하다. [중앙포토]

수년 전부터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말' 같은 읽을거리는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다들 명절 쇠러 갔다가 쏟아지는 잔소리에 화만 더 얻어오는 것을 보면 실천은 더딘 듯하다. [중앙포토]

 
영화의 이런 접근 방식은 명절을 맞이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명절에 하지 말아야 할 말’ 같은 읽을거리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실천은 더딘 듯하다. 명절 끝나고 스트레스가 더 쌓여 있는 직장인들을 보면 말이다. 어쩌면 다들, 명절 쇠러 갔다가 쏟아지는 잔소리에 화만 더 얻어 온 것인지도 모른다. 문득 어느 초등학생이 썼다는 시 한 편이 떠오른다.
 
틈만 나면 게임한다고
중독이라 하지만
난, 학교 갔다 와서 할 뿐
난, 학원 갔다 와서 할 뿐
난, 밥 먹고 할 뿐
난, 똥 싸고 할 뿐
학교도 안 가 학원도 안 가 밥도 안 먹어 똥도 안 싸
틈도 없이 하는 게 중독이지
틈도 없이 잔소리하는
엄마가 중독이지
-장기화 어린이의 「중독」 전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발췌.)
 
영화 ‘극한직업’과 위의 시는 우리가 장르 외적인 것을 어떻게 배제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자고로 명절이란 ‘즐거운 장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거기에 너무 많은 외적 요소를 섞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설픈 훈계, 지나친 간섭, 시도 때도 없는 잔소리는 꾹 참고, 다음 명절부터는 코미디로 가자. 그리고 웃자. 그것이 이 땅에서 ‘극한직업’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명절에 바라는 단 한 가지다.
 
전새벽 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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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