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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사흘째 '고립무원'···비건, 北 도청·감청 어떻게 뚫나

8일로 방북 사흘째를 맞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평양에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경우 해당 국가의 적극적인 협력을 받는 것과 달리 평양에선 통신이 철저히 ‘차단’된 데다, 북한 당국의 집중 ‘감시’를 의식할 수 받기 없기 때문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6일 방북하기 위해 숙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6일 방북하기 위해 숙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북한의 통신 사정에 정통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협상 대상에 대한 관찰과 도ㆍ감청을 통해 상대의 전략을 수집하곤 한다”며 “명운을 걸고 진행하는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어떤 식으로든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미국의 협상 정보를 수집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미국 대표단의 숙소는 물론 대표단의 동선상에서 집중 감시를 통해 ‘실마리’를 확보하려 들 것이란 얘기다. 그는 “남북 대화를 위해 평양에 갔을 때 숙소에서 소형 카메라와 도ㆍ감청 장비로 추정되는 물체를 본 적이 있다”며 “수건으로 물체를 덮거나 밖으로 나가 얘기하곤 했는데, 미국도 이런 평양의 상황을 고려해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벅정책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군용 항공기가 지난 6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벅정책특별대표 일행을 태운 군용 항공기가 지난 6일 경기 오산 공군기지를 이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일 오전 미군 군용기 편으로 평양을 방문한 협상 대표단이 금명간 귀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ㆍ미 실무협상 상황에 대해선 일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미국 정부도 공개할 내용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비건 대표가 협상 전권을 가지고 방북하긴 했지만, 본국(미국)에 협상 내용과 대응 방안을 주고받는 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협상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한 뒤 대응 방안을 문의하는 청훈(請訓)이나 지침인 훈령(訓令)을 송ㆍ수신해야 하는데 보안을 우려해 구체적인 상황보고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EPA]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왼쪽)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연합뉴스·EPA]

미국 대표단은 한국에 와서도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철저한 보안 장치를 사용해 왔다고 한다. 한국과의 협상 과정에서도 본국에 보고하거나 지침을 수령할 때 대표단이 지닌 핸드폰이나 일반전화가 아니라 미 대사관이나 연합사를 방문해 비화(秘話) 통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미국 대표단은 보안 장치가 돼 있는 위성 전화나 별도의 비화 장치를 휴대하고 평양에 갔을 것으로 보인다. 또 비건 대표는 본국과의 통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방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수준급인 북한의 도·감청 및 해킹 능력을 고려하면 언제, 어디서 미국의 입장이 간파당할지 모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방북했을 때도 장시간 머물지 않거나, 미국이 협상 장소를 판문점 등을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비건 대표가 현지에서 본국과 원격 협의는 최소화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비건 대표의 독자적인 판단이 어려운 상황은 본국과 협의하는 대신 추가 협상의 과제로 남겨두거나 돌아와 답을 주겠다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물론, 급할 경우엔 암호를 써 가며 위성 전화나 이메일을 활용하거나, 미국의 영사관 역할을 하다시피 하는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관을 이용할 수도 있다. 전직 당국자는 “2002년 10월 방북했던 제임스 켈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도 스웨덴 대사관에서 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안다”며 “미국은 대표단의 귀환을 위한 항공기 요청 등 일반적인 상황은 위성 전화나 일반전화를 사용하더라도 구체적인 협상 내용에 대해선 통신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의 전략을 알아내려는 북한의 창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방패 싸움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 협상 못지않게 물밑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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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