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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기관 림프절서도 전이···암세포 미스터리 풀렸다

 
“백혈구를 비롯해 면역세포가 꽉 차 있는 림프절(Lymph node) 안에서 어떻게 암 세포가 증식할 수 있는 걸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림프절에 전이된 암 세포의 생존전략을 밝혀냈다.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다가, 면역기관인 림프절 속에서는 지방산을 연료로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2012년 3월 독일 하노버 세빗 컴퓨터 박람회에서 현미경으로 연결된 대형 화면에 나타난 암세포의 보는 관람객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림프절에 전이된 암 세포의 생존전략을 밝혀냈다.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다가, 면역기관인 림프절 속에서는 지방산을 연료로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사진은 2012년 3월 독일 하노버 세빗 컴퓨터 박람회에서 현미경으로 연결된 대형 화면에 나타난 암세포의 보는 관람객들. [로이터=연합뉴스]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이 의문에 해답을 제시했다. 평소에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 암 세포가 림프절 안에서는 지방산을 주 연료로 사용하도록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장 연구팀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암 세포가 폐나 간 등 장기로 전이하는 현상에만 집중했다면, 이번 연구는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암 세포, 백혈구 많은 림프절에선 포도당에서 ‘지방산’으로 연료 바꿔 전이
 
림프절은 백혈구의 일종인 T림프구(lymphocyte)와 B림프구가 가득한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파이프 역할을 하는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돼있다. 이 때문에 암이 림프절에 전이됐다는 것은 그만큼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규영 단장은 “일반적으로 암세포가 림프절에 전이되면 3기 혹은 4기로 보고 치료 강도를 높이는 등 조치를 취한다”며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 예측과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림A는 림프절에서 흑생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한 것. 초록색이 암세포다. 림프절 속에서 암세포가 증식해 갈수록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가 더욱 활성화돼 있었다. 연구진이 지방산 산화 억제제(Etomoxir)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검은색)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자료제공=기초과학연구원]

그림A는 림프절에서 흑생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한 것. 초록색이 암세포다. 림프절 속에서 암세포가 증식해 갈수록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가 더욱 활성화돼 있었다. 연구진이 지방산 산화 억제제(Etomoxir)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검은색)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자료제공=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에 걸린 생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될수록 지방산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 지방산 산화(fatty acid oxidation)가 활발히 일어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하던 암세포가 주변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에너지를 얻는 대사 방법이 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이다. 연구진이 지방산 산화를 억제하는 약제를 투여하자, 림프절 전이가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연료 바꾸도록 명령하는 것은 암세포 전사인자 ‘YAP’ 
 
림프절 속 암세포가 지방산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것은 뭘까. 바로 암세포 전사인자인 ‘YAP’이었다. 고규영 단장은 “림프절로 전이된 암세포에서는 YAP이 활성화돼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며 “YAP의 발현을 유전적으로 억제하니 지방산을 에너지화하는 산화 과정도 억제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 A)과 유방암(그림 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지방산을 산화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YAP 유전자를 억제하니 암세포의 전이도 억제되는 모습(그림 D)을 보였다. [자료제공=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 A)과 유방암(그림 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지방산을 산화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YAP 유전자를 억제하니 암세포의 전이도 억제되는 모습(그림 D)을 보였다. [자료제공=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나아가 YAP이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담즙산(bile acid)이라는 것도 규명했다. 림프절에 전이된 암세포 안에서는 특이하게 담즙산이 많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이 세포 실험을 진행해 본 결과, 담즙산이 신호 전달 물질로 기능해 YAP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고규영 단장은 “이처럼 단계적으로 원인을 밝혀 나간 것은 치료제 개발 시 억제할 타깃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림프절 속 암 증식을 막기 위해서 지방산 산화 억제, YAP 발현 억제, 담즙산 억제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이충근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는 “림프절 전이를 치료하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연구의의를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YAP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담즙산을 암세포 스스로가 생산해내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향후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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