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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의 시시각각]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

최상연 논설위원

최상연 논설위원

널린 게 사기꾼이다. 대한민국선 그 흔한 교통사고나 절도범보다도 훨씬 많다. 대법원에 따르면 1심 재판 중인 사기 사건만 4만 건이 넘는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청와대 사칭이다.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의 양자 이강석을 사칭한 ‘가짜 이강석’ 이래 꽤나 자주 등장하는 고전적 수법이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시절엔 청와대 사칭 사기 성공률이 90%를 넘고 사기당한 돈만 수천억 원이란 통계가 있다.
 
약간의 차이는 있다. 박정희 정권 땐 새마을 운동, 5공 시절엔 전두환 대통령 친척을 주로 팔았다. 지난 정부선 문고리 3인방의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더니 문재인 정부는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단연 인기였다. 만취 운전하다 차량 3대를 들이받은 70대는 경찰서에서 “술자리에 종석이(임 실장)도 왔는데 종석이한테 전화해야 하니까 전화기 좀 달라”고 큰소리쳤다. ‘임종석 잘 안다’는 한 마디에 3000만원을 갖다 바친 경우도 있었다.
 
우린 왜 청와대만 입에 올리면 그냥 그대로 무너지는 걸까. 무소불위의 절대적 권력기관이라고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엔 암행어사를 수행한다고 속여 아전과 백성들의 돈을 빼앗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 뭐 다를 게 없다. 기-승-전-청와대다. 사기범들은 경찰에서 “임 실장 얘기가 가장 잘 먹힐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전 정부선 ‘기춘대원군(김기춘)’, 전전 정부 땐‘ 만사형통(이상득)’이었다. 얼마 전까지 임 실장은 ‘상왕’으로 불렸다.
 
역대 대통령의 작은 청와대 공약에도 불구하고 구중궁궐 청와대 위세는 꺾인 적이 없다. 그나마 문 정부선 작은 청와대를 말이나마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청와대 인력이 1000명을 넘고 예산은 역대 최고다. 그러니 경제부총리가 바뀌고 새 부총리는 ‘내가 경제 컨트럴타워’라고 외쳐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여전히 ‘왕실장’이다. 아무런 변화도 효과도 없다.
 
아이러니컬한 건 이런 전지전능 비서실을 제도화한 게 이 정부가 그토록 혐오하는 박정희 독재정권이란 점이다. 비서실이 내각을 틀어쥐고도 정책 실패 땐 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겨 대통령 권력을 최대화하려는 것이었다. 역대 정부가 고스란히 따랐고 심지어 오만과 불통의 조직 문화까지 대물림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출발점이고 당연히 으뜸 적폐다. 그런데도 전 정부, 전전 정부라면 전염병 취급하는 적폐청산 내각은 이런 폐습에 손을 댈 기미가 없다.
 
청와대 개편에 이어 꽤 큰 규모의 개각을 앞뒀다. 모든 눈과 귀가 하마평에 쏠렸다. 물론 새 사람으로 새 바람을 일으킬 필요는 있다. 하지만 관건은 물갈이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 편 찾기일 게 뻔할 것 같아서 만이 아니다. 제왕적 비서실에 받아쓰기 내각이라면 누가 장관이 된들 그리 달라질 것도 없어 보여서다. ‘내각 패싱’ ‘만기청람’은 이 정부 들어 더 자주, 더 강하게 듣는 푸념이다. 이런 식이면 코드 인사와 낙하산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테고, 검찰권 등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제왕적 청와대’엔 제동이 걸릴 까닭도 없다.
 
정부 권력은 가능한 한 민간에 넘기고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은 입법, 행정, 사법의 3권에 분배하라는 게 시대적 요구다. 대통령은 그런 분권의 조정자다. 그게 바로 통합의 길이고 ‘바보 노무현’의 못다 이룬 꿈이다. 지역 독식과 대립을 깨는 선거제만 받아주면 국회 다수 연합에 총리 지명권을 넘기겠다고 내려놨다. 그래야 대통령 잔혹사가 끝장난다. 이 정부가 입만 열면 내세우는 촛불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권 잡자 딴청이다. ‘오만한 사람은 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간다는 걸 모른다’는 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진 충고이자 훈계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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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