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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3년 공짜” 184개 스타트업 키우는 인도공대

인도 마드라스 공과대학(IITM) 리서치 파크는 창업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첸나이=심새롬 기자]

인도 마드라스 공과대학(IITM) 리서치 파크는 창업자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첸나이=심새롬 기자]

“이곳 기업들은 3년간 임대료 등 사업 초기비용 부담 없이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도 내 최첨단 스타트업이 자라는 인큐베이터 같은 곳이죠.”
 
지난 2일 인도 남부 첸나이에 위치한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IITM) 리서치 파크. 토요일인데도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출근해 곳곳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보고 있었다. 이곳 마케팅 총괄자인 아샤 찬드란은 “건물 4곳에 184개의 스타트업 기업과 74개의 연구개발(R&D) 연구실이 입주해 있다”고 소개했다.
 
IITM 리서치 파크는 정부 및 졸업생이 출연해 설립을 주도한 인도 내 비영리 산학협력기관이다. 기존 IITM이 가진 연구 역량과 시설을 활용해 출범했다. 설립 목적은 글로벌 기준을 선도하는 IT 신기술 개발 독려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제품과 서비스가 상용화 단계에 이른 벤처 기업들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인도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라 할 IITM 출신 이공계 엘리트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해 입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층마다 휴게실을 설치해 머리를 식히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갖췄다. [첸나이=심새롬 기자]

층마다 휴게실을 설치해 머리를 식히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도 갖췄다. [첸나이=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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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산학협력기관은 국내 대학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IITM 리서치 파크는 지원 규모와 역량이 압도적이다. 일단 입주하면 창업자가 3년간 93㎡(23평)짜리 사무실을 거의 무상으로 임대해 쓴다. 650명에 달하는 교수진의 도움을 수시로 받음은 물론이고 회사 운영에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를 교직원들과 상시 논의한다. 매년 신규 입주하는 스타트업 기업 수가 40여 곳에 이른다. 아샤 총괄은 “9년간 확장을 거듭해 현 시설 부지 규모가 11만2000㎡(3만4000평)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집권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핵심 정책 중 하나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를 내세우며 IITM 리서치 파크와 같은 연구단지를 전국에 육성했다. 이곳에 둥지를 트는 스타트업 중 20%가량이 4차 산업혁명 핵심인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도 내 1위 대기업인 타타그룹의 IT서비스 기업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 TCS) 최고기술경영자(CTO) 아난스 크리슈난 등이 이곳 출신이다. 이외에도 기계공학 및 디자인, 신재생 에너지, 빅데이터 활용, 바이오메디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기업을 망라한다.
 
정문 쪽에서 바라본 리서치 파크 건물 전경. [IITM 리서치 파크]

정문 쪽에서 바라본 리서치 파크 건물 전경. [IITM 리서치 파크]

IITM 리서치 파크의 첨단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가장 큰 동력은 경쟁 시스템을 통해 길러진 우수한 인적자원이다. 입주사 중 한 곳인 ‘에어오케이(AirOK)’는 지난해 기존 헤파필터 대신 활성화탄소를 이용한 신개념 공기청정기를 개발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 회사 설립자인 샤라스 찬드라 제이는 “수도 델리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도에서도 공기 정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데 착안해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기존 공기청정기보다 필터 교체 비용이 30% 이하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필터의 교체주기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인공지능(AI)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도 내수시장 진출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이슨 등 글로벌 가전기업과의 기술 협력도 타진 중이다.
 
인도가 IT산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육성이 자국 경제를 단기간 내 발전시킬 열쇠라고 생각해서다. 모디 정부는 집권 후 경제성장 정책 구호를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로 정하면서 ‘디지털 인디아’를 주요 하부정책으로 내세웠다. 인도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등지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값싼 영어사용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진출하면서 형성된 IT 노동시장이 있다. 디지털 인디아는 전기전자·정보통신 산업 육성에서 나아가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인도 정부가 2016년 시작한 ‘스타트업 인디아(Startup India)’ 사업도 자국 내 기술창업 물결에 힘을 실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장려한 결과 지난달까지 공식 집계된 기업 수가 1만5417곳에 이른다. 정부 산하 투자청인 ‘인베스트 인디아’의 찬드리마 신나 부회장은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인도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IITM 리서치 파크 직원인 수딥타 복시는 “다른 곳에 비해 성장 가능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차세대 공기청정기 개발 스타트업 ‘에어오케이(AirOK)’ 창업자 샤라스 찬드라 제이가 상용화에 성공한 모델 ‘비스타750’을 소개하고 있다.

차세대 공기청정기 개발 스타트업 ‘에어오케이(AirOK)’ 창업자 샤라스 찬드라 제이가 상용화에 성공한 모델 ‘비스타750’을 소개하고 있다.

다만 고질적인 인력유출이 해결 과제다. 인도에서는 마드라스를 포함한 23곳 도시에 인도공과대학(IIT)이 설치돼 이공계 인재를 기른다. 이들의 탁월성은 실리콘밸리 등 세계 곳곳에서 인정받았다.  IIT 졸업생의 해외 유출 비율은 1990년대 70%에 달했다가 2000년대 들어 감소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창업자들은 기술의 사업성이 확보되는 즉시 미국 등지로 떠나는 일이 잦다.
 
인도의 경제전문지 더인디안익스프레스의 슈바짓 로이 선임기자는 “저렴한 수준의 국내 인건비가 불가피한 인력유출을 야기한다”면서 “스타트업 육성 정책 등이 효과를 보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제규모가 발전해야 IT 관련 일자리 창출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젊고, 값싸고, 경쟁력 있는 노동력이야말로 인도의 경제발전을 가능케 할 최대 요인으로 꼽히지만 이것이 4차 산업혁명 발전에 있어서는 허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인도 간 IT 협력은 갈 길이 멀다. 90년대부터 삼성·LG 등이 성공적으로 현지에 진출해 ‘한국=IT 강국’ 이미지를 쌓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교류 실적은 여전히 미미하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투입 자본 대비 효율을 크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심상렬 광운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의 정치외교 리스크가 경제협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입증된 상황에서 인도는 시장규모나 기술 수준에 있어 동남아를 뛰어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17년 기준 1983달러(약 213만원)로 한국(2만9891달러)의 6.6% 수준이다.
 
첸나이=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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