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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까지 외화벌이에 이용”…선전선동부에 불똥 튀나

노동신문 인터넷 지면보기 왜 중단됐나
이달 27~28일로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평양 쪽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핵과 대미 협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꺼낼 카드는 뭘지, 대북제재와 관련한 북한 내부의 속사정 등에 국제여론과 언론의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김정은 체제를 지배하는 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은 북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 역할을 해왔다. 체제 선전·선동 목적의 관영 매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남·대미 관련 공식 입장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데 요즘 노동신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북한 측 논리나 주장을 한창 쏟아내고 여론 확산에 주력해야 할 시점에 인터넷을 통한 지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신문을 인터넷으로 지면과 같은 형태로 볼 수 있는 PDF서비스가 갑자기 사라진 건 지난해 12월 24일부터다. 아무런 예고나 설명이 없이 중단됐다. 사이트 상단 ‘PDF 서비스’ 버튼을 누르면 지면 열람이 가능했는데 하루아침에 없애버린 것이다. 노동신문이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건 1990년대 말로 파악된다. 당시 인터넷을 통한 체제선전과 대외 선전·선동에 눈뜬 북한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한이 일본과 중국·캐나다 등에 친북단체 명의 등으로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는 162개에 이르는 것으로 우리 관계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김정은 찬양 선전과 함께 가짜뉴스를 통한 대남비방과 반정부 선동에 주력하고 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상당수 친북 성향 홈페이지는 관련 법령에 의해 차단돼 있다.
 
하지만 통일부·국가정보원 등 정부 대북 부처는 물론 전문가·연구기관의 경우에도 우회 프로그램을 가동해 이들 사이트의 북한 관련 원문자료나 사진·영상을 정책수립이나 연구 목적에 활용해 왔다. 우리 공안당국은 학술연구나 취재·보도 목적의 북한 원문자료나 영상 활용의 경우 비교적 폭넓게 허용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북한도 이런 점을 의식해 노동신문 사이트 등에 속보 형태로 발표문이나 주요 기사를 올리거나 사진을 제공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당일 오전에 노동신문 지면을 볼 수 있고, 기사 전문을 접할 수 있어 연구에 보탬이 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한이 왜 노동신문 지면보기 서비스를 중단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평양의 노동신문 본사나 이를 관장하는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공식 입장 표명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의 위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본 코리아미디어 측과 접촉한 이찬우씨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노동신문이 홈페이지를 무료로 지면을 보여주었지만 유료로 정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을) 제재하는 국면에서 자력갱생 시대에 무료로 신문 지면을 보는 상황을 정비했다”고 덧붙였다. 행간을 짚어보면 대북제재로 어려워진 사정과 맞물려 노동신문 지면보기 서비스의 유료화가 결정됐다는 점이 드러난다.
 
북한이 노동신문 전재계약을 내세워 우리 언론사들로부터 더 많은 달러를 챙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뉴스서비스 통신사인 연합뉴스는 2015년 3월 재일 조총련계 중개인과 노동신문 판권 계약을 맺었다. 일정 액수의 돈을 지불하는 대신 ‘한국 내 독점 배포권’을 얻은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국내 일부 언론사가 노동신문 판권을 따내려 중개인 측과 접촉에 나서면서 경쟁이 붙었다. 이들 언론이 연합 측이 현재 지불하는 액수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이를 즈음해 북한과 중개인 측이 인터넷 지면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깐깐하게 나오기 시작했다는 게 연합 측 주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연합 측이 노동신문 독점권을 갖고 있으며, 여타 언론사의 시도는 불발되거나 난항을 겪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는 일단 수습국면이지만 노동신문 홈페이지 지면 서비스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현재는 연합뉴스와 외신 등에 유료로 제공하는 PDF서비스만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찬양과 체제선전 위주인 노동당 기관지를 돈까지 내가면서 봐야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고, 대북 현금 제공 등은 엄격히 차단하고 있는 상황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제재 차원에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업체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해당 기관과 직접 맺은 계약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독점 계약 등을 내세워 달러를 챙기는 조총련계 중개인 등이 북한과 공식 계약관계인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서비스 중단 사실이 평양 최고지도부에 알려질 경우 노동신문과 관계자들이 불벼락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 기관지를 달러벌이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될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선전선동부에까지 불똥이 튈 경우 제1부부장인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나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북측이 노동신문 화질을 일부러 떨어트리는 꼼수를 부리다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 사진이 깨져버린 일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남북 간 저작권 문제의 가교역할을 표방한 단체가 있지만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란 기관은 북한 조선중앙방송위원회로부터 대행권한을 받았다면서 2005년께부터 우리 방송사들로부터 대북 저작권료를 챙겼다. 지난 13년 간 187만 6700달러(21억 1260만원)를 거둬들였고, 대북제제로 북한에 보내지 못한 일부 금액은 법원에 공탁 중이다. 통일부는 2009년 보고서에서 “경문협의 대북 파트너인 ‘저작권 사무국’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남북 교류 중재라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우리 방송 콘텐트를 무단사용하는 북한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남측 방송사에게만 저작권료를 받아 북한에 챙겨줬다는 점도 지적됐다. 통일부는 이 단체의 승인 취소까지 검토했지만 현 정부 들어 유야무야됐다. 경문협의 설립을 주도하고 이사장을 맡은 임종석씨가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되면서다.
 
남북 간 언론교류와 저작권 문제를 북측과 직접 논의해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일부 신문·방송 및 통신사가 북측과의 교류를 타진했지만 단발성 취재나 간접 접촉 수준에서 벽에 부닥쳤다. 한 재미교포 인사는 “방북 과정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남조선 언론이나 기자가 평양을 휘젓고 다니거나 지국 설치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정적인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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