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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대신 언니라 불렀다 혼나" 가족 호칭 변경 현실은?

[중앙포토]

[중앙포토]

지난 설날(5일), 시댁에 간 이지연(30)씨는 남편의 여동생 김혜윤(32)씨에게 '아가씨'가 아니라 '언니'라고 불렀다가 집안 어른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이씨는 "스무살 때부터 10년간 남편 가족과 같은 교회를 다녔다. 남편과 사귀기 전부터 친한 언니동생 사이"였다며 “이번에 가족 호칭도 바뀌었다는데 어른들의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규리(26)씨도 “엄마가 예전부터 도련님이나 아가씨 호칭을 불편해했지만, 집안 어른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해 어른들 앞에서는 그 호칭을 써야 했다”며 “올해도 눈치 게임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국립국어원과 여성가족부는 여성 차별적인 호칭을 고치는 내용의 ‘가족 호칭 정비안’을 발표했다. 정비안은 ▶'시댁-처가'로 기울어져 있는 명칭을 '시댁-처가댁' 혹은 '시가-처가'로 맞추고 ▶양가 부모님을 구분 없이 '아버님·아버지, 어머님·어머니'로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 호칭인 '도련님·아가씨·처남·처제'를 '○○씨, 동생'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설 명절을 맞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자며 새로운 표현 7개를 제시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가족 호칭의 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성차별적이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설 명절을 맞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자며 새로운 표현 7개를 제시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가족 호칭의 성 차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남성보다 여성이 '성차별적이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정비안이 나온 후 첫 명절인올해 설 연휴. 바뀐 호칭을 사용한 사람은 없었다. 중앙일보는 20대부터 60대 남녀 26명에게 호칭 변화가 적용됐는지 물었지만 모두 “적용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호칭을 바꾸지 못한 이유로 “어른들의 눈치”를 꼽았다. 경기도 고양시의 홍지영(61)씨는 “남편의 남동생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지난 수십년간 ‘도련님’ 호칭을 사용했다”며 “시집 왔을 때부터 쓰던 호칭을 바꾸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고, 집안 분위기상 호칭을 바꾸자고 제안할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번 정비안이 나오기 전부터 명목상의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설 연휴 가족을 보기 위해 광주에 갔다는 대학생 문효식(22)씨는 “형이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결혼했는데 형수님이 나를 이름으로 부른다”며 “어릴 적부터 서로 알았던 사이라 나도 형수님보단 누나라고 부르는 편”이라 답했다.
 
바뀐 호칭을 쓰지는 못했지만, 대다수는 호칭 정비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정수빈(26)씨는 “유교 사회의 성차별 호칭에 대한 국민의 반감과 시대 흐름을 정부가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처제·처남 등의 호칭까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 동작구의 김모(56)씨는 “처제라 부르면서 그게 하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관습적으로 내려오던 호칭을 사용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호칭 변화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에 대한 인식 변화와 성 평등 인식 확산에 따라 가족 호칭이 변화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면서도 “가족 구성원 관계 같은 일상의 미묘한 사회적 관계는 교육이나 대중문화를 통해 자발적·점진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민·최연수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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