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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싶은 이야기] “미국 안전인증 받겠다” UAE에 약속…사르코지 방해 뚫고 원전 수주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018년 3월 26일 한국 원전 기술로 완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오른쪽에서 둘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첫 해외 원전 준공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018년 3월 26일 한국 원전 기술로 완공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식에 참석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왕세제(오른쪽에서 둘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첫 해외 원전 준공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전에서 한국의 한전, 미국·일본의 GE·히타치 컨소시엄과 함께 프랑스의 국영기업 아레바(AREVA)가 예선을 통과하자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수주라도 한 듯 치적으로 내세웠다. 그는 한국의 원전 기술력과 경쟁력을 잘 몰랐으며 그 대가는 컸다. 
예선 결과 발표 뒤 UAE 행정청의 데이비드 스콧 에너지 국장이 자주 나를 찾아와 현안을 협의했다. 실세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알나흐얀 왕세제의 신임을 받은 스콧은 백악관에서도 근무했던 미국인이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들의 국제사업 경험 부족과 UAE의 엔지니어 가뭄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당시 UAE의 원자력 전공자는 미국 퍼듀대 석사인 하마드 알리 알카비 현 국제원자력기구(IAEA) 대사가 유일했다. 
나는 고리 원자력교육원에 2년 과정의 ‘한국전력 국제원자력 대학원대학교(KINGS)’를 세워 한국·UAE는 물론 원전을 원하는 모든 나라의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2012년 3월 개교한 KINGS는 매년 100명의 국내외 원자력 전공 석사를 배출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진 2009년 12월 27일 한국전력 지하 상황실에서 엔지니어들과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첫 해외 원전 수주다. [정근모 박사]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진 2009년 12월 27일 한국전력 지하 상황실에서 엔지니어들과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첫 해외 원전 수주다. [정근모 박사]

또 다른 문제는 한국 표준원전의 설계 안전성에 대한 국제인증이었다. 프랑스가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헐뜯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오자 한국은 UAE에 미국 원자력안전규제 위원회(NRC)에서 설계안전인증서(DC)를 받겠다는 과감한 약속을 했다. DC 획득은 일본·프랑스 모두가 포기했을 정도로 난제다. UAE는 한국의 약속을 받고 안전 의구심을 지웠다. 심사는 까다로웠고 길었다. 계약은 물론 원전 1호기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2018년 9월 28일에서야 NRC는 한전·한수원에 DC 심사 통과를 알려왔다. 미국이 안전성을 확인함으로써 후발국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원전 강국으로 올라섰다. 원자력 실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자들의 땀과 의지의 결과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 위원회(NRC)가 한국형 표준원전인 APR-1400 설계에 대해 발부한 설계안전인증서(DC).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미국이 확인했다는 증서다. 프랑스와 일본도 받지 못한 DC를 확보하면서 한국은 원전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NRC는 2018년 9월 28일 DC 심사 통과 사실을 알려왔다. [정근모 박사]

미국 원자력안전규제 위원회(NRC)가 한국형 표준원전인 APR-1400 설계에 대해 발부한 설계안전인증서(DC). 한국 원전의 안전성을 미국이 확인했다는 증서다. 프랑스와 일본도 받지 못한 DC를 확보하면서 한국은 원전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NRC는 2018년 9월 28일 DC 심사 통과 사실을 알려왔다. [정근모 박사]

한국의 수주 가능성이 커지자 다급해진 사르코지는 2009년 5월 UAE로 날아가 군사기지 제공 등 당근책을 내놨다. 한국 정부도 고위급 인사가 찾아가고 홍보에 나서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애썼다. UAE는 이런 경쟁을 가격을 깎는 데 이용했다. 
2009년 12월 27일 수주계약 소식이 전해진 순간 그동안 애썼던 엔지니어들은 한전 지하 상황실에서 환호의 눈물을 흘렸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2000명이 넘는 한국의 원전 엔지니어는 2만 명 이상의 외국인을 지휘해 ‘제시간에, 예산 범위 안에서, 완벽한 품질로’ 바라카 원전 1호기를 완공했다. 전 세계 원전 건설에서 드문 ‘퍼펙트게임’이다. 대한민국이 21세기 초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업적이다. 
2015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정근모 박사(가운데)와 한국 엔지니어들.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원전 건설 사상 드물게 정해진 시간 에, 예산 범위 안에서 완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정근모 박사]

2015년 3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현장을 방문한 정근모 박사(가운데)와 한국 엔지니어들. 바라카 원전 1호기는 원전 건설 사상 드물게 정해진 시간 에, 예산 범위 안에서 완공하는 기록을 세웠다. [정근모 박사]

1호기 준공식은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이제 2·3·4호기의 연속 완성만 남았다. 정치인들은 이를 보며 밝은 미래 비전을 국민에게 전하기 바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아닌 긍정적인 도전정신이지 않은가.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황수연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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