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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기석칼럼] 사랑할 때와 죽을 때

T.S 엘리엇(Eliot)은 1922년 발표된 ‘황무지’(The Waste Land‘ 의 서사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로 시작하고 있다. 봄의 생명이 움직이는 4월이 잔인한 이유가 죽음과 같은 삶을 강요당하는 현실 때문일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서 이러한 4월이 잔인한 달로 역설적인 공감을 얻게 된 이유는 4.19혁명의 수많은 젊음과 숭고한 영혼이 무고한 붉은 피를 뿌린 이유로 보인다. 그해 4월은 자유가 약동하는 빛나는 꿈의 계절로 자유라는 이념과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이 빛난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의 4월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만 생각해서 그 의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후로 어마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여전한 듯 보인다. 설 명절 끝의 큰길 현수막들은 ‘타는 목마름’의 그것들로 펄럭이고 그 끝에는 정치적인 구호 문구로 여전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도 왜 이런 얘기들은 끝없는 논쟁과 다툼의 바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가. 시원한 대답은 없다. 그 대답은 더 많은 아집에서 시작되고 비롯되는 것인지 모른다. 4월이 오기도 전에 지난 1월 한달이 문재인 정권에서 더 잔인한 달로 기억되고 있다. 한번, 아니 몇 번 나와야 끝날 정권마다의 헛발질들이 30일 안에 죄다 터져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조차 들 정도였다. 그것이 정치세력안 고인물에서 썩은 냄새가 뭉쳐 발화돼 터진 것인지, 혹은 괜한 스캔들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누구도 말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제대로 된 헛발질들이었다는 점이다.

우선 민주주의 뿌리로 불리는 목포시가 텃밭인 정치 9단의 ‘목포지킴이’ 박지원 의원을 지금 이 순간에도 진땀나게 만들고 있는 ‘목포사랑꾼’ 손혜원 무소속 의원 투기 의혹과 안팎의 여러 의혹들은 여당의 누구하나 입을 못 열게 만들었고 심지어 청와대마저 침묵으로 일관하게 만든 최악의 악재로 작용했다. 비슷한 시간에 터진 재판청탁의혹의 서영교 의원은 벌어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던 손 의원 덕분에 슬쩍 본질을 흐린 경우지만 그 죄질을 중히 여기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영화의 후편이 이어진 얘기인지 가늠이 안돼도 핵심참모란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아세안으로...’는 헛발질의 백미로 비쳐지고 있다. 마치 울고 싶은 사람 뺨을 친 격이다. 그 울고 싶은 사람들은 50·60대와 20대였고 모두의 상황은 최악으로 벌어지면서 눈사람처럼 커져 설 명절 내내 안주감이 됐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사랑할 때와 죽을 때도 그 시간이 다르고 방법이 달라서다. 지금이 이런 휘발유 붓는 얘기들로 정국을 면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른 헛발질은 분명 아닐 얘기다. 청와대의 당혹스러움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스캔들이나 발언이라면 더욱 문제가 크다. 이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을 지지하다 갑자기 떨어져 나가고 있는 아세안행 비행기 대기자들은 일 년여 남은 총선을 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상황을 제대로 추스르지 않으면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믿기 싫어하는 여당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여당 대표들은 귀성열차 마중에 호남선에 줄을 서 웃음과 악수를 선물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선보였다. 착각과 이 역시 당내 다툼의 소지(?)가 커 보인다.

정권에 켜진 경고등이 벌써부터 빨간색이란 의미다. 그 경고등이 켜지면서 돌아가는 데는 대통령이 전국에 나누어준 예비타당성면제 사업도 일조를 했다. 얻은 자가 있으면 잃는 자가 있는 법. 예상치 못한 시민단체와 소외지역의 반발이 그 도를 넘고 있다. 균형발전을 위한 용단이라지만 같은 당 지방정부 수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난감해 죽을 맛이다. 이들에게 돌아온 말들은 한결같다. 너무 뻔한 말들이라 넘어간다. 판사의 판결을 비난한 것은 야당도 과거에 숱하게 저지른 죄목이라 넘어가더라도 여럿의 궁금증을 그냥 지나가기도 힘들게 된 정권이다. 스스로 부른 악재에도 살 길은 남아있고 고작 1년여다. 지금 야당에서는 저 마다 나오겠다는 난리에 고만 나오라고 독기어린 눈짓을 주고 있지만 여당의 선수들은 안희정 부터 김경수에 이르기까지 싹이 마르고 있다. 숨겨놓은 선수가 있다 해도 푸른 싹이 하나라도 안보여서는 곤란하다. 우리 정치사에서 슈퍼스타는 기억에 가물하다. 헛발질은 있을 수 있지만 잦아지면 패배로 이어진다. 분명 고쳐나가고 다듬어 나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잘라내고 가야 하는 중요한 때다.

문기석 주필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위 기사는 중부일보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부일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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