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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들여 시·군마다 '지역상담소' 만들겠다는 충남도의회

“세금 낭비에 명백한 월권행위다. 기초(시·군)의회를 무력화하겠다는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충남도의회는 최근 각 시·군에 지역상담소를 설치하는 조례안을 가결, 시·군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의회]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충남도의회는 최근 각 시·군에 지역상담소를 설치하는 조례안을 가결, 시·군의회와 공무원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의회]

 
충남도의회가 각 시·군마다 지역상담소를 만들겠다고 나서자 기초의회와 시·군 공무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행정사무감사를 놓고 벌어진 광역-지방의회간 갈등에 이은 두 번째 기 싸움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31일 충남 도내 전 시·군에 지역상담소를 설치하는 내용의 ‘충남도의회 지역상담소 설치·운영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조례안은 찬성 24명, 반대 9명으로 가결됐다.
 
조례안은 도의회가 15개 시·군에 지역상담소를 설치하고 도의원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 퇴직 공무원을 상담사를 위촉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역 주민이 입법·예산과 관련한 정책을 건의하고 각종 민원을 수렴하기 위한 취지라고 한다. 
지난해 11월 12일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와 충남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으로 구성된 행정사무감사 폐지 공동대책위가 부여군청 앞에서 충남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2일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와 충남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으로 구성된 행정사무감사 폐지 공동대책위가 부여군청 앞에서 충남도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의회는 천안 3곳과 아산 2곳 등 18개 지역상담소 설치·운영에 필요한 예산 19억6200만원(4년간)은 의회 자체 예산을 통해 마련키로 했다. 애초 도의회는 각 시·군에 사무실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들이 반발하자 자체 예산으로 전환했다. 의회 자체 예산 역시 충남도민이 낸 세금이다.
 
이 조례안을 제안한 김형도 충남도의회 운영위원장은 “지역 주민의 정책 건의와 현안, 생활 불편사항 등을 수렴하고 주민이 겪고 있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상담소를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5개 시·군의회와 공무원노조, 시민사회단체는 이미 시·군마다 기초의회가 있는데 도의회에서 별도의 예산을 들여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비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조례 입법 예고기간인 지난달 29일 도의회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5일 충남시장군수협의회와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충남도의회 앞에서 행정사무감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5일 충남시장군수협의회와 충남시군의회의장협의회,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 등 4개 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가 충남도의회 앞에서 행정사무감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역의회(도의회)가 기초의회(시·군의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시·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도의회가 다시 시·군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게 기초의회의 주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세종충남본부는 “상시 고용체제로 들어가면 20억원으로는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의원들이 (지역구에서)자신의 정치를 하기 위해 만드는 사실상의 선거사무소”라고 말했다.
 
상담소 운영과정에서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미 천안과 당진·청양 등 일부 시·군에서 도의원을 위한 사무실을 제공했지만, 민원 상담 등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예산과 홍성 등은 충남도의회와 불과 10~20분 거리라 상담소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3일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천안시를 방문했지만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이 '지방분권에 역행한다' 등의 이유로 철회를 촉구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충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3일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천안시를 방문했지만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이 '지방분권에 역행한다' 등의 이유로 철회를 촉구하며 막아서고 있다. [뉴시스]

 
충남도의회에 마련된 도의원 사무실도 회기 때를 제외하고는 이용률이 높지 않다고 한다. 지역상담소가 도의원 개인의 선거사무소로 변질하고 상담사는 개인비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의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작지 않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9명이나 나왔고 6명은 기권했기 때문이다. 기권표 가운데는 도의회 지도부인 일부 상임위원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례안에 반대한 오인환(논산1) 도의원은 “상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별도의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남도의회의 서산시의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공무원 노조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서산시청을 방문했으나 입구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의 저지로 시청에 진입하지 못하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돌아갔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충남도의회의 서산시의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가 공무원 노조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도의회 안전건설소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행정사무감사를 위해 서산시청을 방문했으나 입구에서 공무원 노조원들의 저지로 시청에 진입하지 못하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돌아갔다. [연합뉴스]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장은 “지역상담소가 설치됐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있었고 도민과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의회는 지난해 11월 12~16일 충남 천안·보령·서산시, 부여군 등 4개 시·군을 대상으로 각 자치단체가 추진한 사업과 예산 낭비 사례 등을 점검하겠다며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공무원노조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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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