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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이례적 이틀 회담…종전선언 가능성

트럼프의 '56초' 북한 거론, 그 속에 숨은 3대 키워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하원 회의장에서 취임 후 두번째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 28일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하원 회의장에서 취임 후 두번째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 28일 이틀 동안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82분의 연설 중 56초. 주목을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단 다섯 문장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 사태를 언급한 122초의 절반도 안 됐다.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안 됐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큰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당초 배포된 원고에 있던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을'은 실제 연설에선 빠짐),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는 트럼프의 단골 메뉴. 또 트럼프는 "우리의 인질들은 집에 왔고 핵 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없었다", "대담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으로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역사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마디로 "27~28일 양일 간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발표 외에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국정연설이 끝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25일(현지시간) 출발해 베트남 현지 시간 26일 도착한다"며 "(회담이 끝난 뒤) 베트남에선 28일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의 짧은 북한 관련 언급 속에서도 주목할 점들은 있었다. 크게 세가지.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실무 협상의 현 진척 상황, 나아가 '베트남 회담'의 큰 그림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들이다.
 
①왜 '도시'는 발표 안 했나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발표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운명을 가를 2차 북미정상회담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된다. 사진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개최만 밝히고 다낭·하노이·호치민 중 어느 도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첫째 가능성은 아직 북미 간에 개최 도시에 대해 합의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CNN은 이날 국정연설이 끝난 뒤 회담 준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아직까지 미국은 다낭을, 북한은 하노이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자국 대사관이 있는 하노이를 선호하지만, 미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 당시 이미 경호·동선 등 준비를 마쳐 회담을 치르기 편한 다낭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주 여러 번에 걸쳐 "(개최) 국가가 정해졌다"는 말은 했지만, 도시가 확정됐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CNN은 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평양에 들어가 개최 도시를 포함한 세부 내용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며 "비건은 북한 측 카운터파트(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에게 이제부터 정상회담 사이에 연쇄적으로 실무회담을 하자고 재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연설 이후인 5일 심야 국무부가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베트남 방문 일정'에도 극히 이례적으로 도시 이름이 빠진 채 '베트남'이라고만 돼 있다.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생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스1

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귀경객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 생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뉴스1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미 개최도시도 정해져 있지만 경호 문제 상 발표를 더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1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개최 장소(location)를 공개했지만(disclosed), 측근들이 경호 문제를 들어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NYT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어떤 도시에서 개최한다는 사실까지 언급한 것인지, 혹은 베트남이란 국가명을 지명한 것을 두고 NYT가 '장소(location)'라 표현한 것인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북한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경호 문제에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그럼에도 1차 싱가포르 회담의 경우 회담(6월 12일) 42일 전인 5월 1일에 트럼프가 트위터를 통해 개최 일정을 공개한 만큼 아직까지 개최 도시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건 큰 차이가 난다. 
 
한편 CBS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베트남이 선택된 이유는 미국과 북한 모두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베트남과 미국의 궤도(베트남전쟁 당시 적이었지만 최근 좋은 관계를 구축)가 미국과 북한이 향후 잠재적으로 보다 좋은 관계(warmer relations)로 나아갈 수 있다는 '바람직한 모델(hopeful model)'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②'이틀' 개최, 한국·중국 끼어든 큰 그림 그려지나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시진핑 중국 주석,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싱가포르 회담을 발표할 당시 미국은 6월 12일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이달 27~28일이라고 발표했다. 이틀 간에 걸쳐 회담한다는 사실을 회담 전에 공식화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1차 회담이 그랬듯 정상 간에는 이미 실무진에서 조율된 합의문에 의견을 교환하고 사인을 하는 절차로 끝나기 때문에 '이틀 회담'을 하게 된다는 건 뭔가 '다른 이벤트'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둘째날인 28일에 합류해 '3자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에도 성사 직전까지 갔다 무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무역협상 시한인 3월 1일 직전에 담판을 짓기로 돼 있는 만큼 시 주석까지 베트남 회담에 합류해 '4자 종전선언', 혹은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 앞서 주요 방송사 앵커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달 말 시 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연쇄적으로 개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 구체적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두고 양측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전제로 한 회담 날짜 설정은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회담'을 발표한 것은 이번 2차 베트남 회담에선 무슨 일이 있어도 비핵화 조치의 구체적 진전에 합의하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며 "퇴로를 닫아두고 담판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③ 북한에 대한 당근도 채찍도 없었다
연설 직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에 매우 미국적이며, 하면 된다는 낙관적인 접근법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협상과 관련한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른바 북미 양측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상응 조치'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음으로써 6일부터 시작된 비건-김혁철 협상에 충분한 옵션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국은 김 위원장을 만나 본인이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미 정부 소식통은 "국정연설은 원래 국내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외교문제는 큰 구도만 제시하는 게 관례"라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 의회의 의구심이 강하게 남아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의회에서의 국정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상책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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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