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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언제 할거니?=20만원…'명절 대피소' 찾는 사람들

지난 2일 마포구 염리동 '퇴근길 책한잔'의 '명절없는 사람들'. 15명이 모였다. 김정연 기자

지난 2일 마포구 염리동 '퇴근길 책한잔'의 '명절없는 사람들'. 15명이 모였다. 김정연 기자

 
지난 2일, 마포구 염리동에 위치한 작은 책방, ‘퇴근길 책한잔’에 15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대부분 20-30대로, 이 책방에서 준비한 명절 대피 번개모임 ‘명절없는 사람들’을 찾은 사람들이다.  
 
퇴근길 책한잔 명절없는사람들 공지. [페이스북 캡쳐]

퇴근길 책한잔 명절없는사람들 공지. [페이스북 캡쳐]

 
이 모임을 기획한 김종현 대표는 ‘괜히 스트레스 받는 가족 모임 가지 말고 책방에 모여 명절 잔소리 없는 술판&난장판을 벌여봅시다’라며 모임을 소개했다. 명절을 피해 모인 20-30대의 화제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와인 마시는 법, 요즘 새로운 회식 문화 등으로 다양했다. 간혹 ‘결혼 시 남녀의 재산 문제’ 처럼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도 있었지만, 각자 ‘자기의 경험’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고 끄덕끄덕 하는 식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결혼은 이래야 한다’ 식의 ‘꼰대질’은 없었다.  
 
 
흔해진 '명절 대피소' 서점·문화공간 위주
명절을 맞이해 일가친척이 모이는 게 불편한 사람들을 모으는 ‘명절대피소’가 명절 고정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몇년 전부터 일부 독서실‧영어학원 등에서 ‘집중학습’ 목표로 처음 사용했던 ‘명절대피소’가 젊은 층이 명절을 보내는 한 가지 풍속처럼 퍼지면서, 서점‧문화공간 위주로 명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양새다.

 
완벽한 날들 명절대피소. [인스타그램 캡쳐]

완벽한 날들 명절대피소. [인스타그램 캡쳐]

 
속초시에 위치한 서점 겸 게스트하우스인 ‘완벽한 날들’에서는 설 명절 2주 전인 1월 20일부터 ‘완벽한 명절 대피소’ 참가모집 공고를 냈다. 설 당일인 2월 5일 저녁에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모집정원인 8명을 다 채웠다. ‘완벽한 날들’ 책방지기인 최윤복(36)씨는 “자의든 타의든 명절에 가족을 만나러 가지 않는 사람들끼리, 틀에 박힌 대화가 아닌 편한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일상‧가족‧인생 등 주제가 적힌 카드로 대화를 나누는 기획을 했다.  
 
이번 행사 공지에는 ‘여러분의 나이, 직업, 학교,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결혼계획, 자녀계획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이름조차 묻지 않을수도 있습니다’라고 안내돼있다. ‘대학은 어디 갈거니?=5만원’ ‘결혼은 언제 할거니?=20만원’ ‘애기는 언제 가질거니?=25만원’ 등이 쓰인 <잔소리는 유료입니다> 메뉴판도 함께 공지됐다. 최씨는 “가볍게 받아칠 수 있는 질문은 좀 저렴하게, 더 묵직한 질문일수록 더 큰 금액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명절대피소' 원조, 설에도 책장 넘기는 학원가의 명절 
2019년 설 파고다 종로 명절대피소. 김정연 기자

2019년 설 파고다 종로 명절대피소. 김정연 기자

 
‘명절대피소’ 단어를 처음 썼던 학원가도 명절 대비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2015년 ‘파고다 명절대피소’를 처음 운영했던 파고다어학원은 명절마다 약 1000여명이 전국에 마련된 대피소를 찾는다. 올해도 2일부터 5일까지, 연휴 내내 7개 명절대피소를 운영한다. 4일 오전 찾은 파고다 종로타워의 명절대피소에는 20여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감정평가사 공부를 하고 있다는 김재일(42)씨는 “작년 추석에도 왔었는데, 비용도 안 들고 간식도 주니 좋은 것 같다”며 “친척은 서울에 사는데 명절이라고 딱히 이동에 시간이 들진 않아서, 공부하러 나왔다”고 전했다.  
 
토익 공부를 하러 이곳을 찾은 김성재(26)씨는 “큰집은 설 당일에만 잠깐 가고, 외가는 전남이라 너무 멀어서 못 간다”며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하는데, 미리 공부해놓고 학기중에 편하려고” 나왔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명절 잔소리는 없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없다. 주변 친구들도 별로 잔소리 얘기는 안하더라”고 했다. 이번주 토요일이 토익스피킹 시험이라는 김해성(28)씨는 “20대 후반이라서 취업 압박을 받기도 싫고, 멀기도 해서 안가기로 했는데, 딱히 아쉽진 않다”며 “사촌들이 또래라서 딱히 비교를 안하더라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김정연·이우림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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