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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등장한 평양 슈퍼마켓과 선전 포스터…낯설지만 재밌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생산을 장려하는 포스터.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생산을 장려하는 포스터.

대학로 홍익대 아트센터에선 4월 7일까지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이다. 영국인 니콜라스 보너가 수십 년 간 수집한 북한의 우표, 포장지, 만화책, 초대장, 선전(프로파간다) 포스터 등을 소개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2018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공공 갤러리인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최초로 소개되면서 갤러리 개관 이후 최다 관객을 불러 모았다. 올해부터 세계 순회전을 시작하게 됐고, 그 첫 번째 나라로 한국을 찾았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포스터.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포스터.

니콜라스 보너는 1993년 북한을 처음 방문한 후 베이징을 거점으로 25년간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투어를 운영하면서 북한을 여러 차례 오갈 수 있었다. 그 때마다 북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모아둔 것이 현재 1만 여점에 이르고, 이번 전시에선 그 중 20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목적은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 미술이 아닌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북한에서 제작된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각 문화 콘텐트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전시를 주최한 (주)컬처앤아이리더스 강미란 대표는 “같은 민족이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유사하면서도 다른 문화를 발전시킨 남한과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그래픽디자인이라는 창을 통해 이해하는 경험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생산을 장려하는 포스터.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생산을 장려하는 포스터.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은 ‘포스터’. 북한 정부가 사회적·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 것들로, 대부분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직접 그린 선전화(포스터)들이다. 가까이서보면 밑그림으로 그렸던 연필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북한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모두 국가 소속으로 그 중 가장 큰 곳이 ‘만수대 아트 스튜디오’다.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온 2000년 중반까지 모든 포스터를 손으로 한 장 한 장 작업했는데, 북한의 고유 색감과 구성 그리고 생산 장려를 위해 사용한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감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시민 의식을 장려하는 포스터.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시민 의식을 장려하는 포스터.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만화책 커버.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만화책 커버.

두 번째 섹션은 포장지와 엽서, 만화책, 우표 등을 전시한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포장지는 호텔 및 백화점에서 고급 제품을 포장할 때 사용된 것으로 이번 전시품들은 평양 어린이 백화점과 낙원백화점, 그리고 평양-원산 고속도로에 있는 신평 휴게소를 위해 맞춤 디자인한 것들이다. 컬처앤아이리더스의 김지현 팀장은 “조선 5방색(청·적·황·백·흑)을 기본으로 2차색을 곁들이는 것이 북한 디자인의 기본”이라며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의 딱딱함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만화책 커버.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만화책 커버.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북한이 외화 벌이를 위해 발행한 기념우표. 북한 우표는 전 세계 우표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북한이 외화 벌이를 위해 발행한 기념우표. 북한 우표는 전 세계 우표 컬렉터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이 섹션에서 가장 눈에 뜬 것은 우표 컬렉션이다. 특히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너 비가 갓 낳은 윌리엄 왕자를 안고 있는 사진으로 만든 우표가 눈에 띈다. 김 팀장은 “전 세계 우표 수집가들에게 북한 우표는 아주 귀한 인기 컬렉션”이라며 “북한이 외화벌이 수단으로 윌리엄 왕자가 태어났을 때 기념우표를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행사 및 스포츠·문화 행사 때 만든 핀 배지도 여럿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전 세계 컬렉터와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으로 제작됐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사탕 패키지.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사탕 패키지.

세 번째 섹션은 다양한 종류의 식료품 패키지 전시 공간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탕봉지, 과자상자, 통조림, 음료수 레이블 등이다. ‘조선 엿’ ‘들쭉단묵(블루베리과 과일을 이용한 영양갱)’ ‘겹과자(샌드)’ ‘즉석 국수(라면)’ ‘통졸임(통조림)’ ‘구운 돼지고기(햄)’ ‘튀기과자(스낵)’ 등 생소한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어쩐지 촌스러운 듯한 그 디자인이 우리의 오래전 기억을 환기시키며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통조림 패키지. 윤곽선 없이 바로 채색을 하고, 그림만으로 내용물을 바로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통조림 패키지. 윤곽선 없이 바로 채색을 하고, 그림만으로 내용물을 바로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 섹션에선 북한의 그래픽디자인의 특징들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바로 ‘몰골법’이다. 검정색으로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바로 채색을 하는 방법으로 북한 조선화 그래픽디자인만의 독특한 기법이다. 글을 읽지 않아도 내용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각종 통조림 패키지는 사과·도마도·닭고기·소고기·이면수·완두 등의 글을 굳이 읽지 않아도 정확히 내용물을 알 수 있도록 해당 그림을 똑같이 그려놓았다. 현란한 형용사 글이나 화려한 그래픽 장식물이 없어 역시나 촌스러워 보이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선 눈에 잘 띄는 패키지가 아닌가 싶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사탕 패키지.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사탕 패키지.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탁 세제다. '옷물비누'라는 용어가 재밌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현재 북한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탁 세제다. '옷물비누'라는 용어가 재밌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스낵을 '튀기과자'라고 표현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스낵을 '튀기과자'라고 표현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봉선화'라는 브랜드명을 가진 여성용품.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봉선화'라는 브랜드명을 가진 여성용품.

네 번째 섹션은 북한의 엔터테인먼트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영 시설인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서커스, 극장 등에서 열린 공연 현장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또한 평양 시내를 돌며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도 볼 수 있다. 이 영상은 런던 전시 때는 없었던 전시물로 니콜라스 보너가 한국 전시를 위해 따로 컬렉션을 내준 것이다. 화려한 불빛을 반짝이는 밤풍경, 색색으로 칠해진 한낮 도시의 건축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년들, DHL 로고가 선명한 노란색 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 여기가 우리가 지금껏 알았던 평양이 맞나 놀라게 된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평양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한 장면.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평양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의 한 장면.

이는 첫 방문 시의 놀람 때문에 수차례 다시 북한을 방문했던 니콜라스 보너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는 전시 도록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북한 여행에 최초로 관심을 가진 계기는 북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계획으로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는 정보의 공백을 채워 가기 위한 목적으로 공간을 방문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우리는 북한의 ‘흑과 백’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그 두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릅니다…이번 전시를 통해 북한과 프로파간다적인 이미지를 연결하는 일반적인 시각 때문에 간과하기 쉬운 섬세함과 인간미를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흑백을 보는 것 이상을 요구합니다.”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한쪽에는 아트 숍 '평양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다. 팝업 스토어 개념으로 평양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 한쪽에는 아트 숍 '평양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다. 팝업 스토어 개념으로 평양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

햔편, 전시 한편에선 ‘평양 슈퍼마켓’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6월 브랜딩 전문회사 필라멘트의 최원석 대표가 기획, 전시했던 팝업스토어가 그 규모를 늘려 또 한 번 장을 펼쳤다. 탈북자들이 만든 수제 과자와 캔디, 그리고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제작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지난해에도 ‘딱친구(단짝), 색동다리(무지개), 불알(전구)’ 등의 북한 말을 상표로 한 과자와 캔디류가 많은 흥미를 끌었는데 올해는 햄, 털양말, 드립커피, 우산, 와펜, 수건, 배지 등 그 상품군이 훨씬 다양해졌다.  
평양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삿포로 맥주, 햄 통조림 등 기존 상품에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핑크색 레이블을 붙여 만들었다.

평양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삿포로 맥주, 햄 통조림 등 기존 상품에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핑크색 레이블을 붙여 만들었다.

평양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드립커피와 고무장갑. 역시나 기존 제품에 핑크색 레이블만 붙였다.

평양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드립커피와 고무장갑. 역시나 기존 제품에 핑크색 레이블만 붙였다.

물론 북한 슈퍼마켓에서 파는 제품들은 실제로 북한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아니다.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기존 제품에 핑크색 레이블을 붙여 만든 것들이다. 이 핑크색 레이블은 ‘빨강·자주’ 등의 컬러로만 익숙했던 북한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다.  
최 대표는 “막연하게 통일을 이야기하는 건 정략결혼을 원하는 것과 같다”며 “적어도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는 알아야 호기심도 갖고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치 이념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북한의 라이프스타일을 알아보자는 일종의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을 기획한 필라멘트 디자이너들이 북한의 프로파간다 포스터를 B급 유머로 재해석한 작품. 문구가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 스타일로 재밌다.

북한 슈퍼마켓에서 제일 인기 있는 것은 역시나 포스터다. 바로 옆 전시실에서 본 프로파간다 포스터의 그림과 서체, 문구 등의 요소들을 요즘 젊은층이 좋아하는 ‘병맛(B급 유머)’ 스타일로 바꿔놓은 것들이다. ‘지랄의 온도-유리모두 책을 읽어 상대방을 차근차근히 즈려밟아보자’ ‘술-우리의 적 마셔서 없애자’ ‘오늘도 삽질중-업무의 신’ 등의 포스터는 이미 SNS에서도 인기다.  
최 대표는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입장에서, 평양이 또 하나의 사람이 사는 도시라고 편안하게 상상해보자는 의미에서 부담스럽지 않게 만든 게 컨셉트”라며 “지금까지 이곳을 들른 분들 중 젊은층은 물론이고 어른신들까지도 누구 하나 반감 없이 모두 재밌고 흥미롭게 구경하고 가셨다”고 말했다.  
전시는 매주 월요일 휴무다. 설 연휴 기간에도 5일, 6일 전시장은 오픈한다. 관람료는 성인 1만3000원.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컬처앤아이리더스, 필라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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