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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바둑기사-40대 직장인, 두 사람의 뇌 비교해보니

기자
정수현 사진 정수현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20)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그는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중앙포토]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꼽히는 미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그는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중앙포토]

 
영화배우로 미국의 지도자가 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말년에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것도 모르고 부인인 낸시 여사도 몰라볼 지경이 되었다. 10년간 투병하다가 결국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레이건 대통령의 예처럼 시니어의 삶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아마도 치매일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삶이 파괴되어 사는 것 같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된다. 바둑에서는 이런 것을 ‘생불여사(生不如死)’라고 한다. 사는 것이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니어들은 반드시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치매의 무서움
몇 년 전 친척이 치매전문병원에 있어 문병을 간 적이 있다. 그때 그곳에 수용된 이들을 보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국가기관에 근무했다는 60대 초반인 사람은 멀쩡해 보이는데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부잣집 귀부인처럼 생긴 한 할머니는 구걸하듯 빈 그릇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바보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보면서 나이 들어 이런 상태가 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몸은 살아있지만 거의 생불여사 수준이 아닌가.
 
치매에 걸리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집에서 간호하려고 해도 치매 환자는 보살피기가 힘들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간호하던 가족들도 지치게 된다. 그런데 치매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작년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7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노인 인구 700만여 명 중 10분의 1이 치매 환자인 것이다. 이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5조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경로당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노인들이 치매 예방 교육 수업 중 하나인 열쇠고리 만들기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경로당에서 강사의 지도를 받으며 노인들이 치매 예방 교육 수업 중 하나인 열쇠고리 만들기를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치매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약 30%, 여성이 약 70%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여성이 두 배 이상 많은 이유는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아무래도 두뇌의 사용량이 적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바둑은 치매 예방에 좋을까
치매를 예방하려면 두뇌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두뇌를 많이 쓰면 뇌세포인 뉴런과 그것을 연결하는 시냅스가 활성화된다. 비유하자면 뇌의 초원에 푸른 풀이나 나무를 자라게 하여 사막화를 막는 것과 같다.
 
생각하는 예술로 통하는 바둑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공식적으로 뇌와 치매의 관계를 연구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뇌 전문가인 서유헌 박사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몇 가지 간접적인 증거가 있다.
 
예전에 KBS의 ‘생로병사의 비밀’ 프로에서 최고령 프로기사 최창원 6단(당시 77세)과 건강한 40대 직장인의 뇌를 찍어 비교한 적이 있다. 결과는 두 사람의 뇌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개인적인 특성일 수도 있지만 바둑이 뇌의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의학자들은 바둑을 두는 사람의 뇌가 좀 더 튼튼하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리학박사인 바둑학과의 최일호 교수는 MRI로 바둑을 둘 때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찍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치매 예방의 비결
일본의 장수 노인 쇼치 사브로. 그는 아침 운동과 외국어 공부, 재활용품을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를 한다. [사진 SBS 스페셜 화면 캡쳐]

일본의 장수 노인 쇼치 사브로. 그는 아침 운동과 외국어 공부, 재활용품을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를 한다. [사진 SBS 스페셜 화면 캡쳐]

 
치매를 예방하려면 매일 뇌에 건전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 독서를 하거나 바둑 같은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KBS의 프로그램에 소개된 건강한 노인 중 일본인 쇼치 사브로 씨가 있다. 106세인 사브로 씨는 아침 운동과 외국어 공부, 재활용품을 이용한 장난감 만들기를 한다고 한다. 103세인 대만의 최이지에천 씨는 매일 부인과 마작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이번 학기에 내가 가르쳤던 명지대 사회교육과정에는 70대 학생이 세 명 있었다. 두 명은 여성인데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수업에 참석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도 하고 리포트도 정성껏 써서 냈다. 이들은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바둑의 생불여사 격인 치매를 예방하려면 적당한 운동과 함께 뇌도 운동시켜줄 필요가 있다. 재미있게 즐기면서 뇌를 자극하는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명심하자.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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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