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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벌어진 '곶감전쟁'···판교밸리의 新 명절 풍속도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판교는 대한민국의 새 성장동력이다. 공장 굴뚝 하나 없는 이곳에 1200여 개 기업, 7만여 명의 인재들이 한국판 구글ㆍ페이스북을 꿈꾸며 일한다. 중앙일보는 2019년 한해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디지털 시리즈를 통해 판교 테크노밸리 기업과 사람들의 꿈ㆍ희망ㆍ생활을 해부한다.  
 
우린 설때 집에 안가고 회사돈으로 여행 간다~
 
스마트 글래스용 렌즈를 만드는 스타트업 레티널의 박순기(34) 책임연구원 등 직원 4명은 2일부터 이번 설 연휴 기간 내내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샌프란시스코 광학전시회(SPIE Photonics WEST 2019) 참관을 겸해서다. 비행기 값, 체류비 등 소요 경비 전액은 설 선물 차원에서 회사가 모두 지급하기로 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핵심 경쟁력이 연구 개발(R&D)인만큼 최신 기술 동향도 파악하고 여행도 하는 차원에서 희망자를 받아 경비를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농담삼아 말하지만, 미혼 직원의 경우 설 연휴 기간 결혼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조금은 있다”고 덧붙였다.  

 설 연휴를 앞두고 판교 테크노밸리 안팎의 IT(정보기술)기업들과 스타트업들도 명절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이른바 ‘판교식 복지모델’이라 불릴 정도로 '깨알 복지'를 자랑하는 판교 기업들답게 명절을 보내는 문화와 방식도 독특한 곳들이 많다.  
 
명절 앞두고 벌어진 ‘곶감 전쟁’  
지난 25일 NHN엔터테인먼트 사내 인트라넷 '럭키옥션'에 올라온 곶감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지난 25일 NHN엔터테인먼트 사내 인트라넷 '럭키옥션'에 올라온 곶감 [사진 NHN엔터테인먼트]

 지난달 25일 NHN엔터테인먼트 사내 인트라넷에선 ‘곶감 전쟁’이 벌어졌다. 직원 A씨가 최근 명절 선물로 모처에서 받은 6만원짜리 곶감을 사내 경매시스템인 ‘럭키옥션’에 올려서다. 시초가 3만원에서 시작한 곶감 가격은 6명의 직원이 1000원씩 호가를 올려가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통에 5만원 대까지 빠르게 상승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곶감 전쟁은 마감이 임박한 순간 한 번에 5000원을 올려 5만3000원을 부른 B 씨의 승리로 끝났다. B씨가 낸 돈은 A씨가 지정한 기부처인 유기동물구호 단체에 기부됐다. 곶감 외에도 도자기, 사과, 골프공, 표고버섯 등 다양한 선물세트가 설 연휴 직전 경매에 부쳐졌다. 이 회사 황현돈 팀장은 “기업윤리가이드 상 선물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보내 준 사람과의 관계나 선물이 식품인 경우 상할 우려가 있어 반송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 사내 인트라넷 '럭키옥션'에 물건의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경매를 통해 판매한 다음 수익금을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추석에는 럭키옥션을 통해 총 27건 103만원이 기부됐다. 명절마다 직원들이 기다리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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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은 이밖에 연휴 기간 예외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휴일근무수당과는 별개로 하루 1만원 상당의 사내 편의점(웨일즈마켓) 전용 기프트 카드를 준다. 명절 교통비도 근무자에 한해 따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명절 타깃형 복지제도를 갖추고 있다.
 
마트 가서 장보면 회사가 계산
한글과 컴퓨터 자회사 한컴MDS가 지난해 2월 6일 회사 인근 마트에서 진행한 설날 장보기 행사에 참여한 직원이 산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직원 한 명당 25만원 한도 내에서 설 명절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글과 컴퓨터 자회사 한컴MDS가 지난해 2월 6일 회사 인근 마트에서 진행한 설날 장보기 행사에 참여한 직원이 산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직원 한 명당 25만원 한도 내에서 설 명절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 자회사인 한컴MDS는 지난해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홈플러스 야탑점에서 장보기 행사를 열었다. 직원 한 명당 25만원 한도 내에서 가족과 함께 장을 보도록 한 것이다. 총 300여명이 참여했으며 가족과 함께 참석한 직원들에게는 저녁 식사도 제공됐다. 2004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행사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100만원 한도 내에서 설·추석 명절과 생일·결혼기념일 축하 용도로 쓸 수 있는 복지카드가 지급되면서 설 장보기 행사는 잠시 중단됐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매년 행사를 할 때마다 직원들 반응이 뜨거웠던 만큼 올해 추석 때부턴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글과 컴퓨터 자회사 한컴MDS가 지난해 2월 6일 회사 인근 마트에서 진행한 설날 장보기 행사에 참여한 직원이 구입한 물품을 챙기고 있다. 직원 한명 당 25만원 한도 내에서 설 명절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한글과 컴퓨터 자회사 한컴MDS가 지난해 2월 6일 회사 인근 마트에서 진행한 설날 장보기 행사에 참여한 직원이 구입한 물품을 챙기고 있다. 직원 한명 당 25만원 한도 내에서 설 명절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 [사진 한글과컴퓨터]

귀향차도 쏘카,타다로 타고 간다
차량 공유업체답게 쏘카는 직원들 귀향을 돕기 위해 자사 서비스를 할인해 제공한다. 차량공유서비스인 쏘카를 이용할 경우 75%, 승합차를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할 때는 4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명절 선물 대세는 상품권, 평균 20만원
 판교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설 명절에 지급하는 선물은 상품권이 대세였다. 중앙일보가 판교와 인근에 소재한 기업 58곳을 대상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한 설 선물을 조사한 결과 네이버·넥슨 등 상품권만 지급하는 기업이 68%로 가장 많았다. 한컴은 설·추석, 생일, 결혼기념일 축하용으로 지급한 100만원 한도 복지카드로 선물을 대체했다. 한우꼬리·옥돔 등 선물세트만 주는 곳은 컴투스, 게임빌 등 3곳이었다. 넷마블은 유일하게 효도비 명목의 현금을 감사 편지와 함께 봉투에 넣어 지급했다. 크래프톤은 상품권과 함께 한우·과일 선물세트를 함께 지급했다. 가장 많은 액수를 지급한 곳은 펄어비스로 상품권 30만원과 김 선물세트를 함께 줬다. 조사에 응한 기업 19곳의 평균 선물 액수는 19만1333원으로 조사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카카오머니로 선물 지급
IT기업들답게 상품권 종류는 오프라인에서 쓸 수 있는 백화점 상품권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품권·포인트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넥슨은 연중 상시 이용 가능한 22만원 상당의 온라인 포인트를 제공했다. 엔씨소프트는 백화점 상품권, 국민관광상품권, 페이코 온라인 상품권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백화점 상품권(19%), 국민관광상품권(17%)보다 페이코 온라인 상품권(64%)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전했다.
농협유통이 올해 설을 맞아 선보인 선물세트 [중앙포토]

농협유통이 올해 설을 맞아 선보인 선물세트 [중앙포토]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금융 결제 간편 서비스를 통해 명절 선물을 주기도 한다. NHN엔터는 자사의 금융 및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통해 20만 포인트를 지급했다. 대형 오픈마켓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카카오 계열사는 카카오머니로 20만원씩 지급했다. 카카오 계열사 한 직원은 “카카오머니는 인터넷뱅킹을 통해 바로 현금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현금으로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빨간날 모두 쉬는 게 선물인 회사도 
본격적인 설 연휴 시작을 사흘 앞둔 1월 29일 오후 8시30분 판교역 승강장. 설 연휴 시작 전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야근을 하다 퇴근하는 판교밸리 직장인들로 신분당선 강남행 플랫폼은 늦은 시간까지 붐볐다. [박민제 기자]

본격적인 설 연휴 시작을 사흘 앞둔 1월 29일 오후 8시30분 판교역 승강장. 설 연휴 시작 전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야근을 하다 퇴근하는 판교밸리 직장인들로 신분당선 강남행 플랫폼은 늦은 시간까지 붐볐다. [박민제 기자]

모든 판교밸리 기업들이 풍족한 설 연휴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중앙일보 조사에서도 58곳 중 39곳이 “설 선물에 대해 마땅히 해줄 얘기가 없다”며 응답을 거절했다. 해야 할 일이 많아 설 연휴 기간에도 나와서 일하는 스타트업들도 일부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는 “사실 매출이 안나는 상황에서 빨간 날 모두 쉬는 것 이외에 직원들에게 따로 설 선물을 주기는 어렵다”며 “연휴 전 마지막 근무일에 함께 식사를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박민제·남궁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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