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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도 어려···팔순부터 출입" 연령제한 경로당 가보니

지난달 31일 충북 보은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회원들이 어깨 동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진원(83), 성관모(89), 손수목(90), 구장회(89) 할아버지. 최종권 기자

지난달 31일 충북 보은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회원들이 어깨 동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진원(83), 성관모(89), 손수목(90), 구장회(89) 할아버지. 최종권 기자

 
올해 90세인 손수목씨는 마을 경로당에 가면 어색해지기 일쑤다. 아들뻘인 동네 노인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아서다. 손씨는 “예순 여섯살 된 큰아들과 같은 경로당을 다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경로당을 갈 때마다 어른 대접 해준다고 음식을 챙겨주고, 자리를 양보하는 회원이 많아 되레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꾸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어 경로당을 찾지 않는다”며 울상을 지었다.
 
농촌 고령화로 인해 같은 경로당에서 부자(父子)나 고부(姑婦)가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나이 차가 20년이 넘는 60대~80대 이상 노인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세대 간 이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고령자 전용 경로당을 운영하는 자치단체가 있다. 전국 처음으로 팔순 이상 고령자를 위한 경로당을 만든 충북 보은군 얘기다.
지난달 31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한 노인이 보행 운동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달 31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한 노인이 보행 운동을 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2일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마로면 소재지에 관내 세 번째 ‘산수경로당’을 준공했다. 산수란 이름은 여든 살을 뜻하는 ‘산수’(傘壽)에서 따왔다. 기존에 마로면 주민자치센터로 사용하던 건물 1층(231㎡)을 군비 1억1500만원을 들여 쉼터와 화장실, 노인회 분회 사무실을 갖춘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군은 2011년 보은읍 삼산리에 산수경로당을 설치했다. 2년 뒤에는 탄부면 옛 보건지소에 두 번째 고령자 전용 경로당을 열었다. 구장회(89) 마로면 산수경로당 회장은 “마로면의 24개 일반 경로당을 조사해 보니 마을마다 팔십을 넘은 노인 2~3명이 젊은 노인들과 어울리지 못해 쓸쓸하게 집에만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산수경로당 개설 요청을 했다”며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끼리 대화를 하고 장기 등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80세 이상 회원들이 종합격투기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달 31일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에서 80세 이상 회원들이 종합격투기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최종권 기자

구민회(81)씨는 “일반 경로당을 가면 60대 노인들과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것 외에도 80세 이상 노인들 대부분 여성이 많아서 잘 어울리지 못했다”며 “이제 경로당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집에 돌아오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로당엔 80살 이상 노인 56명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산수경로당이 면 소재지에 있다 보니 인근 마을에서 버스나 오토바이를 타고 오는 노인들이 많았다. 실내에서 보행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방에 모여 앉아 TV를 보고,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보은군이 잇따라 산수경로당을 개설한 이유는 날로 심화되는 농촌 지역 고령화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이 지역 인구는 3만3680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1만550명(31.3%), 80세 이상은 3307명(9.8%)에 이른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지도 한참 지났다.
지난달 29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 문을 연 산수경로당은 80세 이상 노인들만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달 29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 문을 연 산수경로당은 80세 이상 노인들만 회원을 등록할 수 있다. 최종권 기자

 
김장식(76) 대한노인회 마로면분회장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을 위해 주 3회 점심을 제공하고, 정기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해 경로당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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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