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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비건 vs 北 김혁철 담판 코앞…‘영변+α’ 논의에 주목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작년 12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로비에서 워킹그룹 2차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 강연에서 핵물질 생산시설 폐기→핵ㆍ미사일 신고 및 비축고 폐기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평양에 압박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리마인더다.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 영변을 넘어(beyond Yongbyon) 전체 플루토늄ㆍ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를 허용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작심 발언이다. 
 
이에 따라 비건 대표의 새 카운터파트인 북한 김혁철 전 주스페인 대사가 곧 진행될 실무협상에서 ‘영변+α’를 들고 올지 주목된다. 외교부는 1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일 방한하는 비건 대표와 만나 북ㆍ미 후속 실무협상 관련 협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의 공식 협의는 4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비건 대표는 이후 바로 김혁철 전 대사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 장소에 대해 협상 과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일 “판문점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아태평양연구센터 비핵화 강연에 앞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 아태평양연구센터 비핵화 강연에 앞서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비건 대표도 이날 강연에서 제재 해제는 비핵화 완성 이후에 하더라도 그 이전엔 상응 조치로 관계개선, 평화증진 및 법적 평화체제 완성을 비핵화 진전에 따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 직전에 “영변 너머”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의미심장하다. 영변 핵시설 폐기가 비핵화 로드의 진입로라는 의미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서 영변 폐기 용의를 밝히면서도 “미국이 6ㆍ12 북ㆍ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5조2항)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에 대해 비건 대표는 “우리 측은 싱가포르 회담의 정상회담 동시 목표였던 두 나라 사이 신뢰 구축, 관계 전환과 영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많은 조치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핵심당국자는 지난달 31일 미국이 먼저 취할 수 있는 상응 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폭스뉴스 인터뷰를 참고하라”고 말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과 인도적 지원,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꼽았다.  
 
비건 대표도 이날 종전선언이 보상의 첫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70년 한반도의 전쟁과 적대 행위를 종식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전쟁은 끝났으며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화 계획과 더불어 우리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줄 외교(관계)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평양 연락사무소 개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비건 대표는 상응 조치에 대해 “협상 카운터파트(김혁철)와 후속 회담에서 논의할 것”이라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고 있다. 사진은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동그라미),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박철 통일전선부 부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통역,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 트위터]

 
경제적 보상도 운을 뗐다. 비건 대표는 “비핵화 완성과 더불어 (중략) 북한 주민이 이웃국가처럼 부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참여를 유도할 최선의 방법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와의 협의를 거친 뒤 북한에 에스크로 계좌(escrow account), 즉 제3국이 보증을 서는 계좌에 비핵화 대가를 현금 등으로 예치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건 대표가 이날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그러나 비핵화 로드맵이다. 그는 “북한도 자신들의 플루토늄ㆍ우라늄 시설 폐기 약속을 설명하면서 ‘그 이상’이란 결정적 단어를 추가했다”며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려면 훨씬 많은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는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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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