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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외친다 ‘나는 나야’

[SPECIAL REPORT] 모바일 원주민 밀레니엄 키드 시대
1999년 새 밀레니엄(1000년)을 앞둔 세계는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밀레니엄 버그(Y2K)’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세상은 별다른 문제 없이 2000년 새해를 맞이했다. 걱정과 기대 속에 맞이한 2000년대에 ‘밀레니엄 키드’들이 태어났다. 70년대 태어난 X세대와 그 뒤를 잇는 밀레니얼 세대(Y세대)에 이어 이들을 Z세대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세대 분석 전문가인 데이비드 스틸먼은 “어려서부터 손에 잡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전 세계와 소통하는 진정한 첫 글로벌 세대”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희망보다는 냉정한 현실에 눈을 뜬 탓에 협동보다는 치열한 경쟁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상징하는 존재가 JTBC 인기드라마 ‘SKY캐슬’의 주인공 예서다.
 
한국에서는 특히 밀레니엄 키드들이 독특한 위치에 있다. 인구 감소와 저성장 경제구조를 동시에 체험하는 첫 세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신생아 수는 1970년 100만7000명에서 꾸준히 줄어 2000년까지 60만 명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1년 55만5000명으로 8만 명 줄어든 데 이어 2002년에는 49만2000명으로 50만 명 선까지 무너졌다. 성장률도 곤두박질쳤다.  
 
2000년 8.9%이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에는 3% 안팎까지 낮아졌다.
 
저성장 국면에서도 X세대 부모들은 외동이 자녀에게 아낌없이 돈을 썼다. 우리나라 밀레니엄 키드들의 별명은 ‘텐 포켓’이다. 아이를 위해 주머니를 여는 사람이 부모·조부모 등 10명은 된다는 의미다. 이들이 자라나면서 연관 산업들은 요동을 쳤다. 대표적인 현상이 고급화에 따른 양극화다. 사교육 분야에서 학습지와 보습학원들은 고전하는 반면 월 100만~200만원이 드는 영어 유치원은 1000개로 늘었다.  
 
유아용품의 경우 2002년까지 20% 수준이던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이 2015년에는 64%까지 성장했다. 영국 왕실이 즐겨 입는 브랜드 ‘레이첼 라일리’, 프랑스 명품브랜드 ‘봉쁘앙’ 등의 50만원대 의류가 인기를 끌었다. 100만원짜리 유모차로 유명한 스토케는 이제 자체 매장에서 아기띠부터 침대 등 아동가구까지 판매한다. 반면 중저가 중심의 국내 브랜드들은 고전 중이다. 1979년 국내 최초 유아 브랜드로 출범해 부동의 시장점유율 1위를 누렸던 아가방앤컴퍼니는 2000년대 들어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키우는 ‘골드키즈’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아동 상품군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밀레니엄 키드들은 경기호황 속에서 외동이로 자라며 ‘소황제’ 대접을 받았던 중국의 주링허우(九零後, 90년대생)와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나는 나’라는 강한 자아의식이다. 모바일 분야 한 벤처기업인은 “요즘 10대들은 스마트폰 배경화면이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옆 사람이 같은 화면을 사용하면 가차없이 바꿔 버린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노스페이스 패딩을 교복처럼 입고, 20대 들어서는 욜로(YOLO)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와도 차이가 난다. 밀레니엄 키드들은 유명 연예인이 광고하는 브랜드 제품보다 유튜브 스트리머(BJ) 등 인플루언서의 추천을 더 신뢰한다.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첫 세대면서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따로 또 같이’가 이들의 정체성인 셈이다. 홍주은 진저티프로젝트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PC 기반의 디지털 원주민이라면 Z세대는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원주민”이라며 “밀레니얼은 해외연수를 다니면서 미드(미국 드라마)를 접했지만 Z세대는 앉은자리에서 해외 유튜버의 영상을 접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제품에 열광하고 본인의 취향에 집중한다. 최근 10대와 20대 사이에 막걸리집 스타일의 동그란 양철 밥상, 학교 앞 분식집의 초록색 플라스틱 쟁반 등을 활용하는 ‘뉴트로(뉴+레트로, 새로운 복고)’가 유행하는 것도 처음 접해 보는 문화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창우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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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