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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But으로 문장 시작해도 돼…겸손하고 쉬운 게 좋은 영어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언어의 용법(“사용하는 방법”)은 문법(“말의 구성 및 운용상의 규칙”)이나 어법(“말의 일정한 법칙”) 못지않게 중요하다. 용법(usage)이란 무엇인가.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언어 공동체에서 단어나 구(句)가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the way in which words and phrases are actually used in a language community)”이라고 정의한다.
 
『파울러』의 제4판(2015) 표지

『파울러』의 제4판(2015) 표지

영어 용법의 바이블은 헨리 파울러(1858~1933)가 쓴 『A Dictionary of Modern English Usage(현대영어용법사전)』(1926, 1965, 1996, 2015)이다. 약칭은  
 
『파울러』. 영어권 작가·편집자·기자의 평생 동반자다. 알쏭달쏭할 때 최종적 권위를 제공한다. 책상 위에 『파울러』가 놓여있지 않은 ‘글 장인’은 초짜라는 주장도 있다. 저명 사학자 A. J. P. 테일러(1906~1990)는 『파울러』가 옥스퍼드대출판부에서 나온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윈스턴 처칠(1874~1965)도 애독자였다. 『파울러』를 기준으로 보고서의 용법 오류를 지적했다.
 
파울러가 쓴 초판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문장을 And나 But으로 시작해도 된다. 분리부정사(split infinitive)를 써도 괜찮다. And·But으로 시작하는 문장, 분리부정사에 완강히 반대하는 전통주의자에 맞서 ‘진보적’ 입장을 취한 것이다.
 
파울러는 세상 사람이 분리부정사를 ‘아는 소수’와 ‘모르는 다수’로 나뉜다며, 다수가 더 행복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파울러식 조크가 『파울러』에 많이 나온다.
 
행복의 시금석인 분리부정사는 뭘까. 옥스퍼드영한사전(Oxford Advanced Learner’s English-Korean Dictionary)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She seems to really like it.에서처럼 to부정사의 to와 동사 사이에 부사가 들어가 있는 형태. 이런 방식은 영어를 제대로 쓴 것이 아니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음.”
 
파울러가 지향한 영어는 품격이 있으면서도 겸손하고 쉬운 영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들보다 돈이 많다고 돈 자랑하지 말고, 지식이 많다고 지식 자랑하지 말라.” 그는 지식인들이 애용하는 난해한(convoluted) 문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단순 명료한 문장을 권했다. 파울러는 배움의 부족을 드러내는 영어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까다로운 사람이었다. 그는 aggravate를 ‘악화시키다’가 아닌 ‘짜증 나게 만들다, 괴롭히다’의 뜻으로 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파울러 사후에 나온 2~4판은 『파울러』 초판과 점점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앞으로 나올 5판 제목에서 파울러를 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파울러의 원래 생각이 궁금한 독자를 위해 초판본이 계속 인쇄되고 있다.) 파울러는 주로 신문 기사와 옥스퍼드영어사전(OED)를 참조했다. 제4판은 25억 단어 분량인 ‘옥스퍼드 영어 말뭉치(Oxford English Corpus)’가 기반이다.
 
옥스퍼드대 출신인 파울러의 본래 직업은 라틴어·그리스어·영어 교사였다. 사감으로 승진하려면, 학생들의 성공회 견진성사 준비를 도와야 했다. 무신론자인 그는 학교를 떠나 프리랜서 작가·기자가 됐다. 사전편찬은 독학으로 공부했다.
 
『웹스터사전』(1828)을 만든 노아 웹스터(1758~1843)는, 영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들어본 이름이다. 영어권에서는 파울러가 ‘누구나 아는 이름(household name)’이지만, 영어권 바깥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어쩌면 파울러를 모르는 다수가 행복하다.
 
『파울러』는 고급 학습자용이다. 초급·중급자용으로 『옥스포드 실용어법사전』·『콜린스 코빌드 어법사전』등이 있다.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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