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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하고 거침 없었던 조선 여인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자연경실
 
시대를 앞서간, 그러나 우리 기억에서 잊혀진 당찬 여성의 이야기다. 물론 인터넷 백과사전에는 나온다. 빙허각이씨(1759~1824).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실학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알쏭달쏭한 ‘빙허각’이 무슨 뜻인지 안 나온다. 백과사전 『임원경제지』를 쓴 서유구의 형수였다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대목에 대한 설명도 성에 안 찬다.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은 선각자 이씨의 삶을 실감 나게 되살린 장편소설이다. 부모가 지어준 선정이라는 이름 대신 스스로 빙허각이라 이름 짓고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것으로 그려진다. 빙허각이 과연 무슨 뜻인지가 소설의 전체 색채를 파악하는 급소다. 빙허각(憑虛閣)은 허공에 기대어 선 집,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절박하게 살겠다는 뜻이다. 왜 그래야 하나. 역시 여성의 삶을 옥죄는 인습 때문이다. 부녀자는 공부할 수 없고, 자기 목소리를 내면 안 된다. 금지의 항목은 생활을 구성하는 세목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았을 게다. 선정 아니 빙허각은 반대로 간다. 시어머니의 압박을 견디며 공부에 매진한다. 청의 건륭제, 훗날 정조가 되는 세손 앞에서도 꼿꼿이 머리를 든다. 중국행을 강행한다.
 
저자는 이런 반역의 이야기를 매력적인 캐릭터에 담아냈다. 주인공이 완전무결하니 일종의 판타지다. 뚜렷한 페미니즘 소설이지만 전투적이지는 않다. 따듯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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