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암환자의 또다른 고통 우울증, 말·행동 느려지면 위험 신호

일반인에겐 생소하지만 암환자의 정신건강과 삶의 질 개선을 돕는 정신종양학이란 전문 의료 분야가 존재한다.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시절에는 ‘암’이라는 진단이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심리적 고통이라도 피하고자 본인에게는 알리지도 않았다. 이제는 의학의 발달로 암 치료법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암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암 생존자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암환자 생존율(5년 상대생존율)이 최근 연속 두 해 동안 70%를 넘어서면서 이미 미국, 일본 등의 성과를 넘어선 암 치료 선진국이 됐다.
 
이러한 긍정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암환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아직도 ‘암’이라고 하는 진단이 죽음에 버금가는 정신적인 충격을 주기 때문이며,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생기는 고통이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정신종양학은 암환자와 암생존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그러한 방안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분야다. 미국과 일본 등 의료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1980년대부터 관련 학회가 생기고 암센터 내에 정신종양학 진료실이 생겼으며,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에 들어 활발한 연구와 진료가 시작돼 이 분야가 성장하고 있다.
 
 
암환자 4명 중 1명 심각한 우울증 앓아
 
암환자가 경험하는 정신적, 사회적 어려움은 우울증, 불면증, 불안증, 피로, 섬망 등의 정신과적 증상부터 가정, 경제적 문제, 대인관계, 직업적 문제 등 사회적인 문제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우울증이다. 통계적으로는 암환자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몇 배 이상, 심지어 10여 배나 높으며, 대체로 암환자의 4명 중 한 명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문제는 이러한 우울증이 심리적인 고통을 의미할 뿐 아니라, 암의 성공적인 치료를 방해하고 전체적인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우울증이 찾아오면 기분이 저하되고 의욕이 떨어져서 만사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 불면증이나 식욕저하가 흔하지만, 과다수면이나 폭식을 하기도 한다. 이유 없이 쉽게 피로해지며 늘 힘이 없다고 느끼는 것도 우울증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과도한 걱정이 많아지고 몹시 불안하기도 하며, 별다른 활동 없이 멍하게 위축되어 지내기도 한다.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되어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이 온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챌 정도로 형소보다 말과 행동이 느려진다. 만사 부정적인 것만 떠오르고 죄책감과 후회에 사로잡혀 괴로워하게 된다.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도 안 되고 여기저기 좋지 않은데 검사를 해보면 별 이상이 없다는 신경성 증상도 늘어난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암 치료 과정을 따라가기 어렵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치료를 중단하거나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절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암환자의 자살률이 일반 인구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암 완치돼도 정상 생활 회복 못할 수도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실제로 우울증이 암환자의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고 유전자 손상 회복을 방해하며, 암세포 주위의 혈관 증식을 촉진시켜 암세포의 생성과 전이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이유와 더불어 우울증은 암환자가 의료진의 지시에 잘 따르지 못하고, 힘든 치료과정을 끈기 있게 따라가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도 우울증이 해결되지 않아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재발에 대한 두려움, 건강염려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된다면 우울증은 낫는 병이다. 다행히 지금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병원이나 암센터에 암환자의 정신건강을 도와주는 의사, 간호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교육학자, 자원봉사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암환자의 우울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정신종양학 클리닉도 많이 생겼고 이에 대한 진료와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진료 초기에 간단한 설문을 통해 암환자의 우울증상을 선별하기도 하며, 우울, 불안, 불면 등 증상 호소를 통해 전문 의료진에게 연계되기도 한다. 이렇게 마음의 고통을 다스릴 뿐 아니라 우울증상을 치료해 성공적인 암 치료에 이르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우울증에 대해 상담하고 우울증 약을 먹는 것이 오히려 암 치료 과정을 방해하지 않을까 오해를 한다. 하지만 가벼운 우울증은 상담이나 설명, 교육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극복될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균형식 등 일반적인 스트레스 관리법이 우울증 극복에도 꼭 필요하며 요가, 명상, 향기요법, 마사지 등 이완요법도 효과적이다. 심리적 고통과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암환자 스스로 우울증을 드러내서 도움을 청하고 극복하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겠다.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정신건강클리닉 교수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