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양성희의 시시각각] 우리는 어떤 부모인가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아이가 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 학원·입시 정보에 어두운 워킹맘이라 전업맘 정보 네트워크에 끼려 어지간히 애를 썼다. 숟가락 얹는 밉상이 되지 않게 눈치코치 보며 열심히 밥을 샀다.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상위 1% 대상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 분)의 대사다. “일하는 엄마는 고분고분하죠.”
 
극 중 50대 대학병원 의사인 강준상(정준호 분)은 원조 열성맘 덕분에 대입에서 전국 수석을 했다. 아직도 엄마의 코치를 받는다. 이제는 병원 내 주요 보직을 얻게 해주려 70대 노모가 각종 정치력을 발휘한다. 예전에 아는 엄마에게 “엄마들이 아이를 빚어봤자 대입이 끝 아니냐”고 했다가 눈총을 받은 기억이 난다. “무슨 소리? 사시 합격도 시켜요”란 답을 들었다. 이것도 오래전 얘기다.
 
어제 종영한 ‘스카이캐슬’은 입시지옥, 비틀린 강남 사교육의 민낯을 까발리며 신드롬급 인기를 누렸다. 시청자들의 태도도 흥미로웠다. 사교육 없이도 잘하는 우등생 아들을 둔 엄마이자 늘 ‘바른 교육’을 외치는 이수임(이태란 분)보다, 딸을 서울대 의대 보내려 온갖 비리를 눈감는 한서진(염정아 분)에게 공감했다. 공부 기계로 키워져 자기밖에 모르지만 순진한 부잣집 딸 예서를, 부당한 현실을 못 참는 흙수저 똑순이 혜나보다 더 응원했다. 드라마가 선악 이분법을 벗어난 탓도 있지만, 적어도 교육과 입시 문제에 관해서는 선악보다는 ‘현실과 욕망’이란 프레임에 시청자가 호응했단 뜻이다.
 
한 칼럼은 이 드라마의 인기가 학종이나 교육제도 개혁에 대해 진지한 논의로 나가지 못해 유감이라고 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단순히 입시를 떠나 부모됨의 이야기로 드라마를 봤다.
 
사실 보통의 부모들은, 나는 저 정도는 아니라고 위안하며 드라마를 봤을 것이다. 실제로 그들에게 자녀 입시 문제는 극에서처럼 상위 1% 피라미드 꼭대기를 대물려주는 차원은 아니다. 그보다 자녀의 삶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주겠다는 마음이 크다. 입시 전선에 뛰어드는 부모들의 출사표도 비슷하다. “아이들 미래에 큰 욕심 없다. 그저 제 앞가림할 정도만 되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 ‘제 앞가림’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자녀의 출세나 성공보다 ‘안전’을 바라는 마음은 소박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위험한 측면도 있다. 자녀의 성장과 독립보다 ‘안전’을 바라기 때문에 늙어 죽을 때까지 자녀 안전 지킴이가 되고, 그런 전폭적 헌신만을 진짜 사랑으로 여기게 한다. 그렇게 키워진 자녀들이, 자기들은 그럴 자신도 없고, 감당도 안 된다며 아이 대신 반려동물을 택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극 중 정준호가 70대 노모 정애리에게 뒤늦은 ‘이유(離乳)’를 선언하는 장면이 화제였다. 부모 뜻대로, 부모가 대신 살아준 인생, 자신은 허깨비라는 절규와 함께다. 그러나 ‘이유’는 자식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좋게 말해 자식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지, 실제로는 여전히 자식을 내 소유물로 보고 자식에게 자신을 투사하며 부모 스스로 ‘이유기’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닐지 스스로 물을 때다.
 
“아이를 사랑하고 키우는 것과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키우는 것의 유일한 차이는 그 사랑의 대상을 독립시킬 것이냐 여부다. 반려동물이라면 영원히 보살펴야겠지만, 아이는 독립해서 걸어나가도록 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고 3 딸과 치른 6년의 시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소설 ‘설이’를 펴낸 심윤경 작가의 말이다.
 
입시제도든 뭐든 부모가 바뀌지 않고서는 세상을 바꿔봐야 거기서 거기다. 세상 탓, 제도 탓 하지만 부모도 문제란 걸, 부모들도 잘 안다. 우리는 어떤 부모인가. ‘스카이캐슬’이 남긴 질문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