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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전’ 운 뗀 미국, 한·미 연합체제 보장해야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종식할 종전선언 의지를 언급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말이다. 비건 대표는 그제 미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 침공이나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마지막 핵무기가 북한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면 대사관에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이달 말 열릴 전망인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입장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북한 비핵화 협상을 풀기 위한 미국의 계산법은 좀 더 과감하다. 그동안 미국은 종전선언에 부정적이었다. 그런 미국이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면 종전선언과 함께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조 원 규모의 경제 패키지까지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패키지를 ‘무지개 너머 황금 가득 찬 항아리’로 표현했다. 북한에도 상응한 조치를 요구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포괄적 신고를 거쳐 단계적 비핵화를 실행하고, 마지막으로 FFVD(포괄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이 불가피하다고 비건은 경고했다. 컨틴전시 플랜은 군사옵션을 포함한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뜻한다.
 
그러나 급작스러운 종전선언의 후유증 역시 걱정이다. 종전을 선언하면 당장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 주둔의 명분이 떨어지고 한미동맹은 크게 약화할 수밖에 없다. 북·미가 종전선언 논의를 시작하면 북한은 연합훈련부터 당장 그만두라고 할 게 뻔하다. 더구나 북한이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 하원이 오죽하면 지난달 30일 주한미군 감축 때 사유를 입증토록 하는 ‘한미동맹 지지법’을 발의하고, 연합훈련을 재개하라는 서한을 미 국방부에 보냈을까.
 
미국이 제시한 ‘빅 딜’카드가 북한을 완전하게 비핵화한다는 목표로 복귀하는 흐름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북핵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자 미국은 미 본토에 대한 직접 위협인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는 ‘반쪽 비핵화’로 봉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럴 경우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돼 우리의 안보위협은 커질 우려가 있었다. 미 정보당국 수장들도 지난달 말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북·미 핵협상에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외교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 특히 북한이 완전하게 비핵화하기 전에 한·미 연합방위체제가 절대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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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