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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뒤바뀐 안희정 판결…법·판례 정비 시급하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 강제추행·성폭행 유죄 판결로 3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1심과 달리 서울고법 재판부는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타인이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하는 유형·무형의 힘)을 동원해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권력형 성범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0개의 공소사실 중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인정했다. 지난해 8월 1심에선 김씨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수준으로 위력이 행사되지는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진술의 증거력뿐만 아니라 법리에 대한 판단도 1, 2심이 엇갈렸다. 안 전 지사가 상고하면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이뤄진다.
 
1심 판결을 비판해 온 여성단체는 즉각 “역사적 판결”이라며 뒤바뀐 결과를 환영했다. 반면 사회 일각에서는 “시류에 편승한 엉터리 판결”이라는 식의 비난이 터져 나왔다. 최근 김경수 경남도지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으로 갈린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자신의 예상이나 바램과 다르다고 법관을 공격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다.
 
하지만 이처럼 1, 2심 판단이 180도 다르고, 판결을 보는 시각도 엇갈리는 배경에는 성범죄에 대한 인식 편차와 더불어 법과 판례의 문제도 있다. 지난해 1월 서지현 검사의 고백으로 한국에서도 ‘미투’가 들불처럼 번졌다. 고발이 잇따랐지만 수사·재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성계·법조계 등에서는 낡은 형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형법 297조가 특히 도마 위에 올랐다. 때리거나 협박하지 않았어도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행위는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또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성폭행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는 새로 정립돼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다. 전문가 모임에서는 안 지사 사건처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행 여부를 가르는 법규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후 여러 국회의원이 앞다투듯 형법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국회에서 검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합의 도출과 법 개정을 위한 실질적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니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수사기관과 법원에 불만을 갖고 억울하다고 얘기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도 크다. 미투 1년, 떠들썩하긴 했는데 근본적 제도 변화는 별로 없었다. 확 끓었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바람에 고쳐야 할 것을 잊는 사회는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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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