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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양반과 며느리의 제사 대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한국의 옛 구전민담에는 영리한 며느리가 불합리한 시집살이를 뒤집어놓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국문학자 최운식 교수는 그런 민담을 모아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그 중 이런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한 까다로운 양반이 살았는데, 며느리를 들이자 매일 이른 아침에 의복을 단정히 하고 문후를 드리라 시키고 하루라도 제대로 못하면 내쫓았다. 그렇게 여러 명의 며느리를 내쫓자 더 이상 그 집안에 시집가려는 처녀가 없었다. 그런데 한 노처녀가 자청해서 시집을 가서는, 시아버지가 먼저 조상을 모신 사당에 참예한 후 며느리의 문후를 받는 게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박할 말이 없던 시아버지는 그때부터 꼭두새벽에 의관을 정제하고 사당에 참예하게 되었는데, 때는 마침 겨울이어서 찬물에 세수하고 사당 앞의 눈을 쓸어야 하는 등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며칠 후에 시아버지는 며느리의 아침 문후를 그만두게 했다.
 
그러나 제사가 다가오자, 양반은 또다시 까다로운 제사 준비를 명하며 며느리를 괴롭히려 들었다. 그러자 며느리는 한 술 더 떠 옛 가례 책을 줄줄이 읊으며 다음과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제사에 쓸 쌀은 물론 간장·된장까지 추수 때부터 따로 챙겨두어야 함. 제물 구입은 하인을 시키지 말고 제주(祭主) 즉 시아버지가 직접 가서 최상품으로 사와야 함. 제사 음식은 주부(제주의 아내, 즉 시어머니)가 목욕재계하고 직접 만들어야 함. 제주는 저녁때부터 제상 앞에 꿇어앉아 있다가 음식이 준비되는 대로 직접 진설해야(차려야) 함. 또한 제사 지내기 전에는 술과 안주를 입에 대도 안 됨. 이번에도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시아버지는 그대로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두 손 들고, 며느리 편한 대로 제사를 치르라 했다.
 
이 민담만 봐도, 하인 없이 큰 제사를 치르는 건 고역이었으며,  남성도 제사 준비에서 해야 할 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 학자들이 말한 사실이다. 또한, 의례를 중시한 옛 조상들도, 너무 고된 의례, 한쪽만 일방적으로 고생하는 의례는 불합리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걸 이 민담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명절 차례는 기제사와 달라서 간단하게 지내는 게 전통인데, 여자들은 끝없이 전 부치고 남자들은 TV 보다가 다 차려진 차례상에 절만 하는 명절 풍경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게 고쳐져야 오히려 차례와 명절의 전통이 지속 가능할 것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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